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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리시케시]평화로운 신들의 마을, 그리고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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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0. 11~18

 히말라야의 관문으로 알려진 리시케시는 히말라야에서 내려오는 깨끗한 물이 강을 이뤄 마을을 가로질러 흐르고 있고 이 강물은 그 유명한 바라나시까지 흐르는 성스러운 강가(갠지스)이다. 인도인들은 이 강가가 신들의 세계로부터 흘러내려온다고 하여 신성시 여기며 매일 이 강에 몸을 씻고 물을 길어 가며 심지어 마시기도 한다.

바라나시에서와 같은 모습이지만 리시케시의 강가는 상류이기에 훨씬 깨끗하여 눈살을 찌푸리고 속이 울렁거릴 정도의 거부감은 느끼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리 깨끗하다해도 쓰레기가 떠다니는 강물을 마신다는 것은 왠만한 신앙심으로는 불가능한 일인 것 같다.

 

깨끗한 강가위에 가부좌를 하고 앉은 새하얀 쉬바신 동상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모습.

강건너 람줄라 마을까지 왕복하는 보트

람줄라 다리와 가트

신성한 강가(갠지스)에서 매일 몸을 씻고 물을 긷는 사람들

리시케시는 힌두교의 성지답게 여행책자에도 소개 되어 있지 않은 많은 사원들이 있다. 유명한 다른 지역의 유적이나 사원들보다 특별한 볼거리는 없다해도 관광지화되어 요란하고 북적이고 사기꾼들이 난무하는 곳들과는 달리 소박하고 순수한 매력이 있는 이 사원들을 방문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람 줄라에서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락쉬만 줄라 쪽에 위치하는 쉬바사원은 마을에서 멀지 않아 쉽게 다녀올 수 있으며 산을 조금 올라야 하는 지대가 높은 곳이라 리시케시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쉬바사원(Shiva Temple)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리시케시의 대표적인 신, 쉬바신을 모시고 있는 사원으로 계단을 따라 종을 치며 올라가면 쉬바신의 동상이 있고 그 곳에 기부금(금액은 상관없음)을 내면 힌두교 의식으로 축복을 해준다. 손에 빨간 실을 묶어주고, 이마에 빨간 점을 찍는 티카를 해준 후 손에 물을 따라주고 마시라는데 그 물은 강가에서 길러 온 물이라고 한다. 같이 간 인도 친구는 자기는 마시지만 나는 백프로 배탈이 날테니 마시지 말고 시늉만 하라고 했다. 난감해 하고 있던 터에 그리 말해주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의식을 마치고 꼭대기 층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한참동안 앉아 풍경을 감상했다. 늦은시간이라 그런지 한참을 있어도 올라오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아무 말없이 힌두교 사원에서 힌두교의 성지를 내려다보며 사색에 잠겼다. 바람에 흔들리는 종소리만이 한번씩 정적을 깨뜨렸다. 너무도 이국적인 분위기에 내가 이 곳에 있다는 게 너무 비현실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쉬바사원(Shiva Temple)에서 내려다 본 리시케시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프랑스 커플이 있었는데 한번 나가면 몇일씩 있다가 다시 돌아오길래 어딜 그렇게 다녀오느냐고 물었더니 자기들이 인도에 온 목적은 오로지 트래킹 때문이고 트래킹 코스별로 일정이 다르기 때문에 1박 2일이나 3박 4일로 다녀오고 있다고 했다. 히말라야 트래킹은 네팔에서만 하는 것인 줄 알았다고 했더니 이 프랑스 커플, 리시케시에서 오르는 히말라야 트래킹에 대한 예찬론을 펼친다.

코스도 훨씬 다양하고, 일반인들에게 많이 공개되어 조금은 퇴색된 네팔 트래킹에 비해 이 곳에서의 트래킹은 정말 순수한 자연 그대로를 만날 수 있어 더욱 아름답고 감동적이라는 것이다. 어찌나 열변을 토하는지 나도 당장 따라나서고 싶을 정도였다. 가난한 여행자라 안타깝게도 실행에 옮길 수는 없었지만....

나의 그런 마음을 안 인도 친구들이 히말라야는 아니지만 1일 트래킹으로 다녀올 수 있는 좋은 곳을 알고 있으니 원한다면 안내해 주겠다고 했다.리시케시에서의 마지막 날, 마지막 추억으로 그들이 말한 1일 트래킹으로 다녀올 수 있는 하늘과 가까운 사원을 담기로 했다.

