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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뉴질랜드 로드트립] 누사, 누구에게나 완벽한 휴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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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여행 계획에는 용갈라 다이빙 다음으로 프레저 아일랜드가 있었다. 케언즈에서 이미 레인보우비치에서 시작되는 2박 3일의 프레저 아일랜드 투어를 예약까지 했었다. 그런데.. 여행은 늘 그렇듯 뭐든 계획대로 되지 만은 않는다. 레인보우비치에 도착해 마음에 쏙 드는 백패커스를 구하자마자 배탈이 나더니 열이나고 구토를 하고 몸 전체가 말썽을 부리기 시작했다. 투어 참가 당일날 결국 나는 투어고 뭐고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끙끙 앓아 누웠고 열이 떨어지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초저녁이 다 되어서였다. 그나마 다행인건 꽤 비싼 프레저 아일랜드 투어는 전액이 아닌 데파짓 10% 정도만 지불한 상태였기에 당일 캔슬료 치고는 적은 금액만을 잃고 끝났다는 것... 하지만 온통 모래로 뒤덮인 아름다운 섬 프레저 아일랜드를 가지 못했다는 것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별할 것 없는 작은 비치지만 레인보우비치의 여행자 마을은 이상하게도 여행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매력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곳이어서 프레저 아일랜드를 방문하기 위해 잠시 들렸던 많은 여행자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난 하루밤 더 이곳에 머무르며 몸을 추스리고 다음 목적지인 부자들의 럭셔리 휴양지로 알려진 누사로 향했다.

 

 

레인보우비치에서 계획이 틀어지면서 누사의 숙소 예약을 깜빡했고 어딘가엔 빈방이 남아있겠지하는 나의 안일한 생각은 여행 최대의 고비를 가져왔다. 처음에는 호스텔 예약 사이트를 뒤졌으나 다 솔드아웃이었고 그 다음으로는 무작정 누사의 숙소들을 찾아 연락해 보았으나 주말이라 다 만실이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숙박을 하지 않고 바로 연결해서 이동을 할까도 해봤지만 버스 시간도 그렇거니와 이미 자리는 만석이었다. 어찌 해야할지 알 수 없는 막막함과 대책없이 누사에 도착한 내 자신에 대한 책망으로 기분이 엉망진창이었다. 노숙을 해야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마지막 한군데에 연락을 해봤다. 누사의 메인 여행자 거리를 한참 벗어난 선라이즈비치에 있는 숙소였다. 다행히 한방이 비어 있다고 했고 정류장으로 픽업까지 온다는 반가운 소식.

 

 

도착한 숙소는 한참 꼬불꼬불거리는 시골길을 달려 들어간 작은 해변 동네였다. 별장 몇채와 부티크호텔 하나가 전부인... 묵을 숙소는 독채로 된 일반 가정집으로 보통 장기 투숙을 받는 집이라고 한다. 이층집으로 된 이 집은 1층은 거실겸 주방, 2층은 2개의 방과 욕실, 세탁방으로 이뤄진 너무 예쁜 집이었다. 1층 전면은 발코니로 되어있었고 나가서 몇발자국만 걸으면 해변으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나오는... 게다가 2층의 두방 중 한방을 예약한 커플이 있어서 원래 같이 묵어야하는 상황이었는데 이 커플이 당일저녁 취소 연락을 해와 이 예쁜 집을 통째로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메일비치의 도미토리 수준!!! 주변에 전혀 편의시설이 없어서 물하나 사려해도 마을버스를 타고 다운타운으로 나가야하는 번거로움이 있긴 했지만 나에겐 너무 완벽한 이 숙소 때문에 원래 누사에서 1박만 하려던 계획을 변경해 일주일 가량 연장해서 묵었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비치타올을 들고나가 모래사장에서 뒹굴거리다 배가 고프면 집에 들어가 밥을 먹고 다시 어슬렁 어슬렁 나와 뒹굴거리던 완벽했던 휴식.

