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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뉴질랜드 로드트립] 와이토모 동굴(Waitomo caves) 블랙워터 래프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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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릴있는 어드벤쳐 와이토모 동굴 블랙워터 래프팅


사진출처 : Kiwi Cave Rafting

 

 처음 와이토모 동굴에 대해 들었을 때는 동굴 하나의 이름인 줄 알았다. 하지만 와이토모에 도착해 여행 안내소에서 액티비티 예약 안내를 받으며, 와이토모 지역엔 수많은 크고작은 동굴들이 있고 전세계 여행객들에게 유명한 블랙워터 래프팅이란 건 여러 회사에서 각각의 동굴을 가지고 진행되는 액티비티 프로그램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안내소에서 제안한 프로그램들 중에는 동굴탐험 전문여행가들을 위한 것들도 있었는데 절벽에서 집라인을 연결하여 이동하거나 동굴 속 폭포를 거슬러 등반하거나 폭포를 점프하는 래프팅 등 난이도가 상당히 높았다. 우리가 고른 프로그램은 난이도가 낮고 가격도 저렴하면서 포함사항이 많은 Kiwi Cave Rafting. 해당 회사로 예약을 하고 안내받은 곳으로 향했다. 꽤나 멀리 떨어져 있던 이 회사는 비교적 유명세는 덜했지만 덕분에 적은 인원으로 단란하게 진행된 동굴 탐험!

 

 

 

 이 프로그램으로 결정한 이유 중에는 입구부분이 수직동굴이어서 로프를 타고 27M아래로 하강(Abseiling)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훈련을 하고 시작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짧은 훈련을 마치고 막상 동굴 앞에 서자 다리가 후들후들..

 

 

 남들 하는거 보면서 기다릴 때가 오히려 공중에 매달려 있을 때보다 더 무서웠다. 로프가 고정되어 있는게 아니라 본인이 직접 조금씩 풀면서 내려가는 건데 혹시 두려움에 실수해서 떨어지기라도 할까봐 절대 아래를 보지 말고 자기만 바라보며 내려가라고 계속 말을 걸어주던 인스트럭터.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무사히 동굴 바닥에 착지할 수 있었다.

 

 

 

 

 바닥에는 맑고 차가운 물이 한가득 흐르고 있었다. 이미 늦가을인 당시 가만히 있어도 쌀쌀한데, 습하고 덜덜 떨리게 추운 동굴 속으로 돈까지 주며 들어가다니... 바닥에 내려서자마자 괜한 짓을 한건 아닌지 후회되기 시작했다. 가급적 래프팅은 여름에 하길!

 

 

 내려오는 건 의외로 수월했으나 올라갈 때 어떻게 갈 것인지 걱정이 됐다. 그래도 설마 뭔가 방법이 있겠지 스스로를 달래며 앞사람들을 따라 동굴 탐험 시작.

 

 

우리나라 만장굴, 성류굴 이런 굴을 생각했던 나는 시작부터 당황하기 시작했다. 동굴 안은 어떤 장치도 없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었고 그 좁고 미끄러운 바닥을 거추장스러운 목이 긴 장화를 신고 조심조심 딛으며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온전히 걷는 것도 아니고 기어가거나 굴러가거나 미끄러져가거나;;;

 

 

 

 

 

 

 이 사진은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며 찍은 것. 바닥에 뚫려진 구멍을 거꾸러 기어 내려가는 모습이다. 내 머리에 큰 안전모는 자꾸 쏟아져서 시야를 가리고 온몸의 피가 얼굴로 다 쏠려 터질거 같은 기분이고 한번에 미끄러져 내려갈 거 같은 몸을 양팔과 양 다리로 버티면서 내려가자니 식은땀에 탈진... 난 힘들고 짜증이 나는데 인스트럭터는 신이나서 사진 찍는다고 '스마일' 이럼. 웃고는 있지만 한번만 더 하면 정말 당장 욕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아침부터 먹은 게 없어 배는 고프지, 화장실도 가고 싶은데 그런게 있을리 만무하고 쓸데없이 욕심은 많아서 또 투어도 가장 긴 타임으로 신청한 상황이었다. 당장 끝내라고 협박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ㅠㅠ

 

 

 힘든 육체적 노동이 끝나고 이번엔 래프팅을 즐길 차례. 물살이 빠른 곳과 아닌곳, 얕은 곳과 깊은 곳 등 다양한 동굴 속 계곡을 따라 이동하며 동굴에 서식하는 동물과 와이토모 동굴에서 가장 인기있는 Glowworm을 감상하는 시간이다.

