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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뉴질랜드 로드트립] 파이히아(Paihia)에서의 돌고래 크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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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고 예쁜 항구 마을, 파이히아


 이번 여행에서 첫 야외 취침 후 깨어나 처음 바라본 풍경...작은 항구마을 파이히아 앞바다. 자연을 감상하는 게 아닌 자연 속에 풍덩 빠져 자연의 일부가 되고, 이 지구라는 행성에 나라는 존재가 실제로 온전히 살아가고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이런 말을 하면 이상할지 모르겠지만 난 어렸을 때부터 매순간 어떤 느낌을 갖고 산다. 내가 과연 실재하는가. 내가 서 있는 이 공간이 진짜일까. '현재'라는 개념이 진실일까. 그냥 머리로 하는 의식이 아니라 감각적인 느낌 말이다. 그런 느낌이 들기 시작하면 알 수 없는 공포가 몰려와 혼란스럽다. 그래서 자라면서는 정상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그런 느낌을 애써 회피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오직 여행 중에만 한번씩 아무 노력 없이도 모든게 실제라는 강렬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이라 누군가의 공감을 얻기는 힘들겠지만.. 어쨌든 그래서 난 여행을 하기 시작했었다. 단순히 그저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 그리고 아마 살아있음을 알게해주는 그 '느낌'이란 건 바로 '행복'과 치환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순수하게 행복한 순간에만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랄까? (음.. 앞으론 일상에서도 항상 행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지금 생각해보면 매일 아침 다른 공간에서 눈을 뜨고 다른 장면을 마주한다는 것. 그것 만으로도 독특한 체험이고 여행이었다. 늘 아침마다 다른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 명상에 빠지는 것. 바로 그 부분이 현재로선 가장 결핍되어 있기에 가장 부러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여행 당시에는 바깥 생활을 한다는 게 그렇게 아름답고 낭만적이기만 한 일은 아니었다. 물가 비싼 뉴질랜드에서(한국과 비교해서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주로 다닌 여행국가들에 비해) 여행경비를 아끼기 위해 우린 모든 식사를 직접 해먹었다. 그나마 시설이 갖춰진 캠핑장에서는 상황이 훨씬 나았지만 파이히아에서 처럼 그냥 길 위에서 깨어난 날은 일단 화장실 부터 찾아야 했다. 공중 화장실에서 씻고 요리 준비를 하고 캠퍼밴의 뒷 트렁크에 있는 앙증맞은 조리대에서 요리를 하고 차 안에서 식사를 하고 다시 화장실에서 설거지를 하고 양치를 하고.. 야외 생활이 익숙해질 때 쯤엔 잘 곳을 찾기 전 다음날 아침 이용 가능한 공중 화장실을 먼저 찾아 두었고 화장실에서 비상시 세면과 설거지에 사용할 물을 대형 물통에 늘 채웠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여행에서는 공중 화장실이 아주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깨끗하고 넓직한, 설거지하기 편한 화장실이 있는 곳은 좋은 여행지, 그렇지 못한 곳은 나쁜 여행지ㅎㅎ

 

 그 날도 부산한 아침을 보내고 난 후 돌고래 탐사 크루즈를 예약하기 위해 여행사들을 돌아다녔다. 여러 여행사에서 각기 다른 프로그램으로 크루즈 투어를 진행하고 있고 인기가 많은 투어들은 일찍 마감이 되어 버린다. 우린 사전 예약을 하지 않아 원했던 배는 탈 수 없었지만 다행히 당일 합류가 가능한 배가 있어 투어에 참여할 수 있었다. 

 


 돌고래 탐사 크루즈 (Dolphin Watching)


 우리 투어는 돌고래와 홀인더락을 보는 90분짜리 투어로 가격은 100불 정도였다. 베이 오브 아일랜즈라는 지명처럼 주변의 많은 섬들에 둘러싸인 만 파이히아의 바다는 파도가 없이 잔잔한 호수 같았다. 돌고래와의 수영은 원래 크루즈 중간에 적당한 지점에서 신청자에 한해 추가요금을 받고 진행하는데 이 날은 물이 너무 차서 위험하다는 이유로 진행되지 않았다.

 

 

 이 곳의 돌고래 크루즈가 유명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일단 돌고래가 아주 많다. 배가 출발하자마자 바로 앞바다에서도 줄기차게 뛰어 올랐고 그 종류도 다양했다. 그리고 바다도 잔잔해 배멀미도 없고 돌고래를 안전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돌고래가 나타나는 곳으로 이동해 잠시 멈춰 기다리며 관찰하기도 하고 이동 중에도 호기심 많은 돌고래들이 배를 좇아 오는 일도 많았다. 예전에 인도여행에서 칠카호수의 돌고래 투어에 갔다가 하루종일 자꾸 물이 차오르는 보트 위에서 목숨의 위협을 느끼며, 겨우 수면과 구분도 안가는 돌고래 등짝 한번 본게 다였던 기억이 떠올라 웃음이 나왔다. 같은 돌고래 투어인데 이렇게 다를 수가 있나 싶었다.  

 

 

 

 투어가 시작되기 전 주의 사항을 알려주는데 그 중 하나는 절대 먹이를 주지 말라는 것이다. 그들의 생태에 관여하는 어떤 행동도 해서는 안된다는 것. 기본적이긴 하지만 어디서도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인데 뉴질랜드의 모든 관광지에서 완벽하게 지켜지는 것. 뉴질랜드가 얼마나 철저하게 자연을 보호하고 그들과 공존하려 노력하는지에 대해 여행 내내 계속 감탄했었다. 그들은 그냥 멋진 자연을 우연히 얻게 된 행운아 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주변 풍경이 워낙 멋져서 돌고래 탐사가 아닌 그냥 일반 크루즈였다고 해도 좋았을 베이 오브 아일랜즈. 돌고래 외에 볼거리로 내세운 홀인더락(hole in the rock)은 말 그대로 커다란 바위에 구멍이 나있는 곳인데 배로 그 구멍을 통과할 때 좀 신기하긴 하다. 나름 볼만했던 크루즈지만 사실 파이히아보다는 오클랜드에서 올라오며 봤던 바다와 산의 풍경들이 더 환상적이었다. 베이 오브 아일랜즈는 뉴질랜드 여행지 중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곳이지만 로드트립이라면 꼭 루트에 넣어서 가보라고 권하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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