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0. 20
델리를 향해 달리는 밤.
리시케시에서 만난 인도 친구들이 그동안 로컬버스만 이용했다는 우리들을 나무라며
외국인들은 꼭! 안전하고 편한 투어리스트 버스를 타야하는거라며 성화길래
처음으로 로컬버스 요금의 배에 달하는 투어리스트 버스를 이용했는데 나는 더 불편하기만 했다.
정확히 좌석수 만큼만 사람을 태우기 때문에 확실히 안전하긴 했지만 창문을 열 수 없어 답답했고
더군다나 운도 없게도 내가 앉게된 자리는 의자가 고장나
오른쪽 엉덩이가 높은 상태에서 7~8시간을 앉아있자니 허리가 끊어질거 같았다.
오히려 로컬 버스가 훨씬 편했다구~!!!! 내 아까운 돈..ㅜ.ㅜ
최대한 편한 자세를 찾아보려 밤새 낑낑대다가 아직 깜깜한 새벽, 델리에 도착했다.
종점이라며 내린 곳은 길 한복판이었다.
원래 거기가 내리는 곳은 맞는 듯 오토릭샤들이 자리를 잡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부터 또 시작이군!
전에 델리에서 계속 당하기만 했던 일들을 떠올리며 이번엔 절대 당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불태웠다.
같은 버스에서 내린 많은 사람들은 이미 다들 떠났는데 이제 어느정도 거리와 요금의 개념이 생긴 나는
어떻게든 원하는 요금에 가겠다는 오기로 흥정을 계속했다.
그때 옆을 보니 유일하게 남은 한팀이 보였고 그제서야 그들이 한국인임을 알았다.
우리는 5명으로 뭉쳤고 100루피에 가겠다는 릭샤왈라가 있어 쾌재를 부르며 맘이 바뀌기 전에 얼른 올라탔다.
하지만 이건 탄게 아니라 매달린 수준.
커다란 배낭 하나씩을 가진 5명이 하나의 오토릭샤에 탄다는건.....
타본 사람만이 그 스릴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빠하르간지에 도착해서 다같이 아침을 먹고 숙소를 정한 후 오늘 하루는 델리관광에 할애하기로 했다.
먼저 저번에 델리를 찾았을 때 폐쇄됐었던 코넛플레이스 상점가를 구경한 후
역시 마침 휴관일이라 구경할 수 없었던 붉은 성을 찾았다.
찬드니촉까지 지하철을 이용했는데 생각보다 깨끗했다.
역에서 붉은성까지 걸으며 기대감에 한껏 들떠있었는데
이.럴.수.가!!!
하필이면 오늘이 휴관일인 월요일이었던 것이다.
여행 중에 어느샌가 요일의 개념을 잊고 지냈던 것!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두번이나 휴관일에 걸리냐구...
너무 아쉬워서 담이라도 넘고 싶은 심정이었다. 창살 사이로 보이는 붉은 성은 웅장함 그 자체는데...
한참을 바라보다가 아쉬움을 뒤로하고 찬드니 촉으로 발걸음을 옮길수 밖에 없었다.
찬드니촉은 사람마다 평이 다르다고 하는데.... 내겐 아주 끔찍한 기억이다.
하지만 그 이유가 복잡하고 지저분하고 빈민들이 많아서는 아니다.
가난함이 너무 적나라하게 보이는 찬드니촉 거리를 바라보며 심란해하고 있는데
갑자기 50대의 깡마른 아저씨가 전라인 상태로 앞을 가로막은 것이다.
너무 놀라 도망쳤지만 그 사람은 미친듯이 웃었다 소리 질렀다를 반복하며 계속 쫓아왔다.
아으~지금 생각해도 소름끼쳐
다행히 도망다니다 만난 이탈리아 부부가 남자를 쫓아주었고 겁에 질린 우린
이 부부를 따라 이슬람 사원인 자마 마스지드를 방문하기로 했다.
자마 마스지드는 카메라를 가지고 들어가려면 촬영료를 지불해야하는데 150루피나 해서
이탈리아 부부와 서로 번갈아가며 카메라를 맡아주기로 했다.
자마 마스지드는 사실 별 기대 없이 찾은 곳이었는데 입구를 지나자마자 그 웅장함에 압도되었고
해질녁 불그스름한 하늘 빛, 울려퍼지는 종소리와 그 소리에 놀라 한꺼번에 날아오른 비둘기 무리는
아름다운 건축물과 함께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하였다.
그 장면은 평생 절대 잊지 못할 정도로 감동적이었기에 그 순간 내손에 카메라가 없다는게 너무도 안타까웠다.
올드델리를 방문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내게 있어 델리는 여전히
복잡하고 사기꾼들이 판치며 벌레가 들끓는 끔찍한 곳으로만 남았겠지..?!
*** 지금 생각하면 당시 너무 무모한 여행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언제 죽어도 후회가 없는 삶을 살고 싶었고 여행하다 무슨일을 당해도 그건 그냥 운명으로 받아들일 것이며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앞서 두려워하며 피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운이 강한 아이이니 절대 불행한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란 근거없는 확신이 있었다.ㅎㅎ
생각하는대로 이뤄진다는 믿음은 여전히 변함 없지만 누군가가 나의 무모함을 따라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ㅠㅠ
인도 배낭여행을 계획중이라면 꼭 안전한 투어리스트 버스나 기차를 이용하고
특히 여성 여행자라면 변두리를 갈 때 꼭 남성이 섞여있는 단체를 이뤄서 가기를 바란다.
나또한 최소한 장거리 이동시에는 꼭 한명 이상의 동행자를 구한 후에 이동하였고
야간 이동시를 제외하고는 밤 늦은 시간에는 절대 숙소 밖을 나오지 않았다.
난 운이 좋아 별탈없이 무사히 여행을 마쳤지만 전적으로 운에 맡기기엔 인도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모두 안전한 여행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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