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2009 서남아 일주/인도, 네팔, 방글라데시

[인도 아그라] 타지마할에서 연예인 되다?!

prana. 2015. 8. 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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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0. 21

그동안 아껴왔던 마날리에서 구입한 펀자비를 차려입고 이른아침 아그라로 향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 '타지마할'을 만나는 날.

생각만해도 가슴이 설레었다.

 기차로 3~4시간 정도 걸려 아그라 칸트역 도착.

아침을 먹기 위해 여행책자에 안내된 곳 중 하나를 찾았는데... 맛이 최악이었다.ㅜ.ㅜ

아그라가 음식이 맛없기로 유명하다던데 정말 그런 모양이다.

뭐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정말 맛없는 밥을 먹고나서 맛있는 바나나라씨로 입가심을 한 후 타지마할로 이동했다.

타지마할 안으로는 뾰족한 물건은 무엇이든 가져갈 수 없다.

건물에 꽃문양에 부착되어 있는 갖은 준보석을 떼어가는 걸 막기 위해서라는데

뾰족하고 날카로운 것 외에도 모서리가 각진 물건은 반입이 불가능하다.

입구에 있는 보관소에 맡길 수 있지만 분실의 위험도 있으니 미리 빼놓고 오는게 마음 편하다.

750루피의 비싼 입장료를 지불하고 생수한병을 받아 입구 통과~

새하얗게 빛나는 타지마할을 마주한 순간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었다.

사람들이 왜그렇게 극찬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건축물에는 잔인한 역사가 숨어있다.

무굴제국의 황제 샤자한이 사랑하는 부인 뭄타즈마할이 죽자 그녀를 위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덤을 만드는데 그게 바로 타지하말이다.

하지만 타지마할이 공된 후에

이렇게 완벽한 건축물이 또다시 세상에 나오지 않도록 건축가들의 손목을 잘라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샤자한은 말년에 아들에 의해 아그라성에 유폐되어

수년간 사랑하는 이가 잠든 타지마할을 멀리서만 바라보다 쓸쓸히 죽음을 맞이했다고 한다. 

타지마할의 하얀 대리석은 한낮의에 뜨겁게 달궈져 있었다.

더위에 지친 우리는 햇볕이 수그러들때까지 타지마할 뒷편의 그늘진 곳에서 쉬기로 했는데

얼굴 하얀 동양 여자 둘이서 펀자비를 입고 있는게 신기했는

여기저기서 우리를 바라보는 수많은 시선들이 느껴졌다.

그때 어느 한 무리가 우리에게 같이 사진을 찍자며 다가왔고

그모습을 본 몇몇 인도인들이 용기를 얻어 카메라를 들고 그 뒤를 따라왔다.

처음에는 포즈도 취해주고 혼자온 사람은 직접 찍어도 주고 했는데

우리와 사진을 찍겠다는 사람은 점점 더 늘어났고 어느새 자기들끼리 줄까지 서고 있었다.

서로 먼저왔다며 새치기 하지 말라고 싸우는 이들도 생겼다.

연예인 사인회라도 되는 듯한 분위기 

인도에서는 외국인, 특히 동양 여자가 관심의 대상이 되는 건 늘 있는 일이지만

타지마할에서의 상황은 '늘 있는' 범주를 한참 벗어나 있었다.

우리는 끝도 없이 계속되는 사진 세례에 완전히 지쳐버렸고

이제 사진은 그만 찍겠다고 손사래를 치며 구석에 누워버렸다.

남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건 말건 피곤했던 나는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그리고 거의 2시간 정도가 지나서야 깨어났다.

휴식을 취하던 한 가족을 만났는데 나들이 간다고 한껏 멋낸듯한 막내가 너무 귀여워서 사진을 찍었다.

그러자 온가족이 자기도 찍어달라고 난리.

한명한명 찍어준 후 보여줄 때마다 어찌나 기뻐하는지...ㅎㅎ 

사진을 보내주겠다고 이메일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는데 집에 컴퓨터도 없고 이메일 주소도 없다고 한다.

인도 여행중에는 이런 경우가 많다.

사진을 받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카메라에 담긴 자기모습을 단한번만이라도 보기 위해 사진 찍히고 싶어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꼭 다음엔 폴라로이드나 휴대용 사진프린터를 가지고 와야겠다 생각한다.

 

늦은 오후의 쓸쓸한 느낌의 타지마할

 

또다시 자기들을 찍어달라며 무조건 포즈를 취하는 꼬마 무리를 만났다.

귀여운 녀석들~

 

 

달빛 아래의 타지마할이 훨씬 더 신비롭고 아름답다고 하여 저녁까지 버텨보려 했지만

도중에 배가 고파 결국 포기...

저녁은 안전하게 피자헛으로 정했고 인도에 온 이래 가장 비싼 식사를 하게 됐다.

그래도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지 환상적인 맛에 대만족~

먹을 때는 좋았는데 피자헛이 외곽에 있다보니 역까지 꽤 먼 게 문제였다.

기차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릭샤왈라를 재촉해 초고속으로 달려야했다.

결국 기차시간이 지난 후에 도착했지만 늘 그렇듯 연착된 덕에 무사히 기차를 탈 수 있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기차 안...

타지마할 하나 봤을 뿐인데 왠지 오늘 하루 정말 알차게 보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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