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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뉴질랜드 로드트립] 케언즈에서의 마지막 밤.. 그리고 새로운 여행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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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얘기하면 닳기라도 할것처럼 조심스러운 소중하고 행복했던 케언즈의 기억.. 끝나지 않고 영원히 계속되길 바랬던 그 일상은 결국 내 비자와 함께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워홀이 끝난 뒤에 계획했던 미래가 갑자기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리고, 어떻게 해야할지 혼란스러울 때 케언즈에서 학생비자를 받아 계속 있는게 어떻겠냐는 주위 의견들에 혹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친구들이 하나둘 떠나가고 난 후에 그저 반복되는 일상이 된다면, 한국에서나 일본에서처럼 똑같은 하루하루가 될 것이고 그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뭐 지금은 좀 후회가 되긴 한다. 계속 있었으면 영어와 일본어가 일취월장 했을 것이고 돈도 모을 수 있었겠지...하지만 당시의 난 비자 때문에 전전긍긍하며 내 인생의 일부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에 결국 호주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미래에 대한 새로운 계획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아 한국으로 가는 길 실컷 여행을 하며 고민해보기로 했다.

일주일간 계속된 송별회들... 그리고 케언즈에서의 진짜 마지막 밤은 ​사랑하는 나의 걸스호스텔 친구들(케언즈의 가족)과 작별의 인사를 나누었다.

난 항상 사람들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사람이었고 인간관계에 있어서 냉정하고 차가운 사람이었다. 원래 그런 사람인 줄 알았다. 그리고 그런 나자신이 여행과 사람들을 통해 좀더 인간적으로 바뀌길 바랬다.

하지만 케언즈 친구들과 끈끈한 정을 쌓으며 깨달았다. 어렸을 때 전학과 멀리 떨어진 친척들의 방문과 이별을 반복하며 그때마다 후유증에 한참을 힘들어했고 더이상 마음 다치는게 싫어서 ​점점 일부러 사람들과 일정 거리를 두려 노력해온 걸 말이다. 차가운 사람을 연기해온 나의 오랜 방어기제를 허물어버린 친구들...

 

 

​이제는 뿔뿔이 흩어져 모두 다른 곳에서 각자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지만 언젠가 꼭 그 시절처럼 다같이 모일 수 있기를..

 

그리고 마지막 밤의 정말 마지막을 함께 해줬던 내 룸메이트들.. ​모든게 완벽했던 케언즈의 쉐어하우스도 그립다.

 

 

잠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여전히 미칠듯한 그리움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내 남은 인생에 ​또다시 그런 순수의 시절을 만날 수 있을까?

그날 밤 나는 한숨도 자지 못한채 이른 아침 미리 끊어놓은 그레이하운드 이스트코스트 패스(케언즈-시드니)를 이용하여 첫 목적지인 에어(Ayr)로 향했다. 혼자라는 외로움과 함께 앞으로에 대한 두려움이 밀려들어 에어로 향하는 버스 안 끊임없이 눈물이 흘렀다.

 

​이제 천국은 끝났어.

현실로 돌아가기 위해 강해져야만 해!


그래도 마지막 선물처럼 곧 있으면 내 단짝이자 최고의 다이빙 버디 미키를 만날 수 있다는 건 큰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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