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인도 첸나이-마말라푸람] 마말라푸람의 아름답고 정교한 석공예의 진수 아르주나의 고행, 해변사원, 파이브 라타스

본문

반응형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앞두고 뿌리의 숙박비가 두배로 뛰었다. 같은 곳에서 두배의 숙박비를 지불하면서 더 머무르기엔 왠지 억울한 감이 있어서 그냥 쿨하게 다음 목적지를 향해 떠나기로 했다. 첸나이행 열차는 뿌리에서 직접 가는 게 없어 부바네스와르 역까지 이동해야 했다. 부바네스와르까지 어떻게 이동했는지, 역까지 걸었던 기억은 있는데 주위에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그런 것들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지만 부바네스와르역에서 보았던 화장실만은 생생하게 기억한다.

 

인도의 공공화장실이 다 상상 이상으로 끔찍하긴 하지만 부바네스와르역의 화장실은 정말 그 중에서도 단연 최고였다. 변기가 존재하고 있기는 한지조차 알 수 없을 만큼 X과 화장지가 곳간에 쌀가마니를 쌓아 놓듯이 첩첩이 쌓여 있었다. 내 무릎까지 오는 그 높이에 기겁하며 나는 화장실을 뛰쳐 나왔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걸까? 가장 윗자리를 차지했던 사람은 대체 어떤 마음가짐과 어떤 자세로 그 일을 행할 수 있었던 걸까? 나중에 기차안에서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리고 그 의문은 지금까지 풀리지 않은채 여전히 가끔 떠오를 때마다 신기해한다. 역시 인도인들은 대단해...라는 결론을 내리며..

 

첸나이에서는 딱 하루를 머물렀다. 역시 남인도인지라 겨울이라고는 해도 온도와 습도가 굉장히 높았고 여행자들이 모이는 역 근처의 숙소들은 모두 낡고 지저분했다. 그럼에도 가격은 델리보다도 비쌌다. 여행자 거리라고는 해도 외국인은 찾아보기 힘들고 모두 인도 상인들이었다. 길을 물어볼 때마다 다들 다르게 얘기해서 한밤 중에 큰 배낭을 짊어진채로 길을 찾느라 고생했고 오토릭샤꾼들의 사기와 억지는 델리에서보다 심했다. 날씨가 너무 덥고 습하니 오토릭샤꾼들과 조금만 실랑이를 해도 짜증이 밀려와서 감정 조절이 안됐다. 모기는 또 어찌나 많은지 윙윙 거리는 소리에 밤에 한숨도 잘 수가 없었다. 욕실도 너무 지저분해서 가능한한 욕실안 어디에도 초점을 맞추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며 샤워를 해야 했다. 말만 호텔인 이 숙소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또 틈만나면 팁을 달라고 요구했다. 사람마다 안맞는 여행지가 있다는데 내겐 첸나이가 그랬다.

 

결국 하루만에 짐을 싸서 마말라푸람으로 도망쳤다. 마말라푸람은 여행 중에 우연히 좋다는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었고 첸나이에서 2시간 거리로 버스가 빈번히 다니기 때문에 당장 첸나이를 벗어나기 위한 최적의 장소였다. 그렇게 첸나이를 떠나기 위해 아무 생각없이 갔던 마말라푸람은 여행이 끝난 지금은 여러모로 가장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마말라푸람도 뿌리처럼 작은 어촌 마을이긴 하지만 좀더 활기가 넘친다. 해변을 중심으로 석굴 사원 같은 훌륭한 볼거리들이 있고 고급스런 시설의 리조트들도 있어 서양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저녁마다 그날 잡은 새우며 바닷가재 등 싱싱한 해산물들이 넘치고 맛좋고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과 까페들이 있어 늘 입과 눈이 즐겁다.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나는 예쁜 해변 레스토랑 앞에 해수욕장의 멋진 파도와 비키니 대신 고기잡이 배들과 그물이 놓여 있는 것도 마말라푸람만의 독특한 풍경. 처음엔 이 곳에 그냥 깨끗한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었으면 완벽할텐데.. 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풍경에 익숙해져 오히려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관광객들과 어부들이 한데 뒤섞여 같은 공간에서 벌어지던 이질적인 장면들...

 

 

해변을 따라 걷다 보면 멀지 않은 곳에 해변사원이 눈에 들어온다. 울타리가 있긴 하지만 해변에서도 잘 보이기 때문에 굳이 비싼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작은 해변마을인 마말라푸람은 인도에서 그렇게 손꼽히는 관광지는 아니지만 최근에는 그 매력이 많이 알려져 점점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현대와 삼성 등 대기업이 첸나이 쪽에 들어가 있어 첸나이에서 가까운 이 곳 마말라푸람으로 휴일을 즐기러 오는 한국인들이 당시에도 많았는데 특히 이 해변을 걷고 있자면 한번씩 반가운 한국 아저씨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르주나의 고행

 

마말라푸람은 석공예가 유명한데 그 대표적인 곳은 마을 중심부에 있는 바위산을 통째로 조각해 만든 석굴 사원이다. 이 곳에는 인도 서사시 마하바라타에 나오는 아르주나의 고행이 조각되어 있는데 그 섬세함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조각 솜씨에 넋을 잃고 보게 된다. 

 

 

바위산을 오르자 염소를 풀어놓고 풀을 먹이는 아낙이 있는가 하면 가족, 친구들끼리 놀러온 인도인 관광객들이 저마다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크리쉬나의 버터볼

 

커다란 바위산의 비스듬한 경사면에 올려져 있는 동그란 바위 하나. 동그란 바위가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 올라가 있는게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살짝만 건들어도 그대로 바위면을 따라 그대로 굴러 떨어질 것 처럼 아슬아슬해 보인다. 설악산 흔들바위처럼 호기심이 발동한 관광객들이 저마다 바위를 흔들어보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 신기한 바위.

 

 

여행자들이 모이는 곳을 벗어나 좀더 마말라푸람의 매력을 느끼고 싶어서 오토바이를 빌렸다. 자전거를 탈 줄 알면 누구나 탈 수 있는 오토바이라 그래서 타봤는데 정말 쉽게 운전할 수 있었다. 하루를 대여해서 신나게 마말라푸람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오토바이를 타고 처음 찾았던 곳은 석조 사원 파이브 라타스. 석조 공예로 유명한 곳 답게 정교한 조각이 눈길을 사로 잡는다. 코나락에서 봤던 화려한 조각들과는 달리 공예기법 때문인지 이곳 재료의 질감 때문인지 정교하면서도 뭔가 심플하고 깔끔한 느낌이다. 왠지 볼수록 정감가고 사랑스러운 마말라푸람 특유의 조각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마지막날에는 여행이 계속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무거운 석공예품을 결국 사버렸다.

 

  

 

파이브 라타스도 입장료를 아끼기 위해 울타리 너머로 감상하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가까이서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아예 안보이면 모를까 이렇게 밖에서도 잘보이는데 비싼 입장료를 내고 또 들어가서 보는 게 내키지가 않았다.

 

 

파이브 라타스를 지나 어느 길이든 마음가는대로 오토바이를 몰았다. 마을 쪽에서 봤던 바위산의 등대를 뒤편에서 보니 또 다른 느낌. 양옆에 펼쳐진 습지와 초원의 풍경을 감상하며 아무도 다니지 않는 일직선으로 뻗은 인도의 시골길을 거침없이 달리고 있자니 세상을 다 얻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냥 이렇게 여행을 계속할 수만 있다면 마냥 행복할텐데... 아름다운 풍경과 자유를 즐기며 이렇게 끝없이 여행할 수 있다면...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