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룸비니-포카라] 독특한 네팔친구들과의 만남
2008. 10. 23
고락푸르에 도착해 곧장 지프를 타고 국경 소나울리로 직행.
자전거 릭샤를 50루피에 흥정하고 네팔 비자 절차를 밟은 후 국경을 넘었다.
내륙으로 국경을 넘는 건 처음이라 국경을 넘어서는 순간
슬라이드가 넘어가듯 눈앞에 전혀 다른 장면이 펼쳐질 줄 알았다.
하지만 국경을 넘은게 맞나 싶을 정도로 인도와 네팔은 많이 닮아 있었다.
환전을 위해 들어간 근처 여행사에서 350루피에 택시를 대절해 룸비니로 향했다.
택시에서 내려 한국절인 대성석가사까지 다시 사이클 릭샤로 이동해야 했다.
처음에 60루피에 합의를 본 릭샤왈라는 일부러 좀더 바퀴가 잘 빠지는 모래길로 간다던지
장애물이 있으니 내려서 끈다든지 하는..
그때마다 뒤를 돌아보고 난처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일부러 그러는게 눈에 확연히 보이는 행동들을 했다.
돈을 더 요구하겠구나.. 했더니 역시나 100루피 지폐를 건내니
집에 아이들이 많고 먹고 살기 힘들다며 신세타령을 하기 시작했다.
결국 거스름돈을 주지 않겠다는 말이다.
이들의 힘든 현실은 사실임을 알고있고 인상과 말투가 나쁘진 않았기에 쿨하게 넘어가고 싶었지만
나는 정말 가난한 여행자였다.
나는 내가 얼마나 가난한 여행을 하고 있는지를 어필하며 조금이라도 거스름돈을 남겨달라고 사정했다.
원래 받아야되는 내돈 가지고 뭐하는 건지..
결국 딸랑 10루피를 받을 수 있었다.
에효.. 이럴 땐 가난한 여행을 한다는게 이들에게 죄를 짓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한다.
어쨌든 그렇게 무사히 대성석가사에 입성.
룸비니의 고요한 분위기에 매료되어 몇일 더 묵으며 마음의 정화를 하고 싶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
2008. 10. 24
깨끗한 숙소와 푸짐하고 맛있는 식사에 감사한 마음으로 기부를 하고
다시 국경인 바이와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안에서 옆자리에 앉은 스리랑카 아줌마와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었는데
인도 전통 춤인 까닥Kathak 무용수인 아주머니는 우리나라로 치면 인간문화재급으로,
세계 곳곳에 초청공연을 다니신다고..
가지고 다니는 미니 앨범을 보여 주셨는데 사진임에도 굉장한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직접 손동작과 표정도 보여주셨는데 소름이 끼칠정도..
언젠가 제대로 한번 보고 싶어졌다.
스리랑카에 오면 꼭 연락하라며 연락처를 적어주시고
외국인이라고 바가지 쓸 수 있다며 포카라행 버스요금도 흥정해주신
친절하고 유머가 넘치던 분이었다.
아쉬운 작별의 포옹을 한 후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출발~
2008. 10. 25 ~28
포카라에 있는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났는데 같은 숙소에 묵던 일본어 번역일을 하는 한국인은
히말라야 트래킹을 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소설 번역을 맡아
더 실감나는 번역을 위해 네팔에 왔다고 했다.
돈도 벌고 여행도 하는 그의 직업이 너무도 부러웠다.
서점에서 만난 한국인 아저씨들은 딸같다며 한국요리를 사주시기도 했고
수퍼마켓에서 신라면을 집다가 마주친 히피 커플과
페와 호수가 보이는 쉬바까페에서 수다를 떨며 평화로운 오후를 보내기도 했다.
그 곳에서 예쁜 꼬마아가씨들을 만나기도 했다.
보기만 해도 훈훈해지는 이뿐이들~
맛있지만 비싼 바나나라씨는 딱 한번밖에 못먹었다.
이 곳의 라씨는 인도에서 먹던 라씨보다 훨씬 묽고 양이 많았다.
하루는 포카라의 유명한 관광지를 순회하기도 했다.
▶ 특이한 형태의 폭포인 뻬딸레 창고(Devi's Fall)
▶ 따실링 티베탄 난민촌의 티벳 사원
▶ 샨티 스투파
일본불교에서 세운 평화를 기원하는 불탑으로 인도와 네팔 곳곳에 있는데
전쟁을 주도했던 나라가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닌가 하는 부정적인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굽테스와르 마하데브 동굴(동굴 속에 쉬바신을 모신 곳) 앞에서는
상당히 독특한 친구들과 마주쳤다.
네팔이라는 곳이 가지는 느낌과 전혀 매치가 안되는
마치 일본의 학원물(만화)에 나올 듯한 캐릭터들이어서 충격을 받기도 했다.
너무 신기해서 몰래 그들을 도촬하려는데
뷰파인더 속의 그들 역시 나에게 카메라를 겨누고 있었다.ㅋㅋ
그들도 펀자비를 입고 있는 한국여자가 마냥 신기했던 모양이다.
숙소근처에서 다시 마주친 그들과 얘기를 나누다 친해졌고 다음날 사랑코트에 동행하기로 했다.
사랑코트에서 바라본 히말라야.
전망도 훌륭하거니와 히말라야에서 건너온 시원하고 깨끗한 공기에 기분이 상쾌했다.
다들 카트만두의 큰 시장에서 가게를 하나씩 하고 있는데 이번에 휴가를 같이 맞추어 여행을 왔다고 했다.
날라리(?) 같은 외모와 달리 순수하고 유쾌한 친구들..
서로 굉장히 친한 듯. 장난치고 노는 모습이 귀엽기도..ㅎ
저들의 머리 스타일은 백프로 한국인 미용사 작품이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미용실은 굉장히 비싼데도 이들은 거기서만 머리를 한다고 한다.
전지현을 좋아하고 한국 음악을 듣던 친구들...
이때부터 이미 한류는 존재하고 있었다.
이들의 권유로 페와 호수에서 배를 타게 되었다.
생각지도 않았던 뜻밖의 행운...
맑은 호수 안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멋졌고 가운데 작은 섬 안의 앙증맞은 사원도 인상적이었다.
포카라를 여행한다면 절대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