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호주 뉴질랜드 로드트립]난파선 다이빙 호주 에어(Ayr) S.S용갈라(S.S Yongala Wreck)

본문

반응형

 

 

내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던 난파선 다이빙!

난파선 다이빙 포인트의 세계 1위로 손꼽히는 용갈라 포인트는 마침 케언즈 인근에 있었기에 내 호주 워홀 생활의 마침표이자 호주&뉴질랜드 로드트립의 시작점으로 주저없이 용갈라 다이빙을 선택했다.

용갈라 난파선은 관광지가 아닌 시골에 있기 때문에 케언즈에서 그룹을 형성하여 1박 2일 투어식으로 다녀오기도 하지만 보통은 전날과 다이빙 후 휴식을 포함하여 2박 3일로 다녀오는 것이 보편적이다. 다이빙 샵은 숙소와 함께 운영되고 보통 다이빙 롯지라고 부른다. 이 다이빙 롯지는 '타운즈빌(Twonsville)'과 '에어(Ayr)' 두 군데에 있는데 타운즈빌은 노스 퀸즐랜드에서 케언즈 다음으로 큰 도시로 나름 큰 타운을 형성하고 있어서 저녁에도 심심하지 않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한편 에어는 대부분이 농장인 정말 한적한 시골.. 오로지 다이빙만 할 수 있는 곳이라 심심할 지 모르겠지만 내 경우엔 예상치도 못한 다이빙 롯지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에 뜻밖의 힐링타임을 가질 수 있어 더 좋았다.

 

용갈라 다이빙에 대해서는 이전에 인터넷 여행신문에 기사를 올리기도 했다. 당시 계속 여행중이어서 열악한 환경에서 작성을 하다보니 지금 읽어보면 많이 아쉽긴 하지만...

 

 

용갈라 다이빙을 위해 케언즈의 그린 아일랜드 리조트에서 근무하며 PADI 다이빙 어드밴스 자격증을 땄고 조류가 강하고 시야가 흐려서 난이도가 좀 있는 용갈라 다이빙을 무사히 마치기 위해서 쉬는 날 직원혜택을 활용한 무료 펀다이빙으로 미리 어느정도 훈련을 해두었다. 용갈라 포인트는 오픈워터로도 도전 가능하긴 하지만 최고 깊이 28M아래 잠긴 용갈라 난파선을 제대로 둘러보려면 어드밴스 자격증이 필요하다.

 

대형 수중생물이 많은 용갈라 다이빙 포인트의 수중 촬영을 위한 고프로 장비 구입까지! 만반의 준비를 하고서 케언즈에 안녕을 고하고 용갈라 난파선 다이빙의 베이스캠프인 에어로 향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농장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났던 미키와의 감격스러운 재회! ㅠㅠ

 

 

다음날 초심자에겐 꽤나 벅찰 다이빙 계획이 잡혀 있어 충분히 휴식을 해야함에도 우린 늦도록 잠들지 못했다. 오랜만의 재회이자,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는 마지막 밤이었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 약속된 시간에 모여 롯지 앞에서 다이빙에 대한 자세한 브리핑이 있었다. 1911년 멜번에서 케언즈로 향하다 120여명의 목숨과 함께 바다속으로 가라앉아버린 S.S 용갈라호에 대한 역사적인 설명과 함께 날씨 변덕이 심하고 조류가 강한 곳이라 시야 확보가 어려우니 사전에 동선을 파악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특히 선체가 모래 바닥에 비스듬하게 기울어 있어 안전에 유의해야 하는 점을 강조하였다. 또한 선체 내로는 현재 진입이 금지되어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큰 벌금을 물 수 있으니 주의하라고..

 

 

터프한 여자 다이빙 마스터와 우리 둘, 그리고 신혼여행을 와서 신부만 다이빙에 참여한다는 대만 여성, 수중 촬영을 위해 고가의 촬영장비들을 잔뜩 짊어지고 온 미국인 3명과 그팀의 남성 다이빙 마스터 이렇게 8명이 함께 보트에 올랐다.

 

 

잔뜩 구름낀 하늘이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하고 파도가 심해 걱정했지만 30분 정도를 세차게 달려 다이빙 포인트에 도달했을 때에는 거짓말처럼 하늘이 개어있었고 너울은 좀 있긴 했지만 평소보다는 굉장히 잠잠한 편이라고 했다.

 

 

마스터는 지금까지 일한 3년간 가장 파도가 없는 날이라며 흥분을 넘어 광분했고 덕분에 우리의 기대감도 증폭됐다.

 

 

시야가 3M정도 나오나? 확실히 그린아일랜드에서 다이빙할 때와는 많이 달랐다. 하지만 이전에 대만 친구가 다녀와서 보여줬던 뿌옇고 아무것도 제대로 찍힌게 없던 사진들을 떠올리자 내가 정말 럭키하며 이날 수중 상태는 더할나위없이 완벽한 것이라는 마스터들의 호들갑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최상의 조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유물들로 혼탁하고 조류가 굉장히 강한 용갈라 렉 포인트는 미리 설치되어 있던 로프 없이 바닷속 난파선을 찾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고 위험할 것으로 보였다. 로프를 따라 천천히 하강하자 어느 순간 커다란 난파선이 눈앞에 나타났다.

아아.. 드디어! 너무 흥분해서 물속이란 것도 잊고 소리를 지를 뻔 했다.

