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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자이살메르] 사막의 성 그리고 낙타 사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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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자스탄의 명성있는 몇몇 도시들 중 내가 가장 이끌렸던 도시 자이살메르

가장 아껴두고 보고 싶었던 곳이어서 여행 루트를 짤 때도 라자스탄을 맨 마지막으로 두었었다. 설레임에 꼬박 밤을 새우고 도착한 자이살메르는 역시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모래의 성 자이살메르는 지금까지와는 또다른 느낌의 인도였다. 인도 여행은 정말이지 한순간도 날 실망시킨 적이 없다. 매일매일이 설레임의 연속이자 선물 같았던 인도여행...

사진들을 보며 또다시 당장 배낭을 싸고 싶은 욕구를 꾹꾹 눌러 참아본다.

 

 

자이살메르에서만큼은 멋진 숙소에서 묵어 보겠노라 내자신에게 다짐했었기에 큰맘 먹고 예산에서 살짝 벗어난 성안의 분위기 좋은 예쁜 숙소를 구했다. 무엇보다 창가에 앉아 바라보는 사원과 마을 풍경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아침이면 사원의 탑무더기 사이를 뛰어다니는 원숭이 무리들의 소음에 깨어나 창밖 풍경을 보며 끓여 마시던 커피 한잔의 낭만과 이국적인 정취..

 

이렇게 떠올리면 이게 정말 있었던 일인지 꿈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희미해지는 사실적인 기억들과는 반대로 오히려 선명해지고 드라마틱해지는 당시의 느낌들... 과거를 떠올리면 항상 사실에 판타지적인 감성이 더해진다. 마치 인도 영화를 보듯.. 그리고... 미칠듯이 그리워진다. 

 

 

계속 가이드북 없이 다니다가 누군가에게 얻게된 가이드북. ​열심히 보며 길을 찾아보지만 희안하게도 책이 없을 때보다 더 헤매게 된다. 가이드북을 보기 시작하자 어딘가를 꼭 가야된다는 강박이 생겼고 그만큼 더 길에서 멈춰서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다 이 방식이 내 여행의 즐거움을 빼앗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이드 북이 없을 땐 딱히 목적지 없이 그냥 돌아다녔고 내 발 닫는 곳이 바로 길이고 목적지였다.몇시간 동안 나를 교란시켰던 가이드북을 과감히 봉해버리고 다시 자유의 길을 택하자 보이기 시작한 평범한 골목의 아름다움.

 

      

 

이 곳에선 그냥 무심히 걸려있는 빨래 하나. 우두커니 서있는 소 한마리도 그림 같았다.

 

어디에 눈을 둬도 하나하나가 예술작품 같아 넋을 잃고 바라보던 풍경...

 

 

   

 

성안 골목 골목에 숨어있는 보물창고 같은 골동품, 기념품 가게들..사고 싶은게 너무 많지만 짐이..ㅠㅠ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는 티벳 음식점 리틀 티벳. 워낙 티벳 음식을 좋아하는 터라 소문듣고 한걸음에 달려갔지만 맛은 그다지..;;

그래도 전망하난 정말 끝내준다. 

 

 

자이살메르에서 필수코스가 되버린 낙타 사파리. 여행객들의 낭만적인 묘사에 갖게된 환상은 낙타에 처음 올라타는 순간 와장창 깨져버렸다. 엄청난 내 고함소리와 함께..;

 

난 낙타 등이 이리 높은지 처음 알았고 낙타 위 안장이 불안정하니 조심해야한단 얘기도 들은 적이 없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오직 사막의 야생동물들과 사막에서 보내는 하룻밤, 쏟아지는 별들... 하지만 실제 낙타 사파리는 그렇게 근사한 일이 아니었다. 낙타의 익숙치 않은 움직임에 당황스러웠고 줄 하나로 묶어놓은 커다란 안장은 우리가 쓸 몇겹의 이불짐들 때문에 안정적으로 얹혀지지 않아 좌우로 계속 흔들렸다.

