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진 이전의 여행기록...뉴스로 지진소식을 접하며 충격에 그저 눈물만 계속 흘렸었다. 항상 친근하게 다가오던 순수한 네팔 사람들의 슬픔을 느끼며 그 아름답던 문화재들이 무너져내리는 장면과 함께 내 가슴도 무너져 내리는 듯 했다. 네팔 여행중 만났던 친구들이 모두 무사하길 바라며, 네팔이 지진의 아픔에서 하루빨리 회복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2008. 10. 29
포카라에서 히말라야 트레킹을 하려던 계획을 전면 수정하여 카트만두로 떠났다.
우리 숙소에서는 트레킹 인원을 모으기 어려웠기에 거의 포기상태였는데
마침 포카라에서 만난 네팔 친구들인 비키네가 카트만두로 돌아간다며 동행을 제안해왔고
현지 친구들과 함께 하는 여행도 재밌을 것 같아 함께 떠나기로 결정한 것이다.
(트레킹 동행은 한국인 게스트하우스나 바라나시, 카트만두 쪽에서 구해서 가는 편이 수월하다.)
버스가 아닌 밴을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밴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아이들이 흥정을 하고 탔는데 1인 80루피(네팔루피)를 지불했다.
오~ 역시 현지인이 흥정하니 저렴하군..하고 감탄하고 있는데
마지막으로 서양인이 한명 타더니 500루피를 지불하였다. 헉!!
외국인에게 조금 더 받는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정도일 줄이야...
아무리 그래도 현지 물가를 몰라도 너무 모른 그 서양인도 좀 문제가 있어보였다.
6시간 정도 걸려 카트만두에 도착한 우리는 온수도 잘나오고 넓고 깨끗한 임페리얼 호텔에 방을 잡고
카트만두 여행자거리인 타멜거리를 돌아다녔다.
타멜거리에 디왕네 이모가 음식점을 하고 계신다하여 다같이 놀러갔다.
작은별(small star)이라는 이름 이었던 듯..한국어로도 쓰여있다.
식사때는 2층까지 앉을 자리가 없을만큼 인기가 많은 곳이다.
모모, 텐뚝, 뚝빠 등의 내가 좋아하는 티벳 음식점이었는데 이모님은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굉장히 반가워하셨다.
평소 한국에 관심이 많으시다고...
손님들은 주로 현지인이지만 음식이 매콤하니 한국 입맛에 잘 맞아서 그런지 한국인도 자주 보였다.
식사와 함께 네팔 전통 술인 뚱바(tongba)를 맛보았다.
발효시킨 조가 담긴 나무로 만든 통에 뜨거운 물을 부어 우린 후 마시는데
따뜻해서 그런지 마실때는 독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지나자 술기운이 확 올라와서 머리가 지끈지끈...
2008. 10. 30
타멜거리에서 멀지 않은 더르바르 광장은 사원들이 밀집해 있는 곳으로
현재와 동떨어져 있는 유적지라는 느낌보다는 현재도 생활하고 있는 고대도시라는 느낌이다.
대부분 목조 건물이란 점이 특이하며 기둥, 처마 등의 화려하고 섬세한 조각이 눈에 띈다.
당시 네팔은 축제가 한창이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추석정도의 큰 명절이라고 한다.
낮에는 별 특별한 점은 없었지만 밤에는 여기저기서 폭죽을 터뜨리며 축제분위기를 냈다.
어디서든 갑자기 터지는 폭탄같은 소리 때문에 두려움에 떨어야했는데
한번은 너무 놀라 뒤로 넘어지기도...
그러자 주변에 있던 네팔 꼬맹이들이 겁쟁이라며 대놓고 배꼽을 잡고 웃어댔다.ㅜ.ㅜ
폭죽소리는 악귀를 쫓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중국에서 설날에 폭죽을 터뜨리는 것과 같은 의미...
저녁에 다시만난 비키와 디왕에게
네팔 젊은이들은 어떻게 노는지 궁금하다고 했더니 '섹시 댄스바'라는 곳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가운데 무대에서 댄서들이 한두명씩 춤을 추고 그걸 보며 술을 마시는 곳이었는데
전혀 퇴폐적인 분위기가 아니고 섹시..와는 전혀 상관없는 평범한 춤이었다.
