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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수천개의 불탑이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경이로운 바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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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곤을 출발한 버스는 새벽 4시 쯤 바간에 도착했다.

아직 캄캄한 새벽....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아무 대책이 없는 나는 일단 터미널이라 하기에도 애매한 공터 구석에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하지? 뭘 해야 하지?

내 인생은 늘 같은 고민의 반복이다..

언제쯤 이 고민을 멈출 수 있을까?

 

여행자를 자처하는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모순된 상황에 쓴웃음을 짓고 있을 때 누군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바간 관광의 핵심을 맡고 있는 마차꾼

숙소가 어디냐고 묻는 그에게 나는


'나 어디로 가야해?'


라고 되물었다.

 

어이 없다는 듯 웃으며 그는 몇군데 추천을 해줬고 그 중에 가격에 맞춰 두군데를 둘러보고 숙소를 정했다.



바간 터미널-사설 버스 회사들의 조그만 사무실들이 모여 있다.

미얀마 버스 터미널은 대부분 이런 식이다.


일단 숙소에 짐을 맡기고 마차꾼의 추천대로 일출을 보러 가기로 했다.

바간에는 수많은 사원들이 있는데 각 사원들을 관리하는 키맨들이 있고 마차꾼들은 각자 아는 키맨들을 통해 사원문을 열 수 있어서 좋은 전망의 사원 안에서 일출을 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내가 여행 중이던 시즌은 우기라 날씨가 계속 심히 안좋았는데 그나마 내가 도착한 날은 낮게 깔린 구름들 틈새로 동트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바간이라는 특별한 풍경에 펼쳐지는 일출 이벤트를 아무도 없는 오래된 사원 꼭대기에서 홀로 감상하는 일..

혼자지만 외롭지 않고 그 순간 만큼은 모든게 완벽하게 느껴져서 내가 이 곳에 있다는게 너무 설레고 행복했던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무한 긍정 에너지로 충전됐던 그 순간...

 

 

지금 떠올려도 가슴 두근거리고 아련해진다.

지금 당장 재충전이 필요해~!!!



일출을 보고 난 후 숙소로 돌아가 짐을 풀고 아침을 먹고 잠시 쉬다가 마차꾼과 약속한대로 올드바간 투어를 떠났다.

낭우와 올드바간쪽의 유명한 사원 몇군데를 도는 일정







가장 기억에 남는 곳 중 하나인 셰산도 파고다.

바간에서 가장 높은 사원으로 일몰 명소로도 유명한 곳이다.



바간에서는 만나는 현지인의 반 이상이 다 예술가.

화가나 조각가들이 사원 곳곳에서 자리를 잡고 그림을 그리고 물건을 판매한다.



론리 플래닛에 소개된 Be kind to animals..

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같은 이름의 채식당.

론리 플래닛에 소개되어 유명해진 원조 식당은 Moon이라는 이름의 식당이다.

친근한 주인 아저씨 덕분에 몇번 찾아갔었던 곳.

 


마차 투어를 오전에는 올드 바간, 오후에는 뉴바간과 미나투 빌리지까지 다녀오기로 했었는데 오전에 주요 사원을 다 둘러보고나니 또 시큰둥해졌다.

이놈의 변덕은..ㅡㅡ;;;

 

게다가 명상센터에서 일찍 퇴소하게 했던 기침은 여전히 멎지 않고 계속되고 있었고 어떤 약도 전혀 듣질 않은 채 몸 상태가 엉망이었다.

결국 오후 일정을 취소하고 숙소에서 쉬기로..

  


다음날 아침 숙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다시 한번 주변을 돌아보았다.

 

출발하자마자 얼마 못 가 쏟아지는 폭우로 이름없는 사원으로 피신.

그 곳에서 마침 나와 같은 처지인 현지인이 있었고 우린 자연스레 인사를 나눴다.

바간에 몇개의 사원이 있는 줄 아냐고 묻더니 유명한 사원 외에도 이 곳처럼 목록에 없어 관리가 안되는 사원들도 부지기 수라며 그런 사원들을 조사 관리하는 공무원 이라고 했다. 

몇 군데 더 들러야 하는데 흥미가 있으면 따라와도 된다고 했고 덕분에 유명하지 않은 숨겨진 사원들을 몇 군데 더 구경하며 이런 저런 현지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여행 중에 이런 우연한 만남과 뜻밖의 덤을 자주 만났던 것 같다.

이런 외진 곳을 여자 혼자 여행할 때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난 늘 내 감을 더 믿는 편이다.

최근 여자 혼자 여행하다 일어나는 사고 소식을 들을 때마다 남 일 같지 않아 생각이 많아지지만 결론은 무모해보이는 내 여행 스타일을 권유할 생각도, 그렇다고 온갖 부정적인 말들을 쏟아내는 남들 얘길 들을 생각도 없다는 것이다.

백프로 완벽한 안전만을 추구할지, 새로운 경험을 위해 어느 정도 모험을 감행할지는 본인이 판단하고 책임져야 할 몫이다.

내 경우에는 누구에게나 무엇에게나 오픈 마인드로 모험을 즐기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경계심을 완전히 해제하지는 않는다.

머리 속에서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시뮬레이션이 한창...

어쨌든 그는 위험 인물이 아니었고 사원을 세군데 정도 같이 둘러본 우린 만남이 그랬듯 자연스럽게 각자의 길로 흩어졌다.