 

 

게다가 보통 안장 앞쪽에 있는 손잡이는 부러져 있어 낙타 고삐말곤 잡을 게 없었는데 고삐란건 잡는다고 지탱이 되는게 아니고 내가 낙타 모는 기술을 아는 것도 아니니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낙타 위에 있는 동안은 초긴장 상태였고 낙타에 타고 내릴때 그 순간적인 높이 변화와 불안정한 안장 때문에 당장이라도 땅으로 곤두박질 칠듯한 두려움에 아무리 참으려해도 비명과 눈물이 절로 나왔다. 내가 이렇게 겁을 낼 줄, 이렇게 모잘라 보이게 행동할 줄은 상상도 못했기에 너무 창피했고 빨리 투어를 끝내고 돌아가고 싶었다.ㅜㅜ 

 

 

같이 투어에 참가한 이스라엘 친구들은 낄낄대며 그런 나를 약올렸고 사진을 찍어댔다. 그들은 이미 낙타를 타본 경험이 풍부해 다들 스스로 낙타를 몰았다. 심지어 전속력 질주까지... 

 

 

그래도 시간이 지나 좀 더 익숙해지긴 했지만 끝까지 두려움을 극복하진 못했다... 설마 내가 낙타타기 따위에 좌절할 줄이야... 내 생애 가장 충격적인 일이었다.ㅡㅡ;  아무리 생각해도 분하다.  언젠가는 꼭 멋지게 타 보이고 말겠어!  

 

 

 

낙타사파리 투어에는 몇가지 일정이 있는데 내가 참여한 투어는 사막 마을에 들러 그 곳 사람들을 만나 잠시 시간을 보낸 후 계속 사막을 달려 커다란 모래 언덕에서 하룻밤을 자고 돌아오는 일정..

 

 

하지만 출발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 내리다 멈추다를 반복했다. 사막이라 더운 날씨를 예상했는데 이런 날씨에는 다른 어떤데보다 훨씬 더 춥다는.. 겨울처럼 추워서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꺼내 입고 쓰고 걸쳤다. 패션 따위는 문제가 아니었다. 사막에서 얼어 죽을까봐 투어를 포기할 수는 없었으니.

 

 

 

 

비가 갠 틈을타 식사를 준비하는 낙타몰이꾼과 가이드.

오른쪽 아저씨가 낙타몰이꾼인데 나이가 30살...ㅡ0ㅡ; 처음에 보고 70대 노인인 줄 알았다는..; 한창 나이인데 어렸을 때 부터 고생한 탓에 폭싹 늙어버렸다며 자학개그를 하던 유쾌한 사람.

 

 

 

우중충한 하늘, 하루종일 내리는 비 속에 나름 거금의 돈을 내고 낙타를 타고 있다는게 얼마나 스스로 바보같이 느껴지던지..게다가 내가 신청한 투어는 야생동물 관찰 코스였는데 1박 2일동안 본 동물이라곤 낙타 외에는 떠돌이 개와 방목중인 양떼가 전부였다..ㅡㅡ; 야생동물을 하나도 못봤다고 아쉬움에 투덜거리자 때마침 지나가는 양떼를 가리키며 야생 양이라고 되지도 않는 조크를 날리는 가이드.​ 그래도 이스라엘 친구들에게 야생양이 지나간다고 ​떠들며 함께 분위기를 업시키려 노력했던건 여행일을 해본 나로서 이런 상황에서 가이드가 얼마나 난감한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ㅎ​

 ​

 

이 코스의 하이라이트인 사막 언덕. 난 사하라 사막같은 풍경을 상상했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황무지 사이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모래언덕 하나가 전부였다. 원래 이 곳에서 야영을 하는 일정이지만 비 때문에 땅이 젖은데다 밤에도 비가 내릴 확률이 높아서 그냥 다시 성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낙타몰이꾼의 양치는 아버지가 지어놓은 축사에서 잠을 청할지 결정을 해야했다. 그냥 돌아가기 아쉬웠던 우리는 의논 끝에 후자를 택했다.

 

 

양떼를 몰고 나왔다가 시간이 늦거나 비를 만나 집에 돌아가지 못할때 머무는 은신처라고 한다. 사막에서 별을보며 잠이 드는 낭만은 놓쳤지만 지금은 오히려 더 색다른 추억이 된 늦은 밤까지 모닥불에 모여 각자의 얘기를 나누던 양치기 은신처에서의 하룻밤..

여행중에는 무엇이든 낭만이 된다.

 

 

마음 같아서는 몇일이고 더 머물고 싶었던 자이살메르.

그래도 떠나야할 때를 알고 떠나야만 하는 게 여행자. 어딘가를 떠날 때는 아쉬움만 있는게 아니니... 다음엔 또 어떤 풍경을, 어떤 이들을 만나게 될지 다시 시작되는 두근거림. 그 두근거림에 중독된 나는 또 발길을 옮긴다. 다음 목적지인 푸쉬카르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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