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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발리] 길리섬 다이빙, 선셋 포인트, 길 위에서 만나는 모두가 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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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일어나 짐을 챙겨 다시 숙소를 옮겼다.

 

어제 구경삼아 여기저기 숙소를 보고 다녔는데 150,000루피아 내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은 길리 호스텔이었다.

도미토리라 여러명이서 방을 써야하지만 에어컨, 핫샤워, 무료 와이파이가 가능하고 전체적으로 깨끗하고 예쁜 숙소였다. 

전날 밤 빈대 때문에 고생하고 나니 저렴한 다른 숙소들에 믿음이 사라져 버렸다.


리셉션이 문을 여는 8시까지 기다렸다가 체크아웃을 하고 배낭을 호스텔에 맡긴 후 다이빙을 하러 갔다.

다이빙은 펀다이빙 1회가 370,000루피아로 길리섬 내 모든 다이빙 샵이 같은 가격을 받고 있다. 

다이빙을 여러번 한다면 흥정하여 조금 할인을 받을 수도 있다.

 

다이빙은 원래 만타 포인트로 예약을 했으나 이 날 날씨가 너무 안좋아서 멀리 가지 못하고 가까운 난파선이 있는 곳에서 다이빙을 하기로 했다. 2명이 더 예약이 되어 있었으나 전날 신나게 놀았는지 약속시간이 한참을 지나도 나타나질 않았고 결국 다이브 마스터와 단 둘이 다이빙을 하게 됐다.



태풍 때 만큼이나 바람이 강해서 수중 투명도를 기대도 안했는데 왠걸.. 끝도 없이 다 보인다..;;

날씨 좋을 땐 얼마나 더 좋다는 거야 이거..ㅡ0ㅡ;


신이나서 고프로로 촬영을 하는데 우리 로컬 다이브 마스터. 걱정이 많은 타입인지 나를 가만 두질 못한다.

이거봐라 저거봐라 자꾸 나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고 못가게 붙잡고...자유롭게 촬영하지 못하니 슬슬 짜증이 몰려왔다.

에어 용갈라 다이빙 때는 마스터가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고 전혀 터치 안해서 좋았는데... 볼만큼 봐온 식상한 산호나 흔하디 흔한 니모를 보라고 한참 촬영 중인 나를 자꾸 건드리는데 으~~~

미리 이 점에 대해 협의를 하지 않은 것이 후회됐다. 

  


1시간 동안의 긴 다이빙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와 해변 까페에서 과일 주스를 시켜놓고 느긋하게 썬탠을 즐기다가 일몰을 보러 가기 위해 자전거를 2시간 대여했다. 하루 빌리면 50,000루피아, 1시간에 15,000루피아라는데 가격은 조금 흥정했다.

 

보통 자전거로 해변을 따라 섬 주변을 도는데 끝도 없는 레스토랑들을 보는게 지겨워 아무 골목으로나 들어가 그냥 무작정 서쪽을 향해 달렸다. 해변가와는 완전히 다른 나라에 온 듯한 마을 풍경을 즐기며 달리는데 길은 점점 숲속으로 들어가고 있었고 해는 점점 기울고 있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계속 직진해야하나 돌아가야하나 망설이는 순간!

소녀 하나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갔다.

 

급히 불러 세워 물었다.


'아 저기 미안한데 이 길 산으로 가는 길이야? 난 선셋을 보러 가고 싶은데..'


'이 길 맞아. 나도 선셋 보러 가는 길이니까 날 따라와~

근데 너 이 길 어떻게 알았어? 여행객들은 다 해변길을 따라 가는데..누가 알려준거야?'


'아냐 그냥 생각없이 가고 싶은 길로 들어온거야.. 해변가 레스토랑 풍경이 지겨워서..'


'하하 너 좀 별나구나! 어쨌든 제대로 온거야. 이 길이 지름길이야~'



그렇게 우린 나란히 자전거를 타고 대화를 나누며 선셋 포인트를 향해 달렸다.

깔끔하게 화장을 하고 깨끗한 발음의 영어를 구사하길래 처음엔 싱가폴이나 말레이시아에서 온 여행객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인도네시아 쳐녀였다. 집은 발리인데 길리섬의 고급 리조트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며 혼자 산다고 한다. 이제 갓 스무살이라는 그녀는 당차고 똑똑했다.왠지 좋은 느낌을 가진 친구..

이 조그만 섬에만 그치지 않고 언젠간 더 큰 세계로 나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정말 아름다운 해변을 아는데 같이 갈래?'


'당연하지!'



선셋 포인트의 수많은 인파를 피해 우린 조금더 달려 인적 없는 해변에 다달았다. 

하지만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쓰레기에 마음이 언짢아지긴 했지만 독특한 분위기의 아름다운 바다였다.



자전거로 섬 일주를 하려고 2시간을 렌트했는데 그 해변에서 우리는 해가 다 저물 때까지 서로 사진을 찍고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예전에는 여행을 하면 바쁘게 돌아다니며 시각적인 뭔가를 찾아다녔는데 여행을 하면 할수록 어디를 가서 무엇을 보느냐 보다는 누구를 만나 어떤 시간을 보내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지금 하는 일이 재밌냐고 묻는 내게 미소를 지으며 다양한 나라의 재미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니 행복하다고 답하는 그녀..

아직 어린 나이이고 비교적 한정된 조건 안에 있지만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기 삶을 사랑하고 가꿔나갈 줄 아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어느 여행기에서 길 위에서 만나는 모두가 스승이라고 했던가...

나보다 한참 어리지만 본받을 점이 많았던 친구 베라.
좀 더 긍정적으로 내 자신을 바라보자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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