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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아름다운 해변에서의 휴식 그리고 그 안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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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1. 19


콕스바자르 도착.

방글라데시의 관광수도라 불리는 해변 휴양도시 콕스바자르(Cox's bazar).

콕스바자르의 해변은 세계에서 가장 길기로 유명한데 그 길이가 무려 120Km에 달한다.

당시 그 정도 길이일 거라고는 전혀 예상도 못한 나는

세계에서 가장 긴 해변을 내발로 끝에서 끝까지 걸어 보겠다며 쓸데없는 욕심을 부렸었다.

반나절을 걷고 또 걷다 지쳐 포기했었는데 실제 그 거리를 알고나 지금 생각하면

그저 헛웃음만 나온다. 하.하.하...;;

 언어도 통하지 않는 외국인 여자 둘이서 콕스바자르를 가겠다니 걱정을 떨쳐버릴 수 없었던 다카에서 만난 알리가

콕스바자르까지 동행해 안내를 자처했다.

그는 한국과 무역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인에 대환 관심과 애정이 많고

처음 한국과 무역을 시작할 때 방글라데시에 사는 한인목사님께 굉장히 많은 도움을 받아서

본인도 어려움에 처한 한국인이 있다면 꼭 도와줄꺼라고 다짐했었단다.

우린 정말 괜찮다고 만류했지만 사실 마음 속으론 그의 안내를 받는다면 정말 든든하겠다 싶었다.

그리고 출발 당일 그는 결국 따라나섰다.

그리고 그의 덕분에 중급정도 되는 수영장을 갖춘 호텔을 비수기라는 이유로 400다카에 흥정할 수 있었고

호텔내 레스토랑에는 머무는 동안 우리가 먹을수 있을만한 음식을 대접하도록 미리 얘기를 해주었다.

인도와 달리 방글라데시 음식은 육류가 많고 기름져 사실 먹기가 힘들었다.

알리는 그렇게 우리의 편의를 다 봐주고 다음날 회사일로 인해 바로 다카로 돌아갔다.

떠나면서도 호텔 직원들에게 우리를 잘 돌보도록 큰 팁을 건네고 갔는지 이후 우린 이 호텔에서 완전 귀빈 대접을 받았다.

알리의 친절이 너무 고마워 그가 한국에 사업차 왔을 때는 우리가 식사대접을 하기도 했었다.

도착 당일 호텔에 짐을 풀고 그 유명한 해변을 보기 위해 서둘러 바다로 향했다.

처음 콕스바자르 해변이 눈에 들어온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빛에 반짝이는 금빛 모래사장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고

해안선을 따라 일렬로 늘어선 형형색색의 파라솔들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다.

얼핏 봐서는 선진국의 해변 휴양지에 비교해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일단 모래사장이 너무 깨끗해 적응이 되지 않을 정도...

해변가에 위치한 호텔 건물들도 깨끗하고 고급스러워보였다.

파라솔에 자리를 잡고 시간당 요금을 지불하고서 휴식을 즐긴다.

비수기라고 해서 좀 걱정했는데 방글라데시 최고의 휴양지답게 꾸준히 관광객들이 있어 썰렁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산한 풍경이 더욱 아름다웠던 곳... 

모래사장에 말이 돌아다니는 모습도 신기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관광지에서 돈을 내고 말을 타는 경우가 있지만 이렇게 자유롭게 해변을 거닐 수 있다니...

말의 대소변은 어찌 처리하는 걸까?

신혼여행을 온 듯한 커플도 보였다.

주위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은채 영화배우같은 포즈를 취하며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있는 그들의 주위에는

사랑과 행복의 아우라가 퍼져나오는 듯 했다.

 

콕스바자르의 해변에 매료된 우리는 매일아침 눈 뜨자마자 해변으로 향했고

하루종일 파라솔 아래에서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풍경을 감상했다.

그렇게 똑같은 하루를 몇일을 보내도 질리지 않는 매력이 있었다.

파라솔에 가만히만 앉아있어도 눈앞에 영상을 보듯 많은 풍경들이 스쳐갔다.

 

조용하고 한가로운 해변 휴양지지만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 안에 역동적인 삶의 모습이 있다.

과자를 파는 아이와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

코코넛을 파는 소년

아이스크림 통을 끌고 다니던 아이

조개, 고둥 등으로 장신구를 만들어 파는 여인, 기념품이 잔뜩 든 바구니를 들고 가는 총각, 뛰어노는 아이들...

이 곳에서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 해변은 삶의 터전인 것이다.

 

이 역동적인 모습들 속에서 가슴을 아프게 하는 이들도 있었다.

조개장식품을 팔던 이 아이는 너무 어렸다.

대여섯살 밖에 되보이지 않던, 엄마 손을 잡고 칭얼거리는게 더 어울릴 것 같은 아이는 생계를 위해 물건을 팔고 있었고

나이에 맞지 않게 세상 다 산듯한 너무도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환하게 웃으며 뛰어놀아야 하는 나이인데...

아이를 웃게 해주고싶은 마음에 이 곳에서 역시 많은 이들이 사진을 찍어주면 뛸뜻이 기뻐하던 걸 떠올리고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카메라를 향했는데그래도 여전히 표정 없이 바라보던 얼굴...

당황스러움과 함께 가슴이 먹먹해졌다.

아이가 팔던 물건은 험한 여행중에 부서질 게 뻔하기에 살 수가 없었다.

대신 가지고 있던 과자와 과일을 건넸다.

그걸 보고 갑자기 다가와 노래를 부르던 두 아이.

이 아이들에게도 과자를...

그 후로 소문이 났는지 우리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다음부터는 매일 해변에 나갈 때에는 과일과 과자를 사서 챙겨가 나눠주곤 했다.

곳 릭샤왈라들은 외국인 상대를 별로 안해서 그런지 바가지요금이 없어 실랑이 할 일이 없으니 마음이 편했다.

게다가 외국인이 전혀 없다보니 우리가 이미 유명해졌는지

해변에서 호텔로 돌아갈 때는 많은 릭샤 왈라들이 우리가 묵는 호텔이름을 외치며 우릴 불렀다.

릭샤가 출발하면 동네 꼬맹이들이 몰려와 우리 릭샤를 따라오며 환호를 했고 우린 사탕을 던져 주며 손을 흔들었다.

조금이라도 그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다는게 우리의 작은 바램이었다.

콕스바자르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해변 뒤편에는 빈민가가 있다.

멋드러진 호텔과 상가들로 가려진 골목 사이로 배고픔에 굶주린 이들이 살아가고 있었다.

아름다운 풍경과 너무 다른, 그들의 고달픈 삶이 가슴이 아프지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게 답답했다.

배를 가리고 있던 천을 들어올리자 정말 과장 없이 배가죽과 등가죽이 들러붙어

소화기관이 전부 사라진 것처럼 배가 푹 꺼진 할머니를 봤을 때는

그 충격적인 모습에 나도모르게 비명이 새어나오고 말았다.

 

먹을걸 건넸지만 오히려 그걸 먹고 탈이 나지는 않을지 걱정이 돼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내가 다른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돈을 많이벌고 싶다...

이번 여행은 내가 처음으로 그런 마음을 갖기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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