그런데도 부끄러워 어쩔줄 몰라하는 이들을 만약 태국의 바에 데려다 놓으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ㅎㅎㅎ
그 후 백프로 현지인들만 가는 '클럽'이란 곳에 갔었는데
입구를 잠궈놓고 지키는 이가 있어서 그사람과 몇마디를 하더니 문을 열어주었다.
장소도, 지키는 사람도 외관상으로는 무슨 미국영화에 나오는 약도 팔고하는 그런
뭔가 굉장히 위험한 곳 같아 괜히 따라나섰나 순간 긴장했는데
안쪽의 창고같은 곳에서 조명과 음악을 틀어놓고 그저 다들 신나게 춤을 추고 있었다.
정말 건전하게..
술도 거의 안마시고 부킹 이런 분위기도 아니고 그냥 진짜 각자 춤만 아주 미친듯이ㅋㅋㅋㅋㅋ
그 건전함이 마치 불꺼진 교실에서 춤을 추고 있는 느낌이라 도저히 흥이 안나서
잠시 구경을 하다 8시쯤 문을 닫는다고 해서 나왔다.ㅡㅡ;;;
늦은 시간의 유흥은 금지되어 있는 모양인지 다들 무슨 범죄자들처럼 굴었다.
건물에서 나오자마자 뿔뿔이 흩어지더니 경찰에 걸릴까봐 숨어서 도망가는 상황;;
원하는대로 즐기지 못하는 네팔의 청춘들이 안됐긴 하지만
이방인인 나로서는 신기하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2008. 10. 31
네팔 그리고 카트만두하면 가장 먼저 떠오로는 눈이 그려진 탑에 색색의 천이 바람에 휘날리는 사진.
누구나 한번쯤은 보았을 네팔의 그 상징적인 이미지는 바로 스와얌부나트이다.
이 곳은 타멜거리에서 도보로 3~40분 정도 소요되는데
가는 길에 서민들의 생활도 엿볼 수 있어 천천히 걸어서 다녀오는 것도 좋다.
사원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가파른 계단을 한참 올라가야한다.
끝까지 오르면 눈앞에 나타나는 화려한 조각들.
가운데 금색 물체는 '금강저'라는 것으로 불교에서는 수행시 욕망과 번뇌를 끊는 힘이 있는 도구라고 하는데
힌두교에서는 인드라신의 무기라고도 한다.
스와얌부나트 주변에는 금강저 모양을 이용한 기념품들이 많이 있다.
한 가운데 돔처럼 생긴 커다란 스와얌부나트가 보인다.
상단에는 금색으로 반짝이는 네팔식 불탑이 올려져 있는데 맨 아래 사방으로 그려진 눈은 부처의 눈을 뜻한다고 한다.
그 위 13층의 원형의 탑은 해탈을 하기 위한 13단계를 의미한다.
스와얌부나트 옆에는 갖가지 골동품과 기념품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함께 있다.
많은 조각품들 사이에 낯 뜨거운 불상 하나가 눈에 띄었다.
우리나라에서 불교 교리를 배우고 자란 나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충격적인 불상.
이것은 합환상이라고 하는데 티베트의 불교종파인 밀교에서 온 것이라고 한다.
주인말로는 음양의 화합은 해탈을 의미한다는데 이는 힌두교의 영향도 받은 것이라고...
스와얌부나트에는 원숭이가 아주 많은데 그래서 몽키템플이라고도 한다.
조그만 아기 원숭이의 손을 꼭 잡고선 관광객들로부터 숨기려고 하는 엄마 원숭이의 모습이 사람과 너무 닮았다.
오후에는 카트만두에서 조금 떨어진 파탄을 둘러보았다.
파탄에도 더르바르 광장이 있는데 카트만두의 더르바르 광장보다 더 크고 화려하다.
카트만두가 고대도시를 현재까지 유지해왔다는 느낌이었다면
파탄은 타임머신을 타고 고대도시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역사나 유적에 별 관심이 없다하더라도 골목골목 돌아다니며 파탄의 매력적인 구시가지를 산책하는 것은 더없이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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