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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발리] 파당파당, 울루와뚜 사원 일몰, 운명처럼 나타난 예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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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주변 숙소를 여러군데 돌아보고 같은 가격에 더 좋은 곳을 발견했다.

더 저렴한 곳, 더 시설 좋은 곳도 있었지만 넓직한 킹사이즈 침대와 수영장, 정원이 너무 예뻐서 원래 더 싸고 괜찮은 곳이 있으면 1박을 더 하고 아니면 오후에 그냥 떠나자 마음먹었었는데 덜컥 그자리에서 예약을 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결국 우붓행은 다시 다음날로 미뤄졌다.
흠.. 과연 내일은 떠날 수 있는 것일까..ㅡㅡ;

골목 돌아다니기에도 지쳤고

해변는 이미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충분히 봤기 때문에 딱히 관심이 안가고.. 뭘해야하나 고민하다가 발리 투어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울루와뚜 사원에 가보기로 했다.

원숭이 사원으로도 유명하고 예전에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일에서도 나와 한국인들에게 잘 알려진 곳.

보통 투어에 참가하거나 차량을 대절해서 다녀오는데 혼자이다보니 뭘해도 돈이 많이 든다.


투어는 울루와뚜 사원만 가는 건 없고 보통 반일 또는 하루 일정의 투어에 울루와뚜 사원이 들어있는데 다른데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 돈을 더 내고 가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렇다고 택시를 타고 다녀오자니 갈 때야 어떻게든 되겠지만돌아올 때 빈 택시를 잡을 수 있는 확률은 제로에 가깝고 오히려 바가지 요금을 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 같았다.

오토바이를 잘 타면 렌트해서 다녀오면 딱 좋은데..ㅜ.ㅜ


결국 내가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방법은 오토바이 운전자와 함께 반나절을 대절하는 것.

3시반에 출발하여 파당파당에 들렀다가 울루와뚜 신전에서 일몰을 보고 8시까지 숙소로 돌아오는 일정에125,000루피아에 흥정했다.
인터넷 뒤져도 자세한 금액 얘기도 안나오고 아직 여기 물가도 잘 모르겠고..

주변에 물가를 잘 아는 여행객도 없으니 어느정도가 적당한 금액인지 알 길이 없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감을 믿고 사는 사람..

숙소를 알아보러 다니다 우연히 눈에 들어온 여행사였는데 왠지 주인 아저씨 느낌이 좋아서 다시 찾아간 곳이라 설령 비싸게 지불했다고 해도 아깝지는 않았다. 그 금액도 많이 깎은 금액이긴 했지만ㅋ



운전은 주인 아저씨가 직접 했는데 오토바이도 길거리에서 본 오토바이들보다 좋았고 아저씨도 굉장히 친절하고 편해서 재밌게 잘 다녀왔다.



파당파당은 별 생각 없었지만 좋다고 입이 마르도록 극찬을 해서 어차피 가는 길이니까 들렀는데

음.. 다시한번 말하지만

케언즈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그린 아일랜드에서 5개월을 일했고 호주와 뉴질랜드 여행시 멋진 바다를 너무 많이 본 나는 이제 왠만해서는 어떤 바다를 봐도 별 감흥이 없다.

(이거 사실 진짜 슬픈 일이다.ㅜ.ㅜ)



그린 아일랜드에 처음 상륙했을 때의 그 감격을 다시 느낄 수 있는 날이 오긴 할까...
좁은 해변에 바글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모기에게 시달리다가 얼른 울루와뚜 사원으로 향했다.


사원 안에는 역시 원숭이들이 많았는데 사람을 전혀 무서워 하지 않고 공격하는 경우도 있으며 특히 선글라스나 안경을 훔쳐가니 조심해야 한다고...

한 녀석이 무언가 게걸스럽게 뜯어 먹고 있길래 자세히 보니

헐.. 올림푸스 카메라 가죽케이스다. ㅡ0ㅡ;;;



사원 자체보다 사원과 절벽,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이 멋졌던 울루와뚜 사원.

유명세 때문에 관광객들로 북적여 조용히 감상할 수는 없었지만 한번쯤은 가볼만 한 곳이다.



6시 무렵부터는 사원내 야외 공연장에서 께짝 댄스를 볼 수 있다. 추가로 70,000루피아를 지불해야하지만 볼거리가 많기 때문에 아깝지 않았던 공연. 석양으로 물든 절벽사원과 함께 감상하는 께짝댄스는 정말 이국적인 느낌이다. 

'아.. 내가 인도네시아에 와있구나!' 하는 느낌!!

공연이 너무 뻔히 보이게 관광객을 겨냥한 세속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께짝 댄스의 내용은 인도 고대 서사시인 라마야나에서 온 것으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라마의 아름다운 부인 시따가 마왕 라와나에게 납치되자 라마가 원숭이 군대의 도움을 받아 사랑하는 부인을 구출해 낸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화려했던 공연에 웃음요소도 끼어있고 배경도 멋져서 정말 만족할만한 공연이었는데 그런데 이 흔하디 흔한 동화같은 사랑 이야기에 주책맞게 왜 감정이입이 되고 마는 건지..ㅡㅡ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기분이 급 다운되고 말았다.

이럴 때면 파고드는 부정적 생각.. 부정적인 에너지..

이겨내려 속으로 기를 쓰며 일단 밥부터 먹자하고 골목을 걷고 있었다.


'내 인생은 대체 어떻게 되가고 있는거지?

 진실한 사랑이란게 있긴 한걸까? 
 이전의 감정들은 진짜 사랑이었던 걸까?
 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걸까?