혼자 걷다 얼마 안가 다시 만난 폭우..ㅜㅜ 

잠시 후 다시 해가 쨍...

젖었던 도로는 금새 말라 버렸다.

정말 정신 못차리게 하는 이상한 날씨!ㅡㅡ


 

예닐곱 밖에 되지 않던 조그만 아이가 쌀을 머리에 이고 뙤약볕을 맨발로 걷고 있었다.

다음 마을까진 한참을 가야했다.

안쓰러운 마음에 자전거를 태워 주겠다며 말을 걸었는데 왜 방해하냐는 듯한 눈빛이 돌아왔다;;

그렇게 시크하게 사진 한장만을 허락하고선 씩씩하게 다시 걷던 아이.

그 당당한 뒷모습이 왠지 멋있어 한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한걸음 한걸음이 다 진짜인 느낌이랄까...

나도 너처럼 그렇게 당당하고 확신에 찬 걸음을 걷고 싶구나!


미나투 빌리지를 자전거로 가보겠다며 모래 길을 달리다 모래에 바퀴가 빠져 낑낑대고 있는데 지나가던 부자가 말을 걸었다. 

너무 힘들어서 그냥 돌아갈까 하던 찰나였다.

'조금만 더 가면 정말 멋있는 곳이 있는데..'

아버지가 슬쩍 말을 꺼내자 아들이 신이 나서 바통을 이어 받았다.

바간에서 제일 멋진 곳이에요. 거긴 정말 꼭 가봐야 해요. 바간에선 그 사원 하나만 봐도 되요. 최고니까요'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어디 조금만 더 힘을 내보자...그렇게 도착한 사원.

 


사원 뒷편의 거대 불상과 넓은 테라스가 멋진 과연 바간 최고의 사원.

하지만 접근성이 좋지 않아 비교적 한산하니 그래서 더욱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

탁 트인 전망에 가슴까지 뻥 뚫리는 듯 했다.

 


나를 이 곳으로 이끈 아들알고 보니 이 곳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였던 것.

미안하지만 그림을 살 형편이 못되니 시간 뺏고 싶지 않다고 정중히 사양하는데도 사지 않아도 좋으니 구경만 하라는 강한 권유를 물리칠 수가 없어서 그가 그린 모든 그림을 살펴 보았다.



바간에서 사원을 다니며 수많은 화가들에게 같은 권유를 받아 그림들을 보았지만 그의 그림은 좀 더 특별했다.

 

모든 화가들이 비슷한 그림을 그리지만 뭔가 다른 그만의 재능이 느껴지는 그림들...

그림 한 장 사주지 못하는 것에 미안해 하자 그러지 말라고 함께 봐주고 좋다고 말해준 것만으로도 자긴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

이러니 내가 미얀마 사람들을 안좋아할 수 있냐구~~!! ㅠㅠ



아무리 보고 또 봐도 발길이 떨어지지 않던 풍경...

결국 난 미나투 빌리지를 포기하고 이 곳에서 몇 시간을 앉아 그 풍경을 마음에 담았다.



수천개의 불탑들로 이루어진 바간의 아름다운 풍경.

일본에서 알았던 미얀마 친구가 왜 그렇게 찬사를 멈추지 못했는지 알 것 같았다.


드디어 내가 왔다고...

너 대신 내가 가보고 그 풍경을 담아 오겠다는 약속을 이제야 지켰다고..

니말대로 정말 환상적이었다고 알려주고 싶은데...

이미 연락이 끊긴지 오래...

그렇게 그리워하던 고국엔 돌아올 수 있었을까?

그 시절 알던 모든 미얀마 친구들이 그리워진다.


 

해질무렵 집으로 돌아가는 길...

숙소까지는 자전거로 한 시간을 달려야 하는데 출발한지 얼마 안되 뒷바퀴가 펑크가 났다.

 

오마이갓!!

 

운 좋게 자전거 뒤에 펌프를 뒤에 싣고 가는 아저씨를 만나 도움을 받았는데 그래도 얼마 못 가 다시 바람이 다 빠져 버림..ㅜㅜ 

아무래도 길 주변에 있던 가시나무의 가시들이 박혔던 듯...

결국 유일하게 아는 곳인 채식당까지 자전거를 끌고가 주인 아저씨한테 사정을 얘기하고 도움을 받았다. 

아저씨 말론 바퀴에 4군데가 찢어졌었다고...ㅡㅡ;;;


다시 자전거를 타고 열심히 돌아가는데 불빛 하나 없는 도로에서 또다시 펑크..ㅜㅜ

자전거를 끌고 가긴 너무 위험하고 무서운 길이라 펑크난 바퀴 그대로 자전거를 타고 갔다.

시끄러운 쇳소리를 내면서..;;;

무사히 숙소에 도착했을 땐 정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바간에서의 잊을 수 없는 버라이어티한 하루!

다음 날 나는 바간은 풍경 하나는 끝내주지만 아무래도 나와 잘 맞지는 않는 것 같다며 짐을 꾸렸다.


그리고 다음 목적지는 오랫동안 내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던 인레호수!!

전에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마지막 지상낙원인 인레호수가 말라 가고 있다며 나를 겁나게 했는데 부디 내가 상상하던 모습 그대로 그 곳에 자리하고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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