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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방콕에서 만난 인연 행복한 집시 프레드리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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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버스로 치앙마이를 이동하기 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

할일도 없고 이미 전에 왔을 때 다 돌아봤기 때문에 딱히 이 더운 날씨에 돌아다니고 싶은 곳도 없고...

어디 까페에 들어가 밥도 먹고 차도 마시며 시간을 떼우자 싶었다.


일단 카오산 로드 쪽으로 가보자는 생각에 걷다가 왠지 눈에 들어온 작은 음식점.

손님이 없어 주인아저씨와 얘기를 하기 시작했는데 한국에서도 좀 살았었고 전 세계를 떠돌며 살고 있다고 했다.

결혼은 안하고 연애만 하고 사는 그는 만나본 여자만도 전 세계에 수백에 달한다고..ㅡㅡ;;;;

식당도 게스트하우스도 가지고 있지만 그 일에 몰두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모든건 원하는 걸 얻기 위한 수단일 뿐 자신의 본질은 자유로운 집시라 말하는 아저씨.

내가 원하는 삶과 가깝다는 생각에 어쩌면 그가 해답을 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어떻게 그렇게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나요?"

 

"자유롭고 싶다고 원하면 돼. 진심을 다해서..

모든 건 이미 네 안에 잠재되어 있어. 뭐든지 네가 진심으로 원한다면 그렇게 될꺼야.

온 우주가 널 도와줄테니 걱정하지마"

 

"알지만 잘 안돼요."

 

"대신 네가 원하는 삶에 대해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야해.

그리고 나서 그건 간절히 원하면 아주 천천히 변해갈꺼야.

중요한 건 절대 뒤를 돌아봐선 안돼.

지나간 일은 그냥 그대로 뒤에 두고 계속해서 앞을 향해 나아가는 거지"

 

나이 있는 여자가 혼자 여행을 다닌다니 사연이 있나보다 싶었던 주인아저씨는 자신의 모든 삶의 철학을 동원해 나를 도우려 애쓰는 듯 했다.

 

"내게 좋은 생각이 있어! 나를 따라와. 오늘은 나를 따라 자유로운 집시가 되어 보는 거야."

 

어차피 시간도 많이 남았겠다 할일도 없겠다 새로운 세상을 맛보는 것도 재밌겠다 싶어 그를 따라나섰다.

그는 식당에서 조금 떨어진 길거리 구두수선 장소에 앉았다. 본인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란다.

레스토랑과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사장이 길거리에 쭈구리고 앉아 구두를 고친다고??

내가 놀라자 안그래도 모두들 미친놈이라고 한댄다.ㅎㅎ

 

그와 나는 길에 나란히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올려다 봤다. 처음엔 쭈볏쭈뼛 창피하기도 하고 어찌할 바를 몰랐는데 신기하게도 시간이 지날 수록 길거리가 익숙해지고 편안해졌다.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붙잡고 인사를 하며 장난을 치는 그를 따라 옆에서 한마디씩 거들다보니 재미도 있었다. 그렇게 나는 스스로를 행복한 집시라 칭하는 그의 하루를 체험했다.

 

진지하고 심각함 없이 즐기기만 하면 되는 삶.

매일 똑같은 하루도 늘 새롭게 받아들이며 무료함도 외로움도 없는 삶.

뭐가 어찌됐건 본인 스스로 만족하며 행복해하는 삶.

나도 꼭 얻고 싶다는.. 나만의 방식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콕에 꼭 다시 와서 더 많은 얘기를 나누자는 행복한 집시 프레드리코의 배웅을 받으며 치앙마이로 향했다.

이번 여행을 통해 뭔가 커다란 내면의 변화가 있을 것 같은 기대감, 설레임을 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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