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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뉴질랜드 로드트립] 뉴질랜드 로드트립의 종착지 크라이스트처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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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내 인생의 가장 행복했던 여행인 뉴질랜드 로드트립은 북섬의 오클랜드에서 시작해 남섬의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막을 내렸다. 당시 크라이스트처치는 지진의 처참한 흔적이 곳곳에 고스란히 남아있었고 몇년이 지난 후였음에도 아직 보수작업에 손도 못대고 있는 곳이 많았다. 카메라를 드는 것도 송구스러운 분위기에 서둘러 다운타운을 벗어났다. 

 

 

뉴질랜드를 떠나 우리의 다음 목적지이자 이별의 장소가 될 곳은 호주의 중심인 사막지대 앨리스스프링스. 거기보다야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솜씨 좋은 헤어디자이너를 만날 확률이 높을 터이니 한달 넘게 방치해 제멋대로 자란 머리를 다듬기 위해 미용실을 찾았다.

 

 

마치 의식을 치루듯 경건한 마음으로 머리를 단정히 하고 마지막 식사를 준비할 장을 보고 앨리스스프링스에서 울루루 투어를 위한 트래킹화를 장만했다.

 

 

그렇게 작별을 준비하는 사이 밖에는 기척도 없이 새하얀 첫눈이 도시를 덮고 있었다.

 

 

무지개까지 떴다며 어설픈 호들갑..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고 한번 시작된 감정은 주체할 수 없을 것만 같아 두려웠다는 걸 우린 서로 충분히 알고 있었다.

 

 

마지막날 공항으로 가기 전... 마지막 기억을 도시풍경으로 채울 수 없다며 굳이 교외로 나가 마지막으로 뉴질랜드 특유의 목가적 풍경을 즐겼다.

 

 

뉴질랜드에 작별을 고하기 적당한 곳이었다.

 

 

그리고 비행기 안에서 난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어른이 된 이후 그렇게 아이처럼 울어본 적은 처음이었다. 창피한 줄도 모르고 엉엉... 만약이런 나를 보며 눈살을 찌푸리는 누군가가 있다면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한 시절, 백프로 나 자신일 수 있었던 아이처럼 순수한 시간을 떠나보내는 거니까 이 정도는 누구라도 이해해줘야 하는 거라며 생떼라도 부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당신이 보상이라도 해줄 거 아니라면 상관하지 말라고 따지기라도 하고 싶었다. 과연 남은 생애 난 또 그런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온전히 내 자신과 마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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