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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노 공원~닛뽀리 야나까 묘지(谷中霊園) 산책

2016 일본여행/도쿄

by prana. 2016. 4. 19.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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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가장 진한 추억이 있는 곳 중 하나.

도쿄에서 맨 처음 일을 시작했던 곳 우에노.

그리고 2005년 가장 어렵고 힘든 시기 혼자 걸으며 마음을 달래던 우에노에서 닛뽀리로 이어지는 그 길.  

끝없는 암흑 속에서 빛을 찾겠다며 혼자 바둥대던 시절.. 생각해 보면 그 때는 지금보다도 더 누군가에게 기댈 줄을 몰랐다. 누구에게도 마음속 이야기를 꺼내놓지 못하고 혼자 안으로만 끙끙대던 때 유일하게 나를 달래주던 길이다. 그 곳을 다시 찾으니 감회가 새롭다.

 

 

우에노 공원은 주말이면 언제나 붐비긴 하지만 벚꽃이 필 무렵이면 평일, 휴일 할 것 없이 엄청난 인파가 몰린다. 공항에서 열차를 이용할 경우 도쿄 시내로 들어가는 관문이다보니 세계 각국에서 모인 여행객들까지 합세해 발디딜 틈이 없다. 하나미를 위해 한자리 차지하겠다고 밤새 자리를 깔고 지키는 사람들도 있다고.. 벚꽃은 예쁘긴 하지만 이래서야 제대로 감상하기도 어렵다. 우에노 공원은 주목적지는 아니니 빠르게 패스~

 

 

간혹 도쿄를 여행한 사람들 중 볼 게 없다, 한국이랑 똑같다는 등 혹평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은 도쿄를 제대로 여행한게 아니다. 도쿄의 매력을 알려면 신주쿠, 하라주쿠, 시부야, 롯뽄기를 갈 게 아니라 도쿄의 주택가, 뒷골목을 돌아봐야한다. 어느 나라를 여행하든 마찬가지사항이긴 하지만 특히 도쿄는 정말 매력적인 골목길을 가졌다. 목적지 없이 어느 골목길을 들어서도 좋은.. 

 

 

 

내가 우에노, 닛뽀리, 센다기 이 쪽 지역을 좋아했던 이유는 도쿄 23구 내에서 가장 서민적인 곳이자 옛 일본스러움이 가장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여전한 모습이 눈물나게 반갑다.

 

 

 

카야바 커피. 오래된 카페인데 굉장히 유명하다고 한다. 이 날도 꽤나 줄을 서 있어서 들어가 볼 수가 없었다. 여행 책자에도 소개되어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일본의 옛 가옥을 그대로 이용한 오래된 카페는 일본스러움을 찾는 외국인들에게는 일반 관광지보다 더욱 매력적인 장소일 것이다. 게다가 바리스타 친구 얘기론 커피 맛도 일품이라고 한다.

 

 

이 날 내 주 목적지는 야나까 묘지였다. 

어느 날, 평소처럼 이 부근을 헤매다 우연히 들어갔던 딱 이맘때 쯤, 벚꽃이 만개했던 야나까 묘지. 그 날의 내 기분만큼이나 우울할 거 같은 묘지였지만 그 위로 화려한 벚꽃이 뒤덮고 바람이 불 때 마다 눈처럼 꽃잎이 흩날리던 풍경. 정말 말그대로 우연히 마주쳤던 그 풍경이 너무 황홀해서 한참을 제자리에 선 채 넋이 나갔었다. GPS로 위치 확인이 되던 때도 아니었고 이름도 위치도 몰라서 다시 가볼 수가 없었는데 이번에 도쿄에 오면 어디가 제일 가보고 싶냐는 친구 말에 그 곳이 떠올랐고 내 묘사에 친구는 이 곳을 찾아내 주었다.

 

 

기억이란 건 역시 제멋대로인 모양이다. 내 기억속의 야나까 묘지 벚꽃 풍경은 더 환상적이고 몽환적이었다.

이래서 첫사랑은 다시 만나는게 아니라고 하나보다.ㅎㅎ

기억보다 현실적인 모습에 조금 실망하긴 했지만 쓸쓸한 묘비 위에 흐드러지게 핀 하얀 꽃잎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야나까 묘지는 사람에 치이지 않고 조용히 혼자만의 하나미를 즐기고 싶다면 추천할만한 곳이지만 꼭 벚꽃 개화시기가 아니라 하더라도 산책을 즐기기 좋은 장소이다.

 

 

닛뽀리-센다기 쪽이야말로 드라마에서 많이 보는 우리가 갖는 일본의 서민적인 이미지 그대로의 공간이라 생각한다. 죄다 단골 고객인 시장, 골목을 걷다 마주치는 사람이 모두 지인인 동네 사람들, 마주치면 서로 밥은 먹었는지 집에 별일은 없는지 정겹게 안부를 묻는 사람들.. 그런 느낌의 동네여서 걷다보면 마치 내가 그 일부가 된 듯 마음이 편안해지던 곳이다. 큰 상점가가 아니라서 아기자기한 카페, 레스토랑, 상점들이 골목에 드문드문 있기 때문에 주의 깊게 살펴야한다.

 

 

우에노-닛뽀리-센다기-우에노로 다시 돌아와 이번엔 우에노 호수를 한바퀴 돌고 호수가 바라보이는 호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호수 너머 멀리 바라다보이는 도쿄 최고 높이의 스카이 트리.

 

 

마지막으로 도쿄를 왔던건 6년 전이지만 그 때는 오다이바, 신주쿠만 잠깐 스쳐갔을 뿐이라 제대로 도쿄에 머물렀던건 8년 전. 많은 세월이 지나도 전혀 변함이 없어 당황스러웠는데 단 한가지 변한게 있었다. 바로 스카이트리. 그러다보니 일본에 살고 있는 친구들은 모두 계속해서 스카이트리에 대해 얘기했다. 일본의 상징이었던 도쿄타워는 이미 오랜 과거가 되어있었다. 나의 일본 생활이 그러하듯. 뭔가 쓸쓸한 기분이 든다.

 

 

참고로 벚꽃은 우에노 동물원 쪽보다 호수 쪽이 더 예쁘고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다. 하지만 호수만 놓고 보자면 전주 덕진공원이 훨씬 좋다!(전주 시민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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