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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씨포(Hsipaw) 고산족 트레킹, 미얀마 여행의 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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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고산족 트레킹을 떠난 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날씨부터 확인했는데 전날 그렇게 맑은 하늘에 멋진 일몰을 보여 주던 하늘은 하룻밤 사이 돌변하여 비를 머금은 회색 구름이 잔뜩 깔려 있었다.

게다가 우리 일행이 출발함과 동시에 쏟아지기 시작한 비..ㅜㅜ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건 잠깐 쏟아진 후로는 줄곧 보슬비만 내렸단 것...

긍정적으로 보자면 땡볕아래 걷기보단 시원하니 좋았다.

신발이며 온몸이 진흙탕에 범벅이 되긴 했지만..ㅡㅡ;

우리 일행은 고산족 가이드 한 명과 호주에서 온 2명의 여학생이탈리아 남자 그리고 나 이렇게 총 5명이었다.

 


본격적으로 트레킹이 시작되면서 처음 만난 모내기 풍경..



서양 친구들은 동양의 시골 풍경이 너무 신기했는지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산속이지만 걷는 내내 이런 소박한 시골 풍경들을 만날 수 있어 심심할 틈이 없었다.



거의 매일 산을 오르내리느라 다리에 무리가 갔는지 제발 천천히 가자고 애원하며 계속 우리 뒤를 따라오던 가이드 아저씨;;;

누가 누굴 가이드 하고 있는건지ㅎㅎ



트레킹 중에 몇 개의 마을을 지나는데 마을 입구에는 사진처럼 이런 문이 있다.

위에 꽂혀 있는 칼은 잡귀액운 등을 쫓는 일종의 부적 같은 의미라고 한다.

일본의 도리이나 우리나라 장승 같은 역할.

아시아는 어딜 가나 이렇게 비슷한 문화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재밌다.



중간에 비가 많이 와서 가이드가 아는 아주머니 댁에 잠시 머물렀는데 없는 살림에도 손님이라고 또 그냥 보내지 않고 차와 과자로 정성껏 대접해 주신다.



2시간을 더 가야만 원래 묵으려던 숙소에 도착하는데 날씨 때문에 지체가 많이 돼서 아랫마을에서 묵기로 했다. 

이틀 후 만달레이로 가야만 하는 나는 1 2일 트레킹 밖에 할 수 없었지만 나머지 일행은 모두 2 3일 일정... 

내일 하루만에 모든 일정을 다 소화해야 하는 나는 혼자만 2시간 거리를 오토바이로 이동해서 다른 곳에서 자야 된다는 얘길 들었다.

난 같이 산행을 하며 이제 막 좀 친해 지려는 이들과 떨어져 혼자 낯선 곳에서 자고 싶지 않았고 친구들 또한 아쉽다며 가이드를 설득했다.

덕분에 난 일정을 전격 수정하여 그들과 같은 숙소에 묵고 다음날 나머지 트레킹을 한 후 내려가는 길은 오토바이를 타고 가기로 했다.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빗물을 받아 샤워를 했다. 

샤워장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천장이 없이 커튼 같은 것으로만 살짝 가려 놓은 곳에서 씻어야 했는데 비바람 때문에 위에서 비는 쏟아지고 커튼은 휘날리고..;;;

옷을 제대로 벗지도 못하고 씻는 둥 마는 둥 대충 진흙만 씻어 냈다.

그래도 개운~~



시골집에서 친구들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담배보다 훨씬 큰 라이터에 웃음꽃이 피기도 했고 단 하룻밤 뿐인 인연이지만 따뜻하게 챙겨 주는 가족들 때문에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음식은 또 얼마나 맛있던지...

정말 단순하고 소박한 시골 밥상이었지만 재료가 워낙 신선하고 맛있어서 그런지 오랜 산행으로 식욕이 돌아 그런지 모든 음식이 정말 환상적으로 맛있었다지역 특성상 육류를 전혀 이용하지 않고 백프로 채소로만 만들어진 음식들은 내 입맛에 꼭 맞았다.



식사 후에는 이들의 전통 의상을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전통 춤 동작을 따라 하기도..ㅎㅎ



동양인인데다 까맣게 탄 탓에 진짜 현지인으로 보이는 나ㅋ

 

고산족 마을에서 실제 그들의 가옥에서 숙박을 한다고 했을 때 기대도 되긴 했지만 사실 걱정이 많았다

지저분하진 않을지...

화장실과 욕실이 더럽고 불편하진 않을지...

그런데 이불도 깨끗한 새 걸로 내주고 화장실은 재래식이긴 하지만 냄새가 나거나 더럽지 않았다.


