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인도 마말라푸람] 마말라푸람에서의 아찔한 사고, 그리고 크리스마스의 댄스 페스티발

본문

반응형

마말라푸람에 도착한 첫날은 저렴한 숙소를 찾아 묵었었는데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역시 숙박비가 배로 뛰었다. 전날 동네를 물색한 결과 마음에 들었던 다른 숙소는 600루피였던 방이 다시가보니 1200루피를 달라고 했었다. 그냥 깨끗하다는 것 외에는 에어컨도 없고 별로 비쌀 이유가 없는 숙소였는데 말이다. 그래서 다시 인근 골목을 샅샅이 뒤졌고 훨씬 더 좋은 숙소를 750루피에 묵을 수 있었다. 원래 있던 숙소 옆에 그 해에 새로 증축한 건물이었는데 인도 여행 중 가장 만족스러운 숙소였다.

 

▶숙소로 향하는 골목길. 해변쪽에서는 접근이 쉬우나 마을쪽에서는 발견하기 쉽지 않다.

 

▶ 숙소 건물 외관. 객실 앞 발코니에선 야자수 넘어로 푸른 바다가 보인다.

 

▶ 인도에서 봤던 최고로 깨끗한 화장실. 반짝반짝 빛나는 하얀타일에 감동 받아 사진으로 찍어두었다.^^;

 

이 숙소에서 이틀정도만 묵고 마말라푸람을 떠날 생각이었는데 여행은 정말이지 어떤 연유로든 늘 계획이 빗나가기 마련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신나게 마말라푸람 구석구석을 달리던 날 사고가 난 것이다. 어느 작은 해변 마을이 보여 그 쪽으로 향하던 중 바닥에 모래가 쌓여 있는 줄 모르고 빠른 속도로 지나다 그만 바퀴가 미끄러져버렸다. 옆에 밭으로 떨어지면 크게 다칠것 같아 본능적으로 핸들을 필사적으로 틀었고 오토바이는 옆으로 쓰러지면서 빙글 돌며 밀려나갔다. 쓰러지는 순간이 슬로 모션으로 보였고 멍해진 나는 잠시 정신을 잃었다.

 

나를 향해 외치는 소리에 정신을 차려보니 오토바이에 탄 자세 그대로 넘어져 다리 한쪽이 깔린 채 손잡이를 계속 당기고 있었다. 바퀴는 최고 속도로 헛돌고 있었던 것이다. 자칫 잘못해 발이 바퀴로 들어가기라도 했다면 정말 끔찍한 일이 벌어질 뻔 했다. 얼른 손을 놓은 후 오토바이를 일으켜 세우고 몸을 살폈는데 넘어지는 순간 바닥과의 마찰로 인해 무릎과 엄지 발가락에 심한 철과상을 입었다. 범위는 크지 않았지만 살이 깊이 깎여 나가 거의 뼈가 드러날 지경이었고 상처 주위 살들은 찢겨 너덜너덜했다. 너무 충격을 받아 모든게 현실이 아닌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순간

'앗! 여행보험 안들었는데!!!'

하는 생각에 등골 서늘한 공포가 밀려왔다.

 

어찌어찌 숙소까지 이동하고 나자 긴장이 풀리며 온 몸에 힘이 풀려 버렸다. 충격이 심했는지 속이 메스꺼워 연신 구역질을 해댔다. 몇시간이 지나서야 몸을 추스리고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이 조그만 마을에서 병원을 찾아가는 일도 쉽지 않고 병원비도 무서웠기 때문에 일단 가지고 있는 구급약들로 치료를 해보기로 했다. 빨간약과 연고, 반창고 등 잔뜩 챙겨오길 천만 다행이었다. 당분간 이동은 불가능했기에 그렇게 마말라푸람에 몇일을 더 머무르며 상태를 지켜보기로 했다. 몸이 아플 때 그나마 숙소가 깨끗하고 전망 좋은 곳이라 편히 쉴 수 있어 천만다행이었다.

 

 

걷는게 좀 괜찮아져서 산책을 나갔다가 마침 마말라푸람 댄스 페스티발이 열린다길래 무료함을 달랠 겸 구경을 하기로 했다. 멋진 조각이 새겨진 석굴 사원 앞에 무대를 설치하니 다른 꾸밈 없이도 자연적인 배경이 환상적인 무대 장치가 되어 준다. 댄스 축제는 몇일간 계속 되는데 이 날은 개막일이어서 무료로 아름다운 꽃목걸이를 걸어주고 티카를 찍어주었다.

 

 

그저 조그만 지역 축제려거니 했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대단했다. 카타크, 마니푸리, 카타칼리, 바라타나티암 인도 전통 춤들을 한데 모은 자리로, 취재 열기 또한 뜨거웠다. 댄스 외에도 고난이도 요가 동작 같은 공연이 있는가하면 중국의 무술을 연상시키는 봉, 줄 등을 이용한 무술 공연도 있었다. 알고보니 중국의 무술이 사실 인도에서 전파된 것이라고 한다. 그러고보니 여렸을 적 불교 이야기를 배울 때 달마대사가 중국으로 넘어가 불교를 전파하며 무술을 수행법으로 가르쳤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특히 여인들의 댄스 공연이 인상적이었는데 프로 무희들의 춤사위는 역시 다르다. 손끝하나 표정 하나에 모든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보는 내내 가슴이 두근거리고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만큼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였다.

 

 

공연은 3시간 이상 계속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긴 시간동안 나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돈을 주고도 보기 힘든 이런 멋진 춤을 그것도 아름다운 석굴사원을 배경으로 관람하게 되다니... 사고가 나지 않았더라면 이미 이 곳을 떠났을테고 그랬다면 이런 귀중한 시간을 놓치고 말았겠지... 역시 나쁜일이 벌어졌다고 꼭 결과가 나쁘기만 한건 아니란 걸 다시한번 깨닫는다.

 

여행에서는 언제나 생각지 못했던 일로 계획이 틀어져도 그 뒤에는 색다른 경험과 인연을 만나는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

 

 

멋진 공연으로 인도에서의 잊지 못할 밤을 선사해준 무희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한편, 상처가 잘 아물지 않아 걱정이 많았다. 상처가 깊다보니 아무리 소독을 하고 연고를 발라도 살이 차오르지 않고 계속 고름만 차올랐다. 고름을 전부 걷어내고 소독을 해도 다음날 보면 다시 고름이 차있었다. 자세히 보니 조그만한 모래들이 살 속에 수도 없이 박혀 있었고 상처 주위로 너덜너덜했던 살은 전혀 붙을 것 같지가 않았다. 결국 이를 악물고 바늘을 이용해 모래를 전부 파냈고 상처 부위의 지저분한 살들은 맥가이버 칼의 가위로 잘라내 상처부위를 동그랗게 정리했다. 그러고 나자 다음날부터 드디어 고름이 차지 않고 조금씩 나아질 기미가 보였다. 이제 파상풍이나 골수염같은 큰 걱정은 안해도 될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하면 보험 가입을 안하고 간 것도 그렇고 병원에 가지 않고 자가치료를 한 것도 그렇고 도대체 무슨 깡이었나 싶다. 정말 왜그리 무모했던 건지... 이젠 앞으로 어딜 나가든 꼭 여행자 보험부터 필수로 들 생각이다.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