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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뉴질랜드 로드트립] 다윈으로 가는 길2-세상 제일 멋진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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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바라본 은하수를 품은채 잠들고 새벽녘 여명에 잠이 깨어 먼동이 터오는 것을 지켜봤다. 천천히 하늘이 색을 띄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불덩이같은 해가 불쑥 솟아올랐다. 




'우와!!!!!!'하고 호들갑을 떨고 싶었으나 아무도 없는 텅빈 옆자리...

언제나처럼 '와..멋지네...'라는 혼자말로 끝내기엔 너무 아쉬운 순간이었다.

우울감에 빠지려는 찰나 애써 밝은쪽으로 생각을 바꾸기로 한다.


-모두 잠든 시간 홀로 깨어 저 커다랗고 붉은 해를 나혼자 맞이하고 있으니 그 기운은 모조리 내꺼!

 내가 다 흡수해서 잘먹고 잘살테다!!



해를 등진 반대편 하늘은 핑크빛으로 물들어있었다. 황야에서의 불편했던 하룻밤을 세상에서 제일 멋진 일출로 보상받은 아침.



짐을 꾸려 다시 떠날 시간이다. 생수로 양치를 하고 물수건으로 얼굴만 대충 닦은채 꾀죄죄한 몰골로 출발~



북으로 갈수록 풍경은 점점더 황량해져갔다. 나무는 점점 줄어들었고 대신 그자리는 거대한 개미집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태어나 처음 바라보는 풍경에 그저 신기. 


저 수많은 탑들이 죄다 개미집이라니.. 새삼 개미가 두려운 존재처럼 느껴진다. 저들이 작심하고 반란을 일으켜 인간을 몰아내고 지구를 차지하려 한다면? 아 또 금새 망상에 빠져버렸다. 이럴때가 아닌데... 곧 다윈에 도착할테고 그다음 행선지를 정하는게 급선무다. 혼자 머리를 흔들어대며 쓸데없는 상상들을 쫓아내버리고 다시 현실에 대해 생각하기로 한다.


조용히만 있다가 갑자기 혼자 도리질을 하는 나를 본다면 분명 이상한 아이라 생각할텐데 싶어 앞에 앉은 둘의 눈치를 살폈지만 둘은 오늘도 싸우기에 여념이 없다. 덩치도 큰 둘이 눈을 부릅뜨고 쌍욕을 해가며 죽기살기로 싸우니 이러다 무슨일이라도 나는거 아닌지 처음에는 덜덜 떨었는데 그러다 또 한순간에 언제 그랬냐는 듯 러브러브한 분위기로 돌변하니 이젠 이력이 났다. 그저 사랑싸움이라고 넘기기엔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발언들인데 어떻게 그말들을 듣고도 다시 사랑의 감정이 돌아오는지 이해하기 참 어려운 관계. 남녀 관계는 어차피 당사자가 아닌 이상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일인지도...


그러고보니 이 더운 곳에서 이틀째 씻지 못하고 땀만 흘리고 있으니 감정이 더 격해졌던 건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들의 싸움에 전날보다 더욱 짜증이 몰려왔다. 다들 같은 결론에 도달했는지 돌연 돈을 내고라도 샤워를 할 수 있는 곳을 찾아보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주변에 유료캠핑장을 찾아 샤워비만 조금 지불하고 샤워를 할 수 있었다. 먼지를 씻어내고 몸의 열기를 식히고 나니 정말 다른 세상. 잠시 그 기분을 만끽한 후 우린 다시 길위로 돌아갔다. 



화장실이 가고 싶어질 때쯤 나타나는 휴게소. 그리 많은 인파가 지나다니는 길이 아니기에 편의시설이 거의 없지만 그래도 다행히 중간에주유를 하거나 먹거리, 토산품을 구할 수 있는 간이 휴게소 같은 곳이 하나씩 있다. 각 상점은 얼마되지 않는 통행인들의 발길을 붙잡기 위해 나름대로의 컨셉으로 안간힘을 쓴듯 꾸며져 있었다.