 

 

 

이스트코스트 대부분의 해변이 그렇듯 이 곳 역시 서핑을 즐기기 좋은 곳이었다. 파도가 어찌나 센지 잠시 해수욕을 즐기려 들어갔다가 파도에 패대기 처지며 비키니가 벗겨질뻔..;; 

 

 

 

집앞 해변에서부터 서쪽을 향해 걸으면 국립공원을 통과해 누사메인비치가 있는 누사헤드가 나온다. 하루는 도시락과 물을 싸들고 누사헤드까지 걸었다. 수려한 경관과 눈부시게 반짝이는 파도 위를 달리는 서퍼들을 구경하며 중간중간 마음에 드는 곳에서 휴식하며 걸으니 총 4시간 정도가 걸렸다.

 

 

그 길 안에 한가지 신기한 볼거리가 숨겨져 있었다는 걸 난 미리 알지 못했다. 바로 말로만 듣던 누드비치

 

 

 시드니의 왓슨즈베이에 있는 레이디스 비치에서 이미 한번 경험하긴 했지만 그때는 너무 놀라 도망치느라 제대로 경험했다고 볼 수 없었다. 이번에는 개방된 트레일 중간에 있는 곳이라 놀라 도망칠만한 여건이 아니었기에 태연한척 걸어야했다. 시드니에서 마주쳤던 장면은 연세많은 아저씨들 뿐이었지만 이 곳은 나이와 성별에 상관 없이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운동하고 걷고 바베큐를 즐기고 있었다. 나에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신기하고 이상한 장면이었지만 이 사람들은 너무도 태연했다. 알몸으로 손을잡고 해변을 거니는 연인들, 개와 함께 산책을 하는 이, 부부 동반으로 바베큐를 즐기고 있는 무리들 등... 그러나 잠시 쉬면서 보다보니 점점 그 이질감이 사라지며 오히려 자유로움과 자연스러움에 동화되었다. 그래도 그 속의 일부가 될 자신은 없었던 나는 관음증 환자로 보이기 전에 어서 발길을 옮기기로... 

 

 

 

 

 

트레일의 끝에 나타난 누사메인비치. 바로 이 곳에 숙소를 잡으려다 실패해 선라이즈비치에 숙소를 잡게 된것이었으나 사람들로 바글거리는 메인비치를 보자 오히려 이 곳의 숙소가 다 만실이었던 것에 감사하게 됐다. 게다가 이 곳에서 도미토리에 묵을만한 가격으로 독채의 일반 주택에 묵고 있으니 말이다.

 

 

메인비치 주변에는 호텔, 상점가 등이 즐비했다. 한가지 부러웠던 점은 카페와 레스토랑이 많다는 점! 한가로운 휴식보다 주변에 맛집과 쇼핑 탐방을 즐기는 여행자라면 확실히 메인비치 쪽을 선호할만 하다.

 

 

 

 

물가 비싼 부자들의 휴양지인 누사에서 특히 가난한 배낭여행자들에게 강력 추천할만한 리버 크루즈! 20달러면 하루종일 리버 크루즈를 타고 중간 기착지들을 돌아다니며 구경할 수 있다. 상점가를 돌아다니다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알게된 정보. 하이킹 때문에 이미 늦은 시간에 도착한 나는 그냥 마지막 배를 타고 종점까지 왕복만 하기로 했다.

 

 

 

부자들의 휴양지란 얘기에 걸맞게 강변에는 럭셔리한 별장들이 연이어 있었다.

 

 

 

 

종착점에서 잠시 휴식한 후 다시 출발점으로 귀환.

 

 

나는 하이킹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마지막 배를 타게 되면서 이런 아름답고 로맨틱한 석양을 감상할 수 있었다.

 

 

 

 

호주에서 어느 한곳도 만족스럽지 않은 곳이 없었고 어딜가나 감탄을 금치 못했지만 그 중에서도 누사는 내게 정말 완벽한 여행지였다. 사전에 별로 들은 바가 없던 곳이라 별생각없이, 어떠한 기대도 없이 그냥 스쳐지나갈 곳이었던 누사가 실수와 우연으로 인해 이렇게 특별하게 기억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이래서 여행이란 늘 마법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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