 누가 내 질문에 답해줬으면 좋겠어..
 점술가라도 만났으면 좋겠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순간, 바로 앞에 걷던 남자가 길을 헤매는 도중인지 갑자기 멈춰서며

"저쪽인가?"라며 돌아봤고 그 때문에 내가 살짝 부딪혔다.
"미안.." 그러고 피해 가려는데 동시에 그 사람이 "앗, 조심해!"라며 내 팔을 잡아 끌었다.

딴생각에 빠져있던 탓에 뒤에 차가 오는 지도 모르고 그 사람을 피해가려다 차에 치일뻔 한 것.


"아.. 고마워.."

그러고는 또 다시 생각에 빠져드는 찰나 그 사람의 미세하게 놀란듯한 표정이 느껴졌다.

이미 몇발자국 뗀 후 갑자기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한국인이지? 나 인천에 가봤어.. 혼자 여행하는거야? 무슨일을 해?"
라며 연이은 질문을 건네는 그.


생김새는 인도계의 부유한 지식인처럼 보였다.

누군가와 대화할 기분도 아니었고 인도인의 뻔한 작업이라 생각해서 대충 얼버무리고 자리를 뜨려는데 다급한 목소리로 나한테 해줄 얘기가 있다며 펜과 종이가 있냐고 물었다. 없다고 하자 근처 레스토랑으로 들어가더니 펜과 종이를 빌려와 내 이름과 생년월일을 적으라고 한다.

'뭐지 이건? '

어리둥절하며 그의 말대로 생일을 적어줬다.

 

그러자 그는 술술술 나에대한 얘기를 쏟아내기 시작했고 그건 너무나도 정확하게 내 마음속 질문과 일치하고 있었다.

간단하게 지금까지의 내 인생에 대해 얘기한 것 또한 너무도 정확했다. 그리고 맺혀있던 내 응어리를 누군가를 통해 듣자 나도 모르게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뭐가 뭔지 정신을 차리려 하다보니 그가 좀전에 내게 무슨일을 하는지 물은 후 자기는 'Astrolger'라고 소개했었던게 떠올랐다. 멍하니 생각에 빠져있어 흘려들었던 것..


일단 이 신기한 타이밍은 뭐지?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안간다.

그는 약속 때문에 가던길이라 지금은 바쁘니 혹시 나중에 시간이 되면 더 자세한 얘기를 해주고 싶다고 했다. 시간이 늦어 위험할테니 숙소 근처로 오겠다 했는데 알고보니 마침 같은 숙소;;;

소름돋는 우연.

그는 우리 숙소의 한가운데 있는 수영장을 묘사하며 그 앞 벤치에서 보자고 했다.

 

그를 기다리는 동안 이 우연에 대해 다시 곱씹어봤다.

이미 한국에서 일본에서 이상하리만치 이런 류의 사람들(특히 사이비 종교 집단)을 많이 만나서 대충 직감으로 알아차리는데 이번엔 뭔가 느낌이 달랐다.

내 말은 사이비 종교는 아니라는 것.

진짜 능력있는 점술가이거나 아니면 프로 사기꾼이겠지.

그리고 후자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했다. 


들어서 나쁠 것은 없을 듯하여 두시간 뒤에 우린 다시 만났다.

생년월일과 손금, 관상을 보는 듯 하더니 이번엔 너무도 구체적으로 내 인생을 읊어대기 시작했다.

심지어 내가 잊고 있었던 일들마저 얘기하니 '아 맞다 그런일이 있었지'라고 속으로 놀라며 얘기를 들었다.

사적인 얘기들이라 여기에 기록할 수는 없지만 그가 들려주는 얘기들은 충분히 내게 위로가 되었고 희망을 주었다.

무언가 바라는게 있겠지 싶었지만 끝까지 그는 신사적이었고 돈을 바라지도, 작업멘트를 날리거나 스킨쉽을 유도하지도 않았다.

 

전세계에 있는 그의 고객들은 거의 다 거물급들로 원래 이런식으로 누군가를 봐준 적은 처음이라고 한다.

하지만 길에서 마주친 순간 내게서 뭔가를 느꼈고 꼭 도와줘야만 한다고 느꼈다는 것.

나에게도 자신과 같은 힘이 있으며 언젠가 그걸 사용하는 법을 깨닫게 된다면 꼭 많은 좋은 일에 쓰길 바란다는 등의 얘기도 조심스럽게 꺼내놓았다.


뭐.. 사실 지금도 반신반의하긴 하지만 어쨌든 정말 신기하게도 적절한 타이밍에 우연히 마주쳤다는 것만은 틀림 없는 사실.

그리고 처음 길에서 만난 사람과 이렇게 모든 걸 다 털어놓고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신기할 따름이었다. 

운명적인 만남..이란 생각이 들었다. 신은 믿지 않지만 무언가의 힘에 의해 계획되어진 우연..이란 생각..


우린 밤 늦도록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그는 나를 위해 기도할 것이며 기꺼이 평생의 상담사가 되어 주겠다고 약속했다.

예를 들면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된다거나 어려운 일이 생기면 자기한테 알리라고 그러면 자기가 봐주겠다고 했다.

부모나 친구에게도 상담하기 어려운 얘기를 마음 편히 나눌 수 있는 조언가가 있다는 것은 정말 든든한 일이다.

이 친구를 만나기 위해 내가 발리로 오게 된 건 아닐까

그래서 내가 자꾸 꾸따를 못떠났던 건 아닐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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