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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뉴질랜드 로드트립] 호주와의 이별장소 다윈의 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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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에 도착하기 직전 영국커플의 지인이 인근 캠핑장에서 지내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 우린 같이 들러가기로 했다. 부인과 사별 후 혼자 떠돌며 사는 나이많은 집시란다. 그는 그 곳에 텐트를 치고 자급자족을하며 '살고' 있었다.

집시는 내게 늘 흥미로운 존재다. 어렸을 때부터 늘 남들과 다른 생각, 다른 관심사를 가지고 살아온 내게 뭔가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존재. 동경에 가까웠다. 다 버리고 남들 시선에 신경쓰지 않고 내맘대로 자유롭게 사는 것. 경쟁이나 욕심 없이 그저 삶 자체만으로 행복할 수 있는 사람들. 아직은 스스로를 제대로 알지 못한채 헤매던 시절의 이야기지만.. 그때는 그 모습이 마냥 부러웠었다.

어떻게 아무것도 가진거 없이 당장 내일을 알 수 없는 불안정한 저 삶에 만족하고 행복해할 수 있을까...하지만 그 의문 이면에는 '난 왜 그러지 못할까'라는 생각이 숨어있었다. 거기서부터 잘못되있었다. 

난 좀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어야 했다.

'나는 어떻게 하면 저처럼 마음으로부터 행복할 수 있을까. 무엇이 날 행복하게 할까. 난 어떤 사람일까' 

당시에는 아직 스스로를 내몰던 습관이 깊이 베어있던 때였기에 무엇이 날 불안하게하고 불행하게 하는지 모른채 여전히 방랑중이었다.


더욱 복잡해진 마음으로 도착한 다윈.

다윈에 대한 내 느낌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유일한 곳.

특별히 너무 좋다거나 환상적이라거나 그런게 아니라 뭔가 어느 장소와도 다른 느낌.  

케언즈와 비슷하겠지 생각했던건 큰 착각이었다.

일단 케언즈와는 비교도 안되게 큰 도시였다. 물론 시드니나 멜번 이런 도시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물가 역시 비교도 안되게 비싸다.


뭐가 이도시를 이렇게나 특별한 느낌이 들게 할까 많이 생각해봤는데 그것은 다윈의 색감과 전체적인 분위기 때문인 듯 하다. 어디에나 있는 하늘과 바다지만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색감이었다. 그 미묘한 차이를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지만 일몰만큼은 누구나 확연히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케언즈의 라군을 그리워하며 찾았던 다윈의 라군은 케언즈와는 많이 다른 분위기였다. 인공 파도까지 있는 고급진 라군.





다윈의 일몰은 이미 명성이 자자한지 일몰때만 되면 해변가로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었다. 태어나서 지금껏 본적이 없는 색감의 일몰. 내 생애 베스트 일몰 중에 손을 꼽는 장관이었다. 





해가 다 잠기고 난 후의 황혼이 더욱 멋졌던 다윈의 일몰. 세상이 온통 형광다홍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역시 혼자보기 억울했던 멋진 풍경...



일몰 후 배가 고파 주위를 어슬렁 거렸다. 온갖 노점상들이 즐비해 있는데 어디나 사람이 많아 한참 줄을 서야만 했다. 



먹거리 뿐 아니라 각종 상점들도.. 남태평양의 크고 작은 섬들의 토속품들, 열대섬 특유 분위기의 옷과 잡화들, 동서양이 섞인 매력적인 물건들이 잔뜩 있었다. 하지만 가격은 역시 호주였다. 발리 같은 곳에서 물건을 떼어다 팔면 꽤나 남는 장사겠다 하는 생각이...



사람들이 많이 모여드니 길거리 공연들도 성황이다. 나도 먹거리를 사와 한자리 차지하고 앉아 시간을 보냈다.



다윈에 도착한날 여기저기 숙소를 찾아봤지만 전부 만실이었다. 당시 6월이라 다윈은 점점 기온이 낮아지고 있었고 여름에는 너무 뜨거워 아무도 찾지 않는다는 이곳이 성수기를 맞고 있었기 때문. 숙박료도 상상이상이었다. 호주에서는 가격이 높아 잘 이용하지 않는 유스호스텔인데 다윈의 유스호스텔은 평도 좋았고 그날 유일하게 한자리가 남은 곳이었기에 다른 대안도 없어서 이 곳에 머물렀다. 

그런데.. 같은 방에서 만난 한국인 언니. 얼마만에 보는 한국인인지.. 같은 한국인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반가웠다. 이미 몇일을 묵고 있었던 언니 소개로 금새 숙소내 많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왁자지껄한 밤을 보냈다. 케언즈에서의 일상이, 그 시절의 사랑스런 친구들이 더 생각나 울컥울컥. 



언니는 다음날 카카두 국립공원 투어를 가게되어 하루밖에 보지 못했지만 덕분에 많은 친구들이 생겨 다윈에서 외롭지 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후 행선지는 발리. 드디어 평생 가장 길고 풍성하고 열정적이었던 일년, 호주생활이 끝나는 날. 새로운 친구들의 페어웰파티에 쓸쓸하지 않은 마지막 밤을 보내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가장 힘들고 외로운 밤이 되었을테니. 

이제 또다시 혼자만의 시간...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를 찾아가는 길. 그 길 위에 다시 홀로 서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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