다만 묵었던 곳이 산 정상에 가깝다 보니 물이 부족해 빗물을 받아 쓰고 있었는데 노천에서 바람에 휘날리는 커튼을 한 손으로 부여잡고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모아 뒀던 빗물로 샤워를 하는 건 여행고수라 자처하는 내게도 역시 고난이도긴 했다.;;

특히 이럴 땐 어쩔 수 없이 여자란 점이 핸디캡으로 작용한다는 게 속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굉장히 마음에 들었던 고산족 마을에서의 편안하고 고요한 하룻밤^^

비에 젖은 풀잎 내음, 오래된 목조 건물에서 나는 특유의 향, 수분을 머금은 흙 냄새 등..

어렸을 때 시골 외갓집이나 절에서 잘 때 맡았던 그 향들을 맡으며 추억에 취해 잠들었다. 



다음날밤새 내리던 비가 갠 직후의 상쾌한 아침~!



아침 식사 역시 모두 채소류~

보기엔 썰렁하지만 진짜 너무 맛있다.

내게는 전세계에서 가장 맛있었던 미얀마 음식.

정말 담백하고 깔끔한 그들의 음식을 배워 보고 싶다.



둘째 날은 본격적으로 고산족 마을을 둘러보았다.



외국인이 신기한 아이들은 어딜 가나 우리 주위를 맴돌았다.



이 동네엔 텔레비전도 없는 것 같던데 애들은 어떻게 아시아 공통 포즈인 '브이'를 알았을까?

카메라를 보고 귀엽게 V를 지어 보이는 아이들^^



왜 미얀마가 인물 사진작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나라 중에 하나인지 알 것 같다.



미얀마 사람들은 참 예쁜 이들이 많다.

이목구비도 아기자기 예쁘기도 하지만 아마 때묻지 않은 순수함 때문에 더 예쁘게 보이는 건 아닐지...



이 조그만 마을에는 절도 있다.

공부 중이던 동자승들도 외부인의 출현에 호기심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촬영에 협조한다.



트레킹으로 외부인들이 자주 다녀가는 곳이기에 적응을 한 것인가?

그래도 여전히 크게 상업화 되진 않은 곳이기에 아직까진 순수함을 간직한 느낌이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미소를 보고 있으니 그 순간만큼은 내 근심 걱정이 모두 사라지는 듯 했다.

 


이들의 전통 부엌... 

식사에 항상 볶은 땅콩을 내오던데 평소에 견과류를 잘 먹지 않는 나지만 직접 수확해 방금 볶아 온 땅콩은 정말 고소하고 맛있어서 손을 뗄 수가 없었다.


나는 원래 묵기로 했던 마을까지 이동한 후 점심을 먹고 일행들과 헤어져 다른 루트로 하산을 해야 했다.

이제 이별할 시간~

다들 너무 좋은 사람들이어서 헤어지기 많이 아쉬웠다.

아마 다신 못볼 사람들...

한국을 떠나 온 이래 '정들자마자 이별'을 쉼 없이 겪어야 하는 게 이제 좀 지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산속 학교에서 점심 시간에 자유롭게 뛰노는 아이들..

아이들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하다.



아이들과 좀 놀다가 선생님들이 주신 차를 한잔 마시고선 다시 길을 떠났다.

언어가 통한다면 더 그들의 생활 속에 들어가 볼 수 있었을텐데..

너무 짧게 휙 둘러보고 온 느낌이 들긴 했다.

제대로 체험을 하려면 몇 일간 한 마을에 머무르는 게 좋을 듯..

치앙마이에서 만났던 스페인 친구는 그런 식으로 한 달을 고산족 마을에서 지냈다고 한다.

나도 언젠가?!!

 

하산은 전날 얘기한 대로 오토바이를 타고 내려왔다.

그런데 이게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한 얘기와는 달리 중간 중간에 길이 오토바이 바퀴 넓이 정도 밖에 안될 정도로 너무 좁고 그 옆은 바로 천길 낭떠러지...

게다가 땅은 온통 진흙투성이라 쉽게 바퀴가 미끄러지거나 진흙탕에 빠지곤 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무사히 도착하기만을 빌고 빌며 끝까지 갔지만

정말 위험천만했던 경험..ㅡㅡ

 


위험한 지역은 다 지나온 후 마지막으로 바퀴가 진흙에 빠졌을 때..

오토바이에도 무리가 많이 갔는지 아예 시동이 걸리질 않는 난감한 경우도 겪었다.

결국 나는 혼자 걸어 내려가고 이 친구는 다음 마을까지 오토바이를 끌고 내려가야 했다.



비록 내려올 때 고생을 좀 하긴 했지만 그래도 정말 좋았던 경험..

태국에서 하는 상업적이고 형식적인 고산족 트레킹 보다는 훨씬 현지인들과 소통과 교감이 가능했던 미얀마 씨파우에서의 고산족 트레킹 체험!

앞으로 살면서 힘들 때, 재충전이 필요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를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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