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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시판돈 4000Islands, 라오스 여행의 마지막 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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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핑 버스로 편안히 빡세에 도착한 우리는 버스 터미널에서 시판돈으로 가기 위한 버스를 찾았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물어도 다들 쏭테우만을 가리켰다.

버스는....없단다.

보통 여행사에서 패키지로 시판돈까지 예약을 한 경우 빡세에서 일반 버스로 갈아타는데 공용 버스 터미널에서는 버스가 운행되지 않는 것...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빡세에서 시판돈의 선착장까지는 3시간.

그 긴 시간을 우린 좁고 불편한 쏭테우로 이동할 수 밖에 없었다.ㅜ.ㅜ



양쪽으로 가느다란 벤치가 있고 가운데에도 긴 벤치를 놓고 빈자리 없이 꽉꽉 채워 손님을 실었다.

발 사이사이에는 아주머니들의 장바구니 짐들이 가득가득...

이 불편함 속에서도 투정한번 안부리고 얌전히 앉아있는 꼬마들이 너무 귀여워 우리는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주고 가지고 있던 과자를 나눠줬다. 



당시 시판돈이 라오스의 마지막 일정이었던 우리는 추가로 환전을 하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남아있는 짯을 아주 치밀한 계획에 맞춰 사용해야만 했다. 짯은 라오스 밖으로 나가면 그저 휴지조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지고 있던 걸 전부 다 나눠주고 돈을 아끼느라 쫄쫄 굶고 있는데 이 가족들은 차가 잠시 멈춘사이 달려드는 장사꾼들 틈에서 커다란 통닭구이 2개와 밥을 샀다.

아이들이 어찌나 쪽쪽 거리며 맛있게 먹던지..ㅜ.ㅜ

지금까지 살면서 그렇게 맛있어 보이고 먹고 싶은 욕망이 극에 달했던 건 처음이었던 것 같다. 

베푼게 있으니 돌아오는 게 좀 있을까 기대도 해봤지만 그들은 냉정했다....


엉덩이가 아파 미칠 것 같았다.

쿠션감 전혀 없는 딱딱한 의자에 무릎한번 펴보지 못하고 몇시간을 있었으니...온몸이 그대로 굳어버린 듯 했다.

하지만 바람이 시원하게 통하는 쏭테우를 타고 시골 사람들과 시골길을 달리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라 나쁘지만은 않았던 여정... 



방비엥에서 시판돈으로 곧장 가는 길을 택했던 동생들이 조금 먼저 도착해 있었다.

같은 돈에 훨씬 많은 고생을 한 우리...ㅡㅡ;

그래도 그들이 편하게 '이동'만 하는 동안 우리는 고생하며 사람들과 보대끼며 '여행'을 했으니까!

...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나..ㅡㅡ;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가는 길.

영어이름인 4000 Island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곳.

4000개의 섬이라.. 뭔가 완전 환상적일 것 같았던 기대감..과는 달리 라오스에서 쭉 봐오던 흙탕물과 그냥 평범한 섬이 몇개 보일 뿐이었다. 누가 이름을 지었는지.. 그 사람은 정말 상상력이 풍부한 뻥쟁이었던 듯!



낙후된 오지에 순박한 사람들, 아름다운 풍경.. 이런 과장된 가이드북의 소개에 꼭 시판돈에 들러보고 싶어 결정한 루트였는데 가장 많이 실망한 곳이었다. 괜히 동생꺼 가이드북 봤다가 혹해가지고...ㅡㅡ

역시 가이드북 없이 여행하는 내 스타일이 진리다.

일단 가이드북에 소개되면서 너무 많은 여행객들이 몰렸고 무분별하게 개발이 되면서 고유의 순박한 매력은 사라졌다. 숙소들은 가격대비 시설이 형편없이 열악했다. 처음 잡았던 숙소에서는 수도에서 흙탕물이 계속 나왔다. 서양 여행객들은 여기서도 술을 밤새 마시고 시끄럽게 음악을 틀고 떠들어댔다. 자연을 벗삼아 유유자적하기 좋은 곳으로 그려졌던 이미지는 집시 흉내내며 방종을 일삼는 게으르고 철없는 이들의 현실도피처로 변질됐다.



오랜 이동으로 녹초가 된 몸을 편히 쉴만한 숙소를 찾기가 힘들어 섬 안의 숙소를 다 돌아다녔기 때문에 몸도 마음도 너무 지쳐 있어서 더 부정적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동에 드는 비용, 고생, 섬 특유의 불편함 등을 모두 감수하고서라도 가야만 하는 특별한 매력을 전혀 찾을 수 없었던 곳.


게다가 라오스 여행을 계속 함께 해온 동생들끼리도 바로 이 곳에서 트러블이 생겨 사이가 틀어져 버렸고 덕분에 나까지 껄끄러워졌다.

이 곳..나랑 뭐가 안맞나..?ㅡㅡ



그러고보면 라오스 여행은 너무 휩쓸려 다녔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이런 여행을 하려던게 아닌데...

애들이 너무 재밌고 좋아서 너무 오래 같이 있었던 것 같다. 

결국 우린 시판돈에서 하룻밤 잠만 자고 다음날 아침 일찍 캄보디아 국경을 넘기로 했다.

그리고 이제는 다시 본래의 목적으로 돌아가 내 여행에 충실해야겠다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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