이곳을 지나간 여행자들의 자국 화폐, 자국기, 신분증 등이 덕지덕지 붙어있던 Bar. 그만큼 희소가치가 있는 장소라는 반증이기도 하겠지 싶어 나도 흔적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아쉽게도 남기고 갈만한 물건이 하나도 없었다. 앞으로는 혹시 모르니 여행할때 한국 지폐 하나쯤 꼭 가지고 다녀야겠다...




반가운 태극기. 기왕이면 똑바로 달아주시지.. 드물지만 한국인들의 흔적도 있다는게 왠지 너무 반갑다. 함께하는 영국 커플이 끊임없는 다툼 속에 말한마디 못한채 생전 처음보는 낯선 곳을 여행 중이기에 더욱 그러하겠지...;; 



좀더 달려 또다른 상점 방문. 안에는 사설 동물원이다. 우리 운전담당이 제일 들르고 싶어했던 곳. 


입구에 반가운 핑크팬더 발견!



우와 이게 얼마만이야~ㅎㅎ 요즘 아이들은 알랑가 모르겠네



핑크팬더의 광팬인지... 온통 핑크핑크한 곳.



여러 동물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평범했고 그나마 특별했던 건 에뮤와 악어. 특히 이곳에 그렇게 꼭 들러야한다고 노래를 부르던 친구가 오고싶어 했던 이유가 바로 이 악어 때문이란다. 영국 동물원엔 악어가 없니?;;;



그렇게 악어가 좋다면 카카두 국립공원에서 야생악어트립을 하는게 어떠냐고 얘기하니 그건 또 무섭단다. 겁쟁이라고 놀려댔지만 정색을 하고 전에 관광객이 잡아먹힌 적도 있다는 얘길 하니 나도 역시 관두는게....사실 무서운거 보다도 경비 때문에 애초부터 참여할 생각도 없었다. 호주는 액티비티들이 너무 비싸ㅜㅜ

로드트립은 다윈에서 끝나지만 그 후 어디로 갈지 얼마나 떠돌지 알 수가 없으니 그 결정이 날때까진 무조건 돈을 아껴야만 했다.



샤워를 하고난 후 눈에 띄게 조용해진 커플. 내가 합류한 이래 처음으로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호주에서 살아보려 영국에서 건너와 몇달 일하고 몇달 여행하며 이동하고 또 다른 지역에서 정착해 일하며 그렇게 총 2년을 보낸 그들은 차가 곧 집이어서 온갖 살림살이로 남는 공간이 거의 없었다. 뒷자리에는 나하나 겨우 앉을 수 있는 정도. 

내가 다리를 저렇게 펴고 있는건 내가 원해서가 아니라 그 밑에도 짐이 꽉차있기 때문. 나 정도의 체구니 이 자리를 마다않고 불평 한마디 없이 함께 했지... 그들 입장에서도 내가 반가웠을 것이다. 



또다시 계속된 지루한 길에 유일한 볼거리였던 산불... 건조해서 한번 불이 붙으면 장작 타듯 아주 활활 잘 탈것 같다.




멋진 풍경에 감탄 한번 해주고~ 또다른 밤을 맞은 우리.

나만큼이나 지지리 궁상여행을 추구하는 그들이지만 지난밤의 불편함과 그로 인해 하루종일 기분이 엉망진창이었던 것을 감안해 이번에는 돈을 좀 내더라도 기본적인 시설이 되는 곳으로 택했다. 길옆 졸음쉼터 같았던 열악한 지난밤 캠핑장소에 비해 잔디밭이 깔려있고 깨끗한 샤워장과 화장실이 있는 캠핑장. 



이날밤은 좀 편히 잠드나 했지만... 샤워장이 멀리 있어서 샤워 후 돌아오는 길에 목걸이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다시 기분이 다운됐다. 비싼건 아니지만 여행중에 소중한 친구에게 받은 목걸이였다. 다음날 떠나기 직전까지 이동했던 동선을 따라 잔디밭을 샅샅이 뒤졌지만 찾을 수 없었다.

당시엔 너무도 속상했고 떠나는 마당에 불길한 일이라 생각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호주에서의 추억에 너무 매달려 계속 울적해있던 내게 과거는 과거로 두고 새로운 시작을 하라는 메세지로 받아들이는 게 맞지 않았을까 싶다. 모든건 생각하기 나름이고 내가 찾은 의미만이 진실이 되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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