 

 

 추워서 덜덜 떨며 빨리 끝나길 기도하긴 했지만 Glowworm만은 정말 인상 깊었다. 어두컴컴한 동굴 속, 빛이 완벽히 차단된 이 곳에서 별처럼 반짝이던 Glowworm은 반딧불이 유충이라고 한다. 

 

 

 

 마치 우주여행을 하고 있는 착각이 들었던 와이토모 동굴에서의 Glowworm. 평생에 한번은 꼭 해볼만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이 투어의 클라이막스는 래프팅도, Glowworm도 아니었다. 와이토모 동굴 래프팅이 일생에 딱 한번으로 족하다고 강조하게 만드는 원인은 바로 Climbing! 출발부터 마음에 걸리던 지상으로의 복귀는 내 기대를 완벽하게 배반하여 암벽등반이라는 무시무시한 과제를 안겨 주었다. 하루종일 먹은거라곤 중간에 나눠준 초코바와 레몬차가 전부. 거기에 화장실도 더이상 참기 어려운 상태로 치닫고 있었다. 뭔가 다른 방법이 없는지 애원을 해봤지만 이게 지상으로 올라가는 유일한 방법이라고...ㅠㅠ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했지만 보기엔 암석이 층이 나있어서 로프에 의지해 올라가면 해볼만 할 것 같았다. 무엇보다 다른 방법이 없었다. 남들 먼저 올려보내고 그들이 올라가는 동작과 위치, 자세 등을 분석했다. 나름 과학적.ㅋ

 

 그리고 다가온 차례. 그런데 일말의 희망이었던 로프는 바닥까지 곤두박질 치는 것을 막아줄 안전장치일 뿐 팽팽하게 잡아당겨지는 것이 아니라서 전혀 의지가 되지 않았다. 오롯이 본인의 손과 발을 이용하여 오르는 수 밖에 없었던 것. 물기와 이끼 때문에 너무 미끄럽긴 했지만 절반까지는 그래도 갈만 했다. 그런데 위로 올라갈 수록 돌출되는 암벽 때문에 꺾여가는 허리, 당 떨어져 부들거리는 손발. 더이상 어떻게 올라가라는 건지.. 결국 제발 살려달라고 소리를 질렀다는ㅋㅋ

 

 그래도 돌아오는 거라곤 왼쪽 돌출된 벽을 집고 그 반동으로 오른쪽으로 점프하여 올라오면 된다는 쿨한 답변 뿐! 암벽 등반이라곤 해본 적도 없는 나한테 대체 뭘 하라고 시키는 건지.. 힘든 것 보다도 허술한 안전 장비에 진짜 크게 다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줄이 달려있어 바닥으로 떨어지진 않는다해도 암벽에 부딪히고 굴러 떨어질 수 있었다. 죽기야 하겠어 하며 오기로 점프를 해 성공하긴 했지만 다시는 하고 싶지 않고 누구에게도 추천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그렇게 기진맥진 정상에 도달하자마자 또다시 시작된 카메라 세례. 우와 진짜 화나서 떨어 뜨려버리고 싶었...지만 그래도 스마일ㅋㅋ

 

 

 원래 어드벤처를 좋아하지만 목숨까지 걸 생각은 없다. 마지막 암벽등반은 정말 목숨 건 수준... 덕분에 에피소드는 늘었지만 정말이지 평소 암벽등반으로 단련된 사람이 아니라면 뜯어 말리고 싶은 투어다. 하지만 반대로 평소 암벽 등반을 하는 사람이라면 재밌게 할 수 있을 듯. 블랙 워터 래프팅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투어들이 있으니 안내소에서 포함사항과 스케줄을 보고 본인에게 맞는 난이도와 일정을 꼼꼼이 비교하여 고르도록 하자.

 

 마지막으로, 투어를 마치고 하얗게 질려있는 나를 안심시키려 '실제로 사고난 사람은 없죠?'라고 웃으며 물은 외국 친구들. 그런데 전에 실제로 떨어진 사람이 있었다고 답하는 인스트럭터였다.ㄷㄷㄷ 순간 나를 겁쟁이라 놀리며 장난치던 외국인 친구들도 전원 얼음!ㅋㅋ 어딜 가서 무엇을 하던 자기 안전은 스스로 챙기도록 하자!!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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