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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뉴질랜드 로드트립] 다윈으로 가는 길 - 데블스 마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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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루루 투어를 마치고 백팩에 머물며 다윈으로 가는 리프트를 구했다. 다윈까지 단순히 이동에만 의미를 둔다면 항공, 버스 등이 효율적일 수 있겠지만 나는 처음부터 로드트립이 목적이었기에 천천히 제대로 보면서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차량과 멤버가 정해진 사람들이 추가로 함께 오일셰어나 그외 비용을 함께 부담하며 이동할 사람을 찾는 것. 

예상외로 멜번으로 향하는 차량들에 비해 다윈행이 많지 않았다. 인근의 모든 숙소들을 돌며 게시판을 확인하고나서야 어렵게 조건이 맞는 영국인 커플을 만날 수 있었다.

 


캠핑카가 아니어서 편하지는 않았지만 다윈으로 가는 길목의 캠핑장에서 2박을 하며 본인들은 차안에서, 나에게는 텐트를 제공하는 조건이었다. 또한 가지고 있는 재료로 간단히 하는 식사는 포함이고 그 외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 나눠 부담하기로 했다. 

 

 

오전에 출발해 이동중 잠시 쉬어가며 간단히 식빵과 버터, 치즈, 햄 등으로 한끼를 해결.

 


줄곧 황무지 뿐인 길이지만 신기하게도 길목에 띄엄띄엄 이런 공간들이 나온다. 

 

 

앨리스프링스와 다윈사이에 가장 유명한 곳인 데블스 마블. 마말라뿌람에서 보았던 크리슈나의 버터볼, 뉴질랜드에서의 모에라키 보울더스가 생각나는 모습. 



제대로 구경하기 위해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리려는데 바로 앞에 왠 동물이... 익숙한 모습에 떠돌이 개이려니 했는데 얘가 바로 야생 딩고라고 한다. 보기엔 그저 귀엽지만 이래뵈도 야생이라 간혹 사람을 공격하는 일도 있다니 안전을 위해 차를 좀 더 이동해서 내리기로.. 

 

 

황무지 한가운데 마치 거인들이 쌓아놓기라도 한양 커다란 돌덩어리들.



금방이라도 굴러떨어질거만 같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잠시 장난을 치며 구경을 하다가 다시 북쪽을 향해 출발~

 

 


처음엔 황량한 벌판의 나름의 분위기에 매료되었지만 하루종일 달려도 계속 같은 풍경이 이어지자 점점 지루해졌다. 운전자는 얼마나 더 지겨울지....

이동 중 유일한 볼거리(?)였던 건 트럭하나가 전날밤 밤새 달리다가 새벽에 말(아마도 야생?)을 들이받는 사고를 내고 전복되있던 모습.

말의 사체는 발을 하늘로 향한채 굳어있었고 손을 흔들어 우리 차를 세운 운전자의 말에 따르면 앞이 심하게 찌그러진 트럭의 시동이 걸리지 않고 이곳에서는 핸드폰 신호도 잡히지 않아 몇시간째 어쩔줄 모르다 첫 발견자인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한거라고 했다. 우리도 별 뾰족한 수가 없어 그저 함께 난감해하고 있는데 다행히 잠시후 다른 큰 트럭이 나타나 그쪽에 도움을 받아 어찌어찌 해결하는듯 했다. 호주 아웃백을 여행하는 중임을 실감한 사건.

 


우리는 해가 지기전 목적지였던 무료 캠프사이트에 도착해 하룻밤을 보낼 준비를 했다. 무료인 곳이다보니 시설이 많이 열악했는데 무엇보다 물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화장실 옆에 있는 수돗가에서 쫄쫄 나오는 물에 겨우겨우 손이나 씻을 수 있을 정도? 불빛 하나 없는 암흑 속에서 렌턴에 의지해 가지고 있던 생수를 모아모아 요리를 하는 것도 나름 재밌는 경험. 우린 식사 후 양치만 겨우 한 후 둘은 차 안에서 난 혼자 텐트를 치고 밤을 보낼 준비를 했다.

 


캠프사이트라고는 해도 칠흑같은 어둠 속에,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열고 들어올 수 있는 텐트에서 홀로 밤을 보내려니 자꾸만 무서운 상상이 들어 좀처럼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러다 겨우 잠이 든지 얼마 안돼 이번엔 강풍으로 텐트 한쪽이 무너지며 얼굴을 덮쳤다. 다시 세워보려 했지만 계속된 강풍은 텐트채로 나까지 날려버릴 기세여서 바로잡는 건 포기하고 온몸으로 텐트를 눌러 무게를 주며 한참을 버텨야만 했다. 

 


그렇게 힘겹게 바람과 사투(?)를 벌이다 바람이 잠잠해지자 텐트를 바로세우기 위해 밖으로 나와 하늘을 올려다 본 순간.. 쏟아지던 별들, 그려놓은 거 같은 은하수... 은하수는 호주와 뉴질랜드 여행 중 이미 많이 봐왔지만 사막의 암흑 속에서 혼자 바라본 은하수는 또 다른 세계였다. 무서워하던 것도 잊은 채 밖에 자리를 잡고 앉아 오래도록 바라봤다. 고성능의 카메라가 있었다면 제대로 찍었을텐데 아쉽지만 여행중 일반 똑딱이로 이정도라도 찍힌 것도 처음이다. 그만큼 강한 빛을 내뿜던 별들... 그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는게 아닌, 내가 정말 이 무한한 우주 안에 존재하고 있음을 확실하게 느낀 순간이었다. 많은 생각이 꼬리를 물고 퍼져나갔지만 아직은 혼돈이었다. 아니..본격적인 혼돈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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