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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멜버른] 멜버른에서의 우울한 첫날을 달콤함으로 달래준 홉턴티룸(HOPETOUN TEA 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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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이사짐을 전날 아는 사람 집에 옮겨놓고 출발 당일에서야 여행짐을 꾸리다보니 미처 이사짐에 넣지 못한 짐들이 속출했다.

결국 여행에 필요도 없는, 정말 짐밖에 안되는 짐들을 꾸역꾸역 배낭에 쑤셔넣고 그래도 들어가지 않는 것들은 버리는 수밖에 없었다.

(아까운 까페아트 책과 내 화장소품들..ㅜ.ㅜ)

얼마나 정신이 없었던지 핸드폰을 바지 뒷주머니에 꽂아놓고서 버스를 타러가다 잃어버린 줄 알고 패닉상태가 되기도...ㅋㅋ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시드니 공항에 도착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체크인시에 직원이 짐을 보더니 무게를 재보라고 했고 백팩무게만 10.5키로.. 하지만 다행히도 무사통과됐다.

노트북 가방과 보조가방도 무게가 꽤 됐지만 예상대로 백팩 무게만 확인해서 정말 다행이었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검색했을 때는 국내선은 액체류 제한이 없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국제선과 동일한 기준으로 검사를 하고 있었다. 비닐팩에 담은 100ml이하의 액체류만 허용!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국제선 기준에 맞춰 준비한 자신을 대견해하며 검색대도 무사통과~ㅋㅋ

그렇게 너무나도 정신없이 시작된 호주에서의 내 첫 여행은 비행기가 이륙해도 평소 여행과는 다른 느낌...설레임과는 거리가 먼.. 마치 어쩔수없이 해야만하는 부담스러운 숙제같은 느낌이었다.

 

 

멜버른 공항에 도착해서는 스카이버스 왕복을 끊고 서던크로스(southern cross)역까지 간 후 버스 하차하는 곳 바로 앞에 있는 락커에 짐을 넣었다. 여행기간동안 필리핀에서 룸메였던 동생네에 머물기로 했는데 그 동생이 밤 10시까지 아르바이트가 있었기 때문에일단 락커에 짐을 보관하기로 한 것이다.

락커는 크기별로 조금씩 요금이 다른데 내가 이용한 중형락커는 1일 12달러.. 이 나라는 정말 뭐든 비싸다..ㅜ.ㅜ

 

 

아침부터 쫄쫄 굶은 터라 가장 먼저 눈에 띈 헝그리잭스에서 배를 채우고 난 후에야 여행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릴리안이 적어준 추천여행지와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받은 지도를 펼쳐놓고 급히 동선을 짜기 시작했다. 일단 볼거리들이 몰려있는 멜버른관광의 시작점, 페더레이션 광장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한편, 바깥 날씨는...늘 우중충한 날씨의 멜버른이라고 듣긴했지만 생각보다 더 추운 날씨에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니 그야말로 최악이었다..ㅜ.ㅜ

그나마 무료트램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위안삼았다.

 

 

페더레이션 광장 뒤쪽에서 야라강을 잠시 감상하고 있는데 중국 아주머니들이 중국어로 말을 걸었다.

 

- 뭐라고요? 저 중국말 몰라요..

 

그래도 웃으며 계속 중국말로 쏼라쏼라..ㅡㅡ;; 

못알아 듣는다니깐! ㅡ0ㅡ;

안그래도 날씨 땜에 우울한데 계속 중국말로 얘기하며 키득키득 웃는 아줌마들땜에 맘상한 나.. 구경하러 돌아다닐 기분이 아니라서 그냥 카페에 들어가 책이나 읽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카페거리로 유명한 멜버른이지만 역시 날씨가 이러니 어딜가나 썰렁했다.

 

 

이리저리 헤매다 블럭아케이드 안에서(Block Arcade) 티룸 발견!

 

 

멜버른에 가거든 꼭 들르라던 지인의 말이 떠올랐다. 항상 붐비는 곳이라고 들었는데 늦은 시간이라 빈자리가 많았다. 럭키~! 쇼윈도를 바라보며 어떤 케익을 먹을까 행복한 고민에 빠진 나~^-^

 

어제 오늘 하루종일 고생했으니 이정도 호사는 누려도 괜찮아!

 

1892년에 문을 열었다는 홉턴티룸 내부는 그 역사만큼이나 빈티지한 멋이 있었다.

 

 

향 좋은 홍차와 함께 고민고민 끝에 결정한 초코 치즈케익. 진한 초콜렛과 피스타치오 그리고 끝맛에 살짝 느껴지는 깔끔한 치즈맛. 호주에서 보통 접하는 심하게 달짝지근한 초코렛류와는 달리 많이 달지않아 질리지 않고 끝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먹어본 케익 중 내가 기억하는 가장 맛있는 케익! (총 15.7달러)

 

 

감탄하며 천천히 맛을 음미하다보니 어느새 문닫는 시간이었다. 좀더 느긋하게 즐기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긴 했지만 덕분에 하루종일 정신없고 힘들고 우울했던 기분이 말끔히 사라졌다. 어느새 여행의 설레임이 시작되고 있었다.

기운을 얻은 나는 서던크로스에서 질롱으로 향하기 전 야경이 좋다는 도크랜드(Dockland)까지 가보기로 했다. 서던크로스에서 도보로 15~20분 정도면 갈 수 있다.

 

 

시드니에 달링하버가 있다면 멜버른에는 도크랜드가 있다..라고 듣고 갔는데 멜버른시티의 변두리에 위치한 도크랜드는 시드니의 화려한 달링하버와는 너무 다른 분위기..

누군가와 함께 간다면 운치있다고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비오는 날 혼자 간 나는 사진보다 훨씬 캄캄하고 썰렁한 이 곳에서 그저 쓸쓸함만 맛보고 돌아왔다..ㅡㅡ;

 

 

다시 서던크로스 역으로 돌아가 질롱(Geelong)행 트레인을 기다렸다. 서던크로스역에는 고객 대기실이 있어 따뜻한 곳에서 몸을 쉬며 핸드폰 충전도 할 수 있어 좋았다.

1시간여를 달려 드디어 최종 목적지인 질롱에 도착했지만 일이 늦게 끝난 동생을 기다리느라 질롱역에서 다시 한시간을 대기.... 정말 고단한 하루였지만 오랜만에 만난 동생이 너무 반가워 오늘 있었던 모든 고생을 잊고 밤늦도록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다음날의 여행계획은 또다시 당일로 미뤄두고서..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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