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2009 서남아 일주/인도, 네팔, 방글라데시

[인도 다르질링] 홍차밭과 다르질링 마을 걷기

prana. 2015. 8. 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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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1. 04

 

계속 비가 추적추적 내려 날씨가 너무 추웠다.

우리나라 초겨울 날씨 정도였는데 게스트하우스에서는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아 씻을 때마다 양동이로 따뜻한 물을 사야했다.

비때문에 멀리는 갈 수가 없어 숙소가 있는 골목에서만 시간을 보냈는데

숙소 바로 옆에 있던 정말 조그만 가게 하나에 사람들이 많길래 궁금해 들어가봤다.

딱 두사람정도만이 누울 수 있을 것 같은 크기의 가게에

테이블 하나가 놓여있고 거기에 사람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총 8명정도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초미니 가게.

가게엔 간판조차 없었다.

음식은 만두인 모모와 네팔 인스턴트라면인 와이와이가 전부.

고기가 들어간 모모밖에 없어서 와이와이를 시켜 먹었는데 인도의 메기와는 달리 한국의 라면과 흡사한 시원한 맛이었다.

거기에 양파, 파와 함께 어떤 야채를 넣어주는데 향이 너무 좋아 그 맛에 정말 반해버렸다.

이날 이후 매일매일 하루에 두번씩도 찾아가 와이와이를 먹었고

말도 통하지 않는 주인언니(나랑 동갑..ㅡㅡ;;;;)랑 가게 단골손님들과 친해져

손짓발짓에 영어 단어 하나씩을 섞어가며 수다를 떨었다.

부지런하고 인심좋고 미소가 예쁜 주인장도 보고싶고 얼큰한 국물의 와이와이도 먹고 싶다.

   

 

2008. 11 05

 

날씨가 좋아 본격적으로 다르질링 산책에 나섰다.

날씨가 좋으니 멀리 히말라야 산맥까지 깨끗하게 시야에 들어와 산마을과 함께 장관을 연출한다.


다르질링 여행의 중심지인 초우라스타 광장에서부터 히말라얀 동물원과 히말라야 등산학교가 있는 곳까지 크게 한바퀴를 돌았다.

현재는 운영되고 있지 않은 듯 오래된 교회도 있었는데 십자가 모양이 특이하다.

히말라야 등반의 역사를 알 수 있는 히말라야 등산 박물관.

다르질링은 휴양지로 유명해서 부유한 현지인들도 여행을 많이 왔는데

히말라야 등산 박물관은 외국인들보다 현지인들에게 더 인기인 듯했다.

저 무덤의 주인들은 전망하나는 정말 제대로 잡은 듯...

무덤가 아래로 차밭이 보인다.

사실 해발 2,200미터의 다르질링은 마을 아래로 전부 차밭이다.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차를 재배하여 상품으로 가공하는 해피밸리 공장.

원래 견학도 가능한데 내가 갔을 때는 이미 가공이 다 끝나고 아직 새 잎을 따지는 않은 상태라 기계가 돌아가지 않았다.

 

해피밸리 공장에서부터 차밭으로 나있는 길을 따라 걸었다.

쓰레기가 좀 많긴 하지만.. 온통 초록빛으로 눈과 마음에 휴식을 주는 건강에 좋은 산책로.

동네 꼬마아이들에게는 놀이터가 되어 주는 곳.


차밭에서 올려다본 마을.

경사진 곳에 저렇게 많은 집들이 다닥다닥 지어져 있는 걸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아슬아슬하기도 하고...

실제로 보면 금방이라도 무너져버릴 것 같은 집들도 많다.

길을따라 여기저기 마음내키는대로 돌아다니다보니 산 아래로아래로 내려가

다르질링의 서민들이 살고 있는 마을을 돌아보게 되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아파트 같은 곳일텐데 층마다 조금씩 다르다.

(아무래도 이쪽 사람들은 정형화를 진심으로 싫어하는 듯하다.)

그리고 가장 신기했던 것은 저렇게 다 쓰러져가는 폐건물 같은 곳에 살면서도

다들 색색의 예쁜 꽃을 기르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식민지이자 정원가꾸기를 즐기는 영국인들이 많이 살았던 곳이라 영향을 받기도 했겠지만

이 곳 사람들은 무척이나 꽃을 좋아하는 것 같다.

꽃이 없었다면 정말 폐건물 같았을텐데 꽃으로 꾸며놓으니 오히려 낡은 건물이 운치있어 보이기까지 한다.



다르질링은 산꼭대기에 있는 마을이다보니 윗마을에서 쓴 오수가 계곡을 따라 아래마을로 흘러내려온다.

경사가 급한 곳이 대부분이라 마치 폐수 폭포를 보는 것 같다.

냄새도 지독하다.

그래서 돈있는 사람들은 꼭대기 쪽에 살고 돈 없는 사람들이 아래쪽에 산다고도 한다.

아무래도 땅값이 달라지겠지...

나쁜 여건 속에 살면서도 여전히 화분을 가꾸고 주변을 꾸미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힘든 생활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미래를 꿈꾸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대변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동네에 있는 빨래터.

건물의 지붕위에 닭한마리가 서있다.

이 동네에서는 닭을 방목하기 때문에 마을로 산으로 여러 닭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데

주인이 자기 닭을 대체 어떻게 찾아내는지... 정말 미스테리다.


여행자들이 머무는 숙소에서는 물이 잘 나오지만 사실 다르질링은 산 위에 있어 물이 귀한 곳이라고 한다.

수도 시설도 좋지 않아 가난한 사람들은 이렇게 마을에 있는 약수터(?)에서 먹을 물을 긷고 빨래를 해결했다.

하수시설도 전혀 안되어 위에서 사용한 오수가 그대로 쏟아져 내려오고

땅에도 스며들어 토양의 오염도 심각하다는데 저 물은 과연 괜찮은 것일까... 



신기하게 카메라를 바라보다 자기를 찍어달라며 수줍게 불러세우던 꼬마.

이 아이의 순진한 눈망울을 보고 있자니 또 마음한켠이 답답해져온다.

나와 같은 여행자들이 이곳이 좋아 오래 머물수록

이 아이들의 생활환경이 악화 되어간다는 불편한 진실을 알아버렸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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