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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발리] 길리섬, 웰컴 투 프리덤 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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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리로 가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짐을 꾸려 로비에서 6시 반부터 기다렸다.

6시 반에서 7시 사이에 예약한 회사에서 미니버스가 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7시가 넘어도 차가 오지 않아 예약한 여행사에 가서 상황을 얘기하고 버스 회사에 연락을 취했다.몇번의 통화 끝에 한시간이나 지나 버스를 만날 수 있었다. 알고보니 기사가 숙소를 잘못 찾아갔고 기다려도 안나오자 그냥 가버렸던 것.

 

다행히 버스를 타고 길리로 향하는데 이제 별일 없겠지 했더니 이번엔 차가 엄청 막힌다. 마라톤 대회가 있어서 한쪽 차선을 아예 막아버린 것이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보트 쪽에선 계속 재촉 전화를 해댔다.

그렇게 파당바이 항구에 늦게 도착한 우리는 확인할 새도 없이 무작정 직원들이 이끄는대로 뛰어다녔다. 바우처를 건네고 승선 번호와 리턴 티켓을 받았다. 

 

너무 정신이 없어서 배멀미에 대한 생각을 못했다.

사정없이 출렁대는 배 안에서 두려움에 벌벌 떨면서 어서 빨리 섬이 보이기만을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그린 아일랜드에 출퇴근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3~4월에 계속 파도가 너무 거칠어 배로 한시간 거리의 출근길이 공포 그 자체였는데 그러다 눈에 익숙한 그린 아일랜드 섬이 보이기만하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에 또 눈물이 찔끔...

 

그 순간 사람들의 함성이 들려왔다.

머지머지? 배 밖을 바라보자 여기저기서 돌고래 떼들이 점프하고 있다.

둥근 곡선을 그리며 하늘을 향해 힘차게 뛰어 오르는 아이들을 구경하느라 배멀미에 대한 두려움을 잊었고 그러자 배멀미도 사라졌다.

고마운 녀석들..^^



보트는 롬복을 먼저 거쳐 길리 트라왕안, 길리 에어 순으로 멈춘다. 나는 길리 중 가장 큰 섬인 길리 트라왕안에서 내렸다.

배에서 내릴 때 해변가에서 내리는데 트래킹화를 신고 있던 나는 신발을 벗을 수 밖에 없었다.

젖을 발에 모래가 잔뜩 묻어 다시 신발을 신을 수 없으니 맨발로 숙소를 찾아다닐 수 밖에 없는 상황..ㅡㅡ

왜 쪼리를 큰배낭에 넣어버렸는지...OTL



뜨거운 햇볕 아래 무거운 짐을 둘러메고 맨발로 숙소를 구하러 다닐 생각을 하니 끔찍하기만 하다.

그래서 숙소 구하냐면서 말을 건네는 청년을 냉큼 따라가버렸다. 평소의 나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100,000루피아의 방갈로는 쾌쾌한 냄새에 바로 앞에 공사를 하고 있었고 150,000루피아의 두번째 집은 큼직한 더블베드에 깨끗한 욕실, 테라스가 있는, 인터넷과 핫샤워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거만 빼면 너무 훌륭한 숙소처럼 보였다.

괜찮은 숙소를 구했다고 뿌듯해 했는데 보기엔 멀쩡한 이 숙소가 나중에 끔찍한 악몽이 될 줄이야..

'Banana Leaf Bungalow' 절대 가지 말아야할 숙소.

한밤 중에 빈대 때문에 한바탕 난리를 치뤘다.

 


처음엔 모기라고 생각했는데 한줄로 연이어 무는 거나 매트리스와 접해있는 엉덩이 쪽을 무는거에 이건 틀림없이 빈대다!란 생각이 들었다.

시트를 걷자 여기저기 조그맣고 납작한 것들이 재빠르게 도망간다.

인도에서 빈대 때문에 한달을 고생한 적이 있어서 빈대라면 정말 소름끼치도록 끔찍하다.

얼른 짐을 꾸려놓고 항의했더니 다른 빈방을 보여주는데 더 심하면 심했지 나을 것은 없어 보이는 방들.. 

에어컨이 있는 방이면 눅눅함이 덜할테니 빈대는 없지 않을까 했는데 에어컨 있는 방은 돈을 더 내야한댄다.


'이건 내 잘못이 아니라 너네 숙소가 문제인 거니까 같은 가격에 줘야해!! 빈대 있는 침대에서 내가 어떻게 잠을 자'


그렇게 같은 가격에 자기로 하고 에어컨 방에 들어갔는데...

헐.. 이번엔 엄지만한 커다란 바퀴벌레가 침대 한가운데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다.

정말 울고 싶었다.

더 긴 스토리지만 어쨌든 결국 근처 다른 방갈로에서 방값의 반을 내고 잠만 잤다. 

그 쪽 골목은 쳐다도 보기 싫다.

동네 양아치, 사기꾼들 집단...절대 그 골목 숙소는 이용하지 말기를..ㅡㅡ





낮에는 짐을 풀고 예쁜 해변을 걸어다녔다.

골목으로 들어가면 꾸따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정말 로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물가는 엄청 비싼편..

섬 휴양지니까 어쩔 수 없는 건가.

골목을 돌아다니다 보면 로컬 식당들이 있는데 이 곳이 그나마 저렴한 편이다.

그리고 저녁 6시 무렵부터 부둣가 근처에 야시장이 열린다.

푸짐하고 맛있는 로컬음식과 씨푸드 바베큐를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 길리 트라왕안에서 가장 맛있는 나시 참프루를 먹을 수 있는 가게

낮에 산책을 하다가 
해변가의 그나마 저렴한 편인 레스토랑에 들어가 나시고렝과 롬복커피를 시켰다.

호주 퍼스에서 일하고 있다는 독일인 로빈과 로컬인 아지와 셋이서 얘기를 하게 됐고 내가 길리섬은 처음이라고 하자 아지가 말했다.

 

자유의 섬에 온 걸 환영해!

 


자유의 섬이라... 멋지지만 나하고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순간 했다.

지금의 내가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을까.

무언가를 오랫동안 열심히 했던 사람들은 자유를 갈망할 수 있다.

마음놓고 놀고 먹고 마시고 빈둥대는게 그들에겐 충분히 만족스러운 자유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너무 자유롭다 못해 허무함에 어쩔 줄을 모르는 상황인데.. 

자기가 갖지 못한 걸 늘 부러워 하는 법.

난 자유를 원하는 구속된 삶을 사는 그들이 이 순간 부럽다.

그들이 느끼는 자유는 훨씬 더 달콤하고 환상적일 테니..

내가 이 여행에서 원하는 건 자유가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런식의 자유가 아니다. 

진정한 자유, 마음의 안식, 삶의 이유... 

그러니 이 곳 역시 내가 찾던 곳은 아니다. 

다이빙이나 한번 하고 바로 떠나자.

다음날 오전 다이빙을 예약하고 그 다음날 떠나는 보트를 예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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