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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발리] 우붓 나를 발리로 이끈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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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리섬에서의 마지막 밤.. 

다음날 나는 파당바이에서 우붓으로 갈지
아니면 만타레이를 보기 위해
꾸따로 갔다가 누사두아로 이동해야할지 결정해야했다.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
애당초 내가 왜 발리로 왔을까에 대해 생각해봤다.

이전부터 내게 발리는 그저
동남아의 해변 휴양지, 신혼여행지 중의 하나일 뿐이었다.

가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그렇게
도망치듯 발리로 오고 싶어 안달을 했던 것일까.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장면이 불현듯 머리속을 스쳐지나갔다.

그러고보니 그 영화의 배경이 발리였던가?
궁금증에 찾아보니 마침 영화 파일을 가지고 있었고
나는 다시한번 영화를 보기로 했다.

예전에 봤을 때는 별 감흥 없이,
여행을 통해 자아를 찾는다는 흔한 내용의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현재의 상황에서
그것도 발리에서 보는 이 영화는
전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주인공의 상황과 생각이
어쩌면 그렇게도 나와 똑같은지..(성공한 작가라는 점만 빼면..;;)

대사 하나하나가 내 마음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 하여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
 

사랑을 잃고 모든 일에 대한 흥미와 의욕도 잃고

어느 날 갑자기 삶에 대한 회의와 허무함에 허덕이다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주인공..

'난 항상 1분 1초까지 계획하고 살았어. 그런데 지금 난 나 자신을 컨트롤 할 수 조차 없어.
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아무 의욕이 없고 뭘 해도 허무해. 내 자신이 산 송장 같아 미치겠다고!'

친구를 향한 그녀의 외침이 마치 내가 외쳐되고 있는 듯 들렸다.
난 항상 하고 싶은게 너무 많았다.

남들이 뭐라건, 그게 실질적으로 내게 도움이 되건 안되건
하고 싶은 건 어떻게든 해야만 직성이 풀렸다.

덕분에 내 이력은 일관성 없이 엉망진창이고,
잡다하게 할 줄 아는 건 많지만 정작 제대로 내세울만한 건 없다.

하지만 내겐 그래도 언제나 꾸준히 다음 목표가 있었고 난 행복했다.

 

그런데 지금...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세상에 나홀로 뚝 떨어져 있는 듯하고
뭘 해도 만족이 안되고 모든게 허무하다.

그 좋아하던 다이빙을 해도 느낌이 없고

내가 살아 숨쉬고 있음을 가장 강렬하게 느끼던 순간이자
듣기만해도 설레던 '여행' 그 마저도 허무하다.

무슨 일을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내 상황에서 무언가 시작한다고 해서 과연 그게 오래 갈 수 있을까.

영화에서 주인공은 사랑을 관두고 자신의 균형을 찾기 위해 애쓴다.

어렵게 찾은 그 균형이 깨어질까 두려워 제자리에 머물려 하지만

결국은 새로운 사랑을 만나 인생의 항해를 다시 시작한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나를 찾아 균형을 이루는 일...

거기서부터 시작하자.

내가 온전히 나이지 못한 채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난다면
결국 같은 결론이 반복될 뿐이다.

 

그리고 난 우붓으로 왔다.

영화의 주 무대였기 때문에 기대가 되기도 했고

여행 중 만난 모든 사람들이 입모아 말하던
'우붓에는 뭔가 특별함이 있다.'를 확인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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