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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뉴델리] 혼돈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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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10.2

 이른 아침 빠하르간지는 여행자들과 여행자를 실어나르는 릭샤들로 분주했다.

 

  아직은 익숙치 않은 풍경들.

사람들 사이로 느릿느릿 지나가는 소와 천연덕스럽게 곳곳에 드러누운 개들

바닥에 켜켜이 쌓인 소똥들,

이제껏 보지못한 지저분함에 살짝 당황하기는 했지만 싫지는 않았다.

오히려 일본과 한국사회에서 느꼈던 모든 구속을 한방에 날려버리듯 통쾌하기까지 했다.

이곳에서라면 다른 누군가를 신경 쓸 필요없이

오로지 나자신만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여행자로서의 자유를 만끽하며

환전을 하기위해 골든까페로 향했다.

▶빠하르간지의 아침풍경

 

골든까페에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고

그곳에서 일하는 한국어가 아주 능숙한 현지인들과

쇼핑에 대한 얘길 하고 있었다.

전날 어리숙하게 이리저리 끌려다닌터라 속으론 경계를 하면서

그럼에도 그들이 추천하는 쇼핑장소에 대해  참고해서 나쁠거 없으니

일단 들어두자 싶어 호응하며 듣고 있었다.

그때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한국인들이

(우린 처음 만난 한국인이라 너무 반가워 인사를 했지만 완전 쌩~하던 그들이)

비웃으며 "다 사기에요~" 란 말을 던지고 유유히 사라졌다.

그때 그들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우린 인도온지 오래돼서 인도를 너무 잘알아. 너네같은 순진한 초짜들을 어쩌면 좋니~'

으스대며 걱정하는 척하는 표정.

 

그 말을 들은 인도인은 말의 뜻을 우리에게 물었지만 차마 대답할 수 없어 얼버무렸다.

무언가 부정적인 말이라 느낀 그는 그자리에서 아는 한국인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그 순간의 불편한 기분이란...

그의 상처받은 얼굴을 보기 힘들어 그냥 도망이라도 가고 싶었다.

사기라는 단어의 뜻을 알고 낙심한 그에게 우리는 당신의 진심을 안다고 말하며 위로했다.

그 한국인들은 우리말을 다 알아듣는 사람들한테 굳이 그렇게 무안을 줘야 했는지...

인도를 여행하는 이들은 모두 멋진 사람들일 거라는 환상이 무너져버리고 말았다. 

  

▶▶낮시간이 되자 더욱 활기찬 빠하르간지

 

짐을 꾸려 숙소에 맡긴 후

기차표를 예매하러 뉴델리역으로 갔다. 

 

▶▶첫날 묵었던 숙소앞

 

▶▶뉴델리역 앞 풍경

 

  

▶▶오토릭샤 흥정 중

 

▶▶역앞 혼잡한 교통

 

▶▶짐을 전문으로 날라주는 사람. 머리위에 더 얹어서 옮기는 것도 봤다.

 

암리차르로 가는 밤기차를 예약하고나서

필요한 물건들도 살겸 

인도의 현대식 쇼핑몰을 구경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흥정을하고 릭샤에 올라탔는데

 또 이상한 데에 멈춰서더니 여행사 사람인듯한 이가 와서

거기서부터는 자전거는 들어갈 수 없다며 오토릭샤로 안내했다.

여행을 많이 다녀 지도 보는데는 자신있는 나였지만

그 혼란스러운 길 위에선 아무리 쳐다봐도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날도 더운데다 길위에서 무방비로 지독한 매연을 한참 마셨더니

머리가 핑핑 돌고 속이 메스꺼웠다.

그저 쇼핑몰에 내려주기만 하면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러나... 또다시  그들이 내려놓은 곳은 중심지에서 한참 떨어진 곳으로

인도의 상류층만 들어갈 듯한 고급 상점이었다.

또 당했구나...

 

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정말이지 이 능글맞은 인도인들에게 정이 떨어져버렸다.

씩씩거리며 걷고 있는데 그와중에도 호객꾼들이 계속 따라오며 말을 걸었다.

매몰차게 무시하며 한참을 걸어 쇼핑몰에 도착했다.

그런데 마침 이슬람교의 라마단이 끝난 후의 축제 때문에

대부분의 상점들이 문을 닫았단다.OTL

되는 일이 하나도 없구나~~~

 

하루 반나절만에 인도에 질린 나는 인도를 벗어나고 싶었고

지나오면서 봤던 맥도날드가 떠올랐다.

깨끗하고 시원하고.. 그곳만이 유일한 바깥 세상과의 연결인 듯 했다.

간절히 그곳을 찾길 바랬지만 이번엔 길을 잘못들어 너무 먼 곳까지 가버렸다.

엉망진창인 기분으로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는데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또 사기꾼들인 줄 알고 상종을 안하려 차갑게 물리쳤으나

주변에 딱히 사람도 없고 해서 길을 물어보았다.

맥도날드는 너무 머니 근처의 햄버거 가게를 알려주겠다며

친절하게 직접 안내까지 해준다.

착한 아이들.

혹시 뭔가를 바라고 그러는 거 아닌가 계속 의심했었는데

정말 순수한 지적 호기심에 대화를 하고 싶었나보다.

의심해서 미안~

 

▶▶영어가 너무도 능숙했던 똑똑한 열일곱살 소녀와 수줍음 많은 귀여운 남동생

 

소음과 매연, 북적이는 인파, 호객하는 사람들, 괜히 말거는 사람들, 틈만 나면 속이려 드는 사람들...

이런 정신없는 혼돈의 도시 델리에서 만난 천사같은 아이들~

덕분에 하루종일 헤매며 갖게된 인도에 대한 불신을 떨쳐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인도인들의 친절의 어디까지를 친절로 받아들이고 어디서부터 경계를 해야하는지

아직까지 내겐 너무 어려운 문제였다.

 

어찌됐건 조금 더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겠다.

아무쪼록 진짜 친절로 다가온 이에게 상처 주는 일이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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