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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뉴질랜드 로드트립] 몽환적인 풍경의 말보로(Marlborough) 지역과 넬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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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퍼밴 트립이 몇일째가 되자 우리의 여행은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혹은 기계적으로 이루어졌다. 그 날의 최대 주행시간을 계산해 최종 목적지를 정한다. 그 목적지가 캠핑장이 되기도 하고 어느 도시가 되기도 하는데 캠핑장일 때는 그냥 편안히 쉬면 되지만 도시일 경우는 꽤 복잡하다. 

 일단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그 동네에서 가장 크고 깨끗한 공용화장실을 찾는다. 가능하면 주변에서 취사를 해도 별로 문제될 것 같지 않은 곳으로. 하지만 그런 곳은 거의 찾기 어렵다. 공터나 공용 주차장에는 어디에나 '캠핑 금지' 표지판이 여기저기 붙어있다.

 그럼 우리의 'wish'에 부합하는 화장실에서 일단 급한 볼일을 보고난 후 취사와 취침을 할만한 곳을 찾아 먼 곳까지 물색한다. 적당한 장소를 찾으면 그 곳에서 저녁식사와 함께 다음날 아침 식사까지 준비해 둔다. 식사 후에는 다시 차를 몰고 화장실로 가서 설거지를 하고 세수와 양치 등 잘 준비를 마치고 취사를 했던 곳으로 되돌아 와 주차를 하고 차 내부를 숙소로 변신시킨다. 그리고는 가장 두꺼운 옷을 껴입은채 각자의 침낭 속에서 잠을 청한다. 단속을 하기 전에 빨리 자리를 떠야 하므로 해뜨기 전에 일어나 이동해야만 한다. 다시 전날의 그 공용화장실로 돌아가 씻고 준비해놓은 음식으로 아침 식사를 한 후 다음 목적지를 출발한다.

 늦가을의 서늘한 날씨 때문에 캠핑장이나 캐빈이 아닌 길거리 도둑야영을 하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능하면 적당한 캠핑장에 묵고 싶었지만 목적지와 가까우면서 가격도 적당한 곳이 마땅치 않은 경우는 그냥 길거리에서 보냈다. 캠핑장 이용은 평균 2~3일에 한번 정도였던 것 같다.

 웰링턴에서 배를 타고 남섬으로 넘어와 픽톤에 도착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픽톤 인근에서는 묵을만한 곳을 찾을 수가 없었기에 공용 화장실에서 잘 준비까지 마치고 일단 넬슨을 향해 달렸다. 네비가 알려주는대로라면 금방 넬슨까지 갈 수 있을거 같았다. 하지만...

 픽톤에서 넬슨까지의 길은 커브가 심한 고갯길이었고 밤 늦은 시간인데다 안개까지 심하게 낀 상태. 이대로 운전을 계속하는 것은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데 의견을 모은 우리는 마침 나타난 조그만 공터에 차를 세웠다. '카메라 있음', '캠핑 금지' 등의 경고 문구들이 있었지만 단속을 올만한 장소와 시간이 아니었고 걸린다해도 '그럼 이상황에 차를 모는 자살행위를 하라는 거냐'며 격하게 따지고 들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날 밤, 별빛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눈을 떳을 때 눈앞에 펼쳐진 몽환적인 풍경에 넋을 잃었다. 꿈인지 현실인지... 자욱한 물안개의 신비로운 풍경은 넬슨까지 계속 이어졌다.

 

 

 구불거리는 도로를 따라 달리다보면 차를 멈추지 않고는 베길 수 없는 멋진 풍경들이 계속 나왔다.

 

 

 잔잔하고 고요한 분위기에 호수인 줄 알았던 곳들은 나중에 알고보니 모두 바다. 들쑥날쑥 복잡한 해안선의 지역이다보니 안쪽으로 파도가 치지 않아 바다인지 호수인지 가늠이 가질 않았다.

 

 

 넬슨을 지나 아벨 타즈만까지 가야만 하는데 계속 발길을 붙잡는 신비로운 풍경 때문에 우리 일정은 더욱 지체되고 있었다. 그래도 이런게 바로 로드트립의 매력이 아닌가. 틀에 짜여지지 않은 자유로운 여행. 이동 중에도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얼마든지 멈춰서서 감상할 수 있는...바로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이런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그냥 모든 과정을 즐기기로 했다. 

 

 

 

 

 

 

 

 

 

 중간에 말보로 사운드, 퀸샬롯 사운드 등으로 빠질 수가 있는데 특히 퀸샬롯 트랙은 멋진 경관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라고 한다. 뉴질랜드를 탐험했던 쿡 선장이 가장 좋아했던 곳이라고도... 하지만 트래킹 코스가 3~4일정도 소요되는 곳이라 부담도 되고 당시 날씨도 비가 오다 개다 반복하고 있어서 과감히 버리기로! 대신 아벨 타즈만에서 간단한 트래킹을 해보기로 했다.

 

 

 

 

 드디어 넬슨 입성.  남섬의 최북단 도시인 넬슨은 예술과 공예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역사가 짧은 뉴질랜드에서도 그나마 역사적인 곳들이 있어 뉴질랜드 사람들에겐 더욱 의미있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넬슨 성당은 크라이스트 처치 성당과 함께 남섬에서 가장 유명한 성당이라고.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아름다운 성당이었다. 개인적으로 화려한 곳 보다는 이렇게 심플하고 중후한 느낌의 성당이 좋다. 주변 풍경도 날씨도 영국의 교외 같았던 넬슨.

 

 

 

 

 넬슨 성당의 오래된 거대 파이프 오르간도 볼거리.

 

 

 

 역사와 예술의 도시인만큼 서점이나 박물관, 갤러리 등에도 들러 구경을 하고 길거리 벤치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길을 나섰다. 험준한 산악지대의 아벨 타즈만이라는 또 다른 난코스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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