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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바라나시] 성스러운 갠지스가 흐르는 땅, 가장 인도스러운 그 곳 바라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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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2. 01 


드디어 인도의 핵심, 바라나시에 도착했다.

수많은 인도 여행기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바라나시.

그런 간접 경험들로 인해 이미 동경의 대상이 되어버린 곳.

제일 아껴두었다가 가장 오래 머물고 싶었던 바라나시.

바로 그 곳을 실제로 만날 수 있다니 흥분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야에서 출발한 기차는 이미 해가 지고난 뒤에야 무갈사라이역에 도착했다.

오토릭샤로 여행자 거리인 고돌리아까지 갔을 때는 이미 캄캄한 밤중이었고 사람들도 거의 다니지 않았다.

오토릭샤꾼은 친구인지를 함께 태우고 왔는데

우리가 숙소 위치를 물으니 안내해주겠다며 두명이 함께 앞장을 섰다.

하지만 으슥한 골목으로 이끌고 간 곳은 우리가 말했던 곳이 아닌 거의 쓰러지기 직전의 건물이었다.

이에 항의하자 이미 시간이 늦어서 다른 데는 방이 없다며 그냥 여기서 자라고 한다.

싫다고 거절하고서 다시 숙소를 찾아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다가

어느 순간 그 남자 둘이 계속 우릴 뒤따라오고 있단 걸 눈치챘다.

안그래도 인상이 안좋아서 무서웠는데 우릴 쫓아올 때 눈빛은 살기까지 띄고 있었다...ㅜ.ㅜ

겁이나서 무조건 가트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람하나 없이 휑한 가트는 골목보다도 더 공포스러웠던 것.

완전 겁에 질렸을 때 마침 가트에 나와있던 한국인을 만났고 그제서야 뒤를 훽 돌아보니

그때까지도 계속 쫓아오던 두 남자는 쳇!하는 표정을 짓고선 뒤돌아갔다.

가트에서 만난 한국분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잠시 마음을 진정시킨 뒤

그 분의 도움으로 처음에 우리가 가려고 했던 숙소를 찾아갈 수 있었다.

다행히 방은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날 밤새도록 악몽에 시달려야했다.

첫날의 안좋은 기억때문인지 바라나시의 모든 것들이 부정적으로 보여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인도의 그 어느 곳보다도 소똥이 두껍게 쌓여있는 길들은 너무도 지저분했고

발정난 개와 소들 때문에 늘 공포에 떨어야했다.

특히 시커멓고 커다란 소가 나를 향해 돌진해올 때는 정말 기절할 뻔 했다.

슬슬 뒷걸음질을 치다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데도 소가 성큼성큼 다가오자

온몸이 얼어붙고 손이 덜덜 떨리고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눈물까지 났다.

근처에 있던 인도인이 달려와 혼을 내자 그때서야 소가 물러섰다.

아 진짜..

그때는 정말 바라나시는 나랑 안맞는구나 했다.

심지어 골목을 돌아다니다 옆골목에서 튀어나온 소에게 오른발을 밟히기도 했으니깐..ㅜ.ㅜ

하지만 시간이 좀 지나자

유유히 흐르는 갠지스강과 가트의 오래된 건축물들, 그리고 특유의 안개가 어우러진

바라나시만의 독특한 풍경에 마음을 빼앗겨

조이푸르행 기차표를 캔슬하고 바라나시에 더 머물러 보기로 했다.

 

바라나시에 머무는 동안 타블라를 배우는 재미에 빠져 교습소에서 거의 반나절을 보내곤 했다.

함께 타블라를 배우던 동갑내기 친구와 수다를 떨고

선생님만큼 멋진 연주를 보여주던 스페인 아저씨에게 요가를 배우기도 하고

숙소에서 알게된 한국인 언니 동생들과 맛있는 걸 먹으러 다니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또 화장터에서 사람이 한 줌의 재로 변해가는 걸 지켜보며 인생무상을 느껴보기도 했다.

왠지 바라나시에 오면 꼭 해야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ㅎㅎ

그런데 그 장면은 장례식이라기 보다는 마치 엄숙하고 경건한 종교의식과 같아서

그 곳에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정화되는 기분이 들기 때문에

거의 매일저녁 화장터를 지켜보며 하루를 마감하곤 했다.

'오늘 내가 헛되이 보낸 하루는 죽은 이가 그토록 살고 싶어했던 내일이다'라는 말을

온몸으로 느끼게 되는 그 곳...

내일은 더 힘내서 열심히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기운을 얻는다.

한국인 여행자들 사이에서 유명한 보트맨 철수 형제네와 친해져서

매일 동생인 만수네 짜이가게 앞에 죽치고 앉아 그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과 낯을 익혀 인사를 하곤 했다.

만수와 함께 동네 결혼식에 초대되서 가기도 했고 만수네 집에서 다같이 모여 놀기도 했었다.

늘 미소로 반갑게 맞아주던 만수.. 보고싶다^^

다시보면 아마 기억 못하겠지?

워낙 많은 여행자들이 스쳐가는 바라나시니깐...

 

맛있는 것도 많고 시장이 여행자거리 바로 옆에 있어서

값싸고 예쁜 옷이며 장신구며 구경거리들이 많은 바라나시라

그냥 골목골목 돌아다니기만 해도 마치 보물찾기라도 하듯 즐겁지만

그래도 그 중에 무언가 하나 해야하는 걸 꼽으라고 한다

새벽 보트를 추천할 것이다.

하루를 시작하는 인도 사람들의 일상, 새벽의 수행자들의 다양한 수행 모습을 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날씨가 좋으면 배위에서 일출도 볼 수 있다.

시체를 태우고난 잔여물과 쓰레기가 떠다니는 강물에

바로 옆에서 빨래를 하고 있고 그 옆에서는 강가의 화장실을 청소한 물이 흘러들고 있는데

그 물에 들어가 몸을 씻고 물을 마시는 사람들.

비위가 약한 나는 몸서리치며 잠시 눈살을 찌푸려보지만

다시금 그들의 신에 대한 열망과 강한 믿음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바라나시를 떠나며 그 곳에서 알았던 모두에게

인도를 떠나기 전에 꼭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언젠간 꼭 다시 돌아갈꺼다.

다시 인도에 간다면 이번엔 바라나시에만 머물러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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