 

난파선은 무수한 산호와 해조류 등으로 뒤덮여 있었고 처음 도착한 위치에는 풍부한 먹거리 때문에 물고기들이 끔직할 정도로 많이 몰려 있었다. (참고로 난 똑같은 무늬의 반복, 군집에 대한 심한 공포증이 있다;;.)​

 

얼른 그자리를 벗어나 배 주변을 자유로이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마스터는 전혀 아무런 간섭을 하지 않고 자유롭게 풀어 주었고 버디와도 틈틈이 서로의 위치만 파악하며 독립적으로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어 굉장히 좋았다.


참으로 다양한 어종들이 몰려있어 무엇을 먼저 봐야할지 정신이 없었다. 드문드문 수중생물들과 마주치던​ 지금까지의 다이빙과는 너무도 다른 수중 환경.

 

유연하게 S자를 그리며 배회하던 물뱀. 원래도 뱀에 흥미가 많지만 꼬리에 지느러미가 달린 푸르스름한 물뱀은 비현실적일만큼 매력적이었다.

 

그렇게 물뱀을 좇아 이리저리 다니다가 갑자기 압도적인 존재감에 얼어 붙었다. 선체의 큰 구멍의 깊은 어둠속에서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다는게 느껴졌고 알 수 없는 공포에 소름이 돋았다. ​도망가야할 것 같은데 몸이 굳어버렸다.

잠시 후 (아마 실제론 찰나에 불과했겠지만) '두두둥'하는 효과음이 들리는 듯한 착각과 함께 거대한 덩치가 모습을 드러냈다. 급히 옆으로 몸을 피하며 눈에 들어온 건 정말 어마무시하게 거대한 대형 물고기. 처음에 그 사이즈에 고래가 나타난 줄 알았는데 그러기엔 몸이 세로로도 너무 컸다. 고래, 상어 말고 그냥 물고기가 이렇게 클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사진으론 느껴지지 않겠지만 만약 내가 그 옆에 있다면 배 밑에 따라가는 저 기생 물고기보다 조금 큰 정도일 것이다. 이 물고기 주변으로 엄청나게 많은 물고기 떼가 구를 형성하며 따라 가고 있었는데 마치 치어처럼 작게 보이는 저 물고기들도 내 발바닥 사이즈 정도는 되는 물고기들이었다. ​그 웅장함에 무슨 백악기 시대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몬스터 피쉬라고 부르기도 하던데 원래 거대어종이기도 하지만 이녀석은 다른 녀석들에 비해 특별히 더 거대했다.​

또 흥분해서 넋을 잃고 좇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녀석이 유유히 꼬리를 세번 정도 흔들었을 때 따라잡기 힘들만큼 거리가 벌어졌고 정신을 차리고 뒤를 돌아보자 이미 배에서 꽤나 멀리 떨어진 상태였다. 조금만 더 갔어도 배가 시야에서 사라져 방향을 잃고 목숨까지 위험해질 뻔 했다.;;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스스로를 나무라며 다시 난파선으로 복귀.​

기본적으로 이 곳의 수중 생물들은 다른데서 보았던 것들에 비해 사이즈가 2~3배에 달했다. ​이번엔 선체 아래쪽에서 나를 향해 수직상승하던 거북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하다가 얘가 나를 피하지 않고 돌진해와서 충돌할 뻔 했는데 가까이 다가온 순간 그 크기에 놀라 내가 허겁지겁 자리를 내줬다. 크기에 대한 자신감인가? 야생인 녀석들이 도대체가 겁도 경계심도 없어! ㅡㅡ;

 

그린 아일랜드의 동글동글 귀염둥이 거북이들과는 달리 길죽길죽 험상궂은 생김새에 나이만큼 따개비를 잔뜩 얹은 등딱지를 가진 녀석은 그러나 의외로 온순했다. 적정 거리를 유지하며 한참동안 녀석의 게걸스런 식사를 따라다녔지만 나따위는 전혀 안중에도 없더라..;

아쉽게도 아주 드물게 나타난다는 만타레이나 고래상어는 볼 수가 없었지만 누구에게나 강력 추천하고픈, 만족 이백프로의 다이빙이었다.

 


 

단, 변덕스런 날씨는 운에 빌어야 한다는 것과 멀미약은 꼭 잊지 말기를! 같이 갔던 대만 여성은 너울과 조류에 속이 울렁거려 결국 난파선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포기하고 올라갔고 모든 다이빙이 끝나고 돌아갈 때까지 배위에서 혼자 끊임없이 구토를 하며 끔찍한 시간을 보냈다. 거의 떡실신 상태로 롯지에 도착해서 신랑이 무슨일 난 줄 알고 놀랐다는...;;;

 

 



2회에 걸친 다이빙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와 미키와 단란한 시간을 보냈다. 원래 뉴질랜드 여행에도 동행하기로 했었지만 내 일정이 뒤로 밀리는 바람에 그 사이 농장일을 얻게 된 미키와는 아쉽지만 함께할 수 없었다.

 

 


 

꽤나 나이차이가 나는 한참 동생인 미키이지만 왠지 둘은 죽이 잘 맞았다.  이전에 케언즈의 라군에서 자주 그랬듯 석양을 함께 바라보며 서로의 앞날에 행운만이 함께하길 빌어주고 우린 두번째 작별인사를 나눴다.


미키와는 여전히 종종 연락하고 지내지만 이후로 아직까지 다시 만나진 못했다. 언젠가 꼭 함께 여행을 하고 다시 함께 바다속을 탐험하자던 약속을 나는... 지킬 수 있을까...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