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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새로운 여행의 시작

2017 마지막 방랑/카자흐스탄

by prana. 2017. 9. 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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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미얀마 여행을 마지막으로 줄곧 정착만을 생각했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보려고 무던히도 애썼다. 하지만 해결할 수 없었던 건 아무리 발버둥쳐도 땅에 온전히 닿지 않고 늘 붕 떠있는 느낌. 마치 내게는 지구의 중력이 80프로밖에 미치지 않는 듯한 끔찍하게 기분나쁜 느낌.

남들이 현실이라 부르는 그것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신을 몰아세우며 때론 잡다한 취미생활로 달래도 보며 애써 봤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노력을 하면 할 수록 더 공허해졌고 결국 그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울증의 나락으로 떨어져버렸다. 벗어나려 할수록 더 아래로 아래로 침잠했다. 당시의 내 상태는 나로서도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이니 남들은 오죽할까. 티도 내지 못한채 혼자 끌어안고 끙끙대며 하루하루를 겨우 버텨내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날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로 하여금 사는게 싫어질 정도로 불행하게 만드는 '평범'이라는 기준이 과연 내게도 정답인 것일까. 답까진 아니어도 적어도 숨은 쉴수 있어야하고 몸 성히 살아있어 다행이다 느껴질 수는 있어야하지 않을까. 뭐라도 하자. 내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것. 무언가 생생한 것.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것. 그렇게 난 다시 여행을 시작하기로 했다.

결단을 내리고 나자 모든 것은 순조로웠다. 나를 끔직이도 괴롭히던 모든 부정적인 감정들이 거짓말처럼 사라졌고 의욕이 생기고 기쁨이 감돌자 모든 일들이 좋은 쪽으로 흘러갔다. 정신없이 바쁜 속에서도 순조롭게 여행계획은 진행되었다.

이제야 좀 평범하게 살아가나 안심하고 계셨을 부모님이 낙담하게 될 일이 제일 걱정이었으나 의외로 덤덤하셨다. 결혼은 어쩌려고 그러냐는 엄마의 걱정에는 한국에서 3년을 노력해봤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 않았나, 앞으로도 달라질 거 같지 않다, 차라리 나가서 찾아보겠다며 의욕적으로 답해 위기를 면했다. 그보다 더 질책을 할거라 생각했던 아빠는 오히려 내 계획을 들으시더니 흔쾌히
'그래 갈수 있을때 가. 난 가고 싶어도 이제 몸이 안따라주잖아. 배낭 전에 쓰던 건 옛날꺼라 너무 무거울텐데 새로 사줄테니 보러가자.'
우울증이 나쁜것만은 아니었다. 그 기간동안 나는 많은 깨우침을 얻었고 가장 큰 성과는 아빠와의 무언의 화해였다. 개인적인 역사를 죄다 오픈할 수는 없으니 건너뛰지만 확실한건 내 인생의 큰 전환점이란 것.

감사한 마음. 부모님을 비롯한 우리 가족들에게도, 응원해준 모든 친구와 지인분들에게도, 그리고 삶의 경이로움을 끝끝내 져버리지 않고 다시 나답게 살기로 결정한 나 자신에게도. 이번 여행을 통해 더욱 성숙한 인간이 되기를. '남들처럼 평범하게'가 아니라 '나다운 방법으로 스스로 원하는' 정착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언젠가는 이 모든 경험들로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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