 

버스 내리는 곳 

정확한 위치는 생각나지 않지만 마을버스를 타고 꼬불꼬불 고개길을 올라 도중에 하차한 후 산 꼭대기까지 2시간 정도를 올라야했다. 산길이 시작되기 전에 마을 구멍가게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인도식 라면인 메기와 짜파티, 아차르(achar)를 같이 먹었다.

※'짜파티'는 인도의 빵에 해당하는 '로티' 중 가장 대중적인 음식. 한국이나 일본의 인도 요리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난'은 인도에서는 고급음식에 속한다.

아차르(achar)는 인도의 발효 음식으로 망고, 고추, 라임 등의 채소나 과일을 양념하여 발효시킨 시고 매콤한 음식이다. 인도인 친구 중에 한국어를 잘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는 이 음식을 '인도식 김치'라고 설명했다. 

거의 채식을 하는 나는 어딜가나 채식메뉴가 따로 있는 인도 음식이 너무 잘 맞았는데 그 중에서도 아차르를 굉장히 좋아했다. 아무리 채식이래도 계속 먹다보면 느끼함이 올라오는 커리에 속이 안좋을 때가 있는데 아차르만 있다면 만사 OK~!

 

▶인도 시골의 구멍가게

인도의 인스턴트 라면 메기 

배를 채우고 등산 시작.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다. 사원까지 찻길이 나있긴 하지만 그 길로 걸어 올라가려면 산을 빙글빙글 돌아 올라가야하기 때문에 시간도 더 걸리고 힘들다고 해서 지름길로 갔는데 길이 험해 정말 제대로 등산을 했다.

쿤자푸리 사원(Kunjapuri Temple)으로 가는 길에 내려다본 강가 

생각보다 너무 오래 올라간다 했는데 중간에 보니 주변의 다른 산들이 다 아래에 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 쿤자푸리 사원은 높이가 무려 해발 1,645미터라고 한다. 설악산 대청봉이 1,708m인걸 생각하면 산책삼아 오르기엔 엄청난 높이... 마지막에 약 1000개에 달하는 계단을 힘겹게 올라 사원에 도착했다.


쿤자푸리 사원(Kunjapuri Temple) 입구

 사자와 코끼리가 지키는 입구를 넘어 들어선 쿤자푸리 사원. 새파란 하늘 아래 새하얀 사원. 하늘이 너무 가까워 손에 잡힐 듯 했다. 입구 부근에 신발을 벗어놓고 맨발로 오른편에 있는 수돗가에서 발을 씻은 후 다시 맨발로 사원까지 걸어가야 한다. 리시케시에는 여신(Devi)을 모신 사원이 몇군데 있는데 이 사원은 시바의 아내 중 하나인 두르가를 모시고 있다고 한다. 두르가 사원은 드물기도 하고 이 곳에서 바라보는 경관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기회가 닿는다면 다녀올 것을 추천한다. 

자푸리 사원(Kunjapuri Temple)  

매일 아침 사람들이 강가에서 몸을 씻고 물을 길러 사원에 가서 참배하고 저녁엔 뿌자를 하던, 곳곳에서 향내음이 나던 평화로운 신들의 마을 리시케시에서 더 머물고 싶었지만 날씨가 점점 싸늘해지고 있었고 우리는 더 추워지기 전에 네팔로 향해야만 했다. 기차표는 일주일내로는 구하기 어려워 인도 친구를 통해 다음날 떠나는 버스표를 간신히 구했다.

이제 이 곳과, 우리를 친구처럼 대해주던 동네 사람들과도 이별을 해야만 한다. 게스트하우스 아주머니가 이별 선물로 목걸이를 주셨다. 영어를 전혀 못하셔서 서로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늘 따뜻하게 웃어주시던 분...많은 얘기를 나누지도 못했는데 그새 정이 들었나보다. 나는 보답으로 한국에서 가져온 화장품을 드렸다. 

델리행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리시케시가 그리웠다. 유유히 흐르던 평화로운 강가, 유쾌하고 농담도 잘하지만 신에 대해서만큼은 진지한 마을 사람들, 그동안 여러가지로 도움주고 안내자 역할을 자처했던 그리고 6년은 기다릴테니 돌아와 자기와 결혼해달라며 어이없이 진지한 프로포즈를 하던 마노쥐와 집에 초대해줬던 그의 가족들, 한국말을 한국인보다 잘하던 선우, 동네 한량 아자드, 게스트 하우스의 모두들, 문댄스 레스토랑의 선한 네팔사람들, 매일 지날때마다 반갑게 인사해주시던 옷가게 아저씨, 마주칠때마다 멀리서부터 내이름을 부르며 반가워하던 마노쥐의 친구들까지...

지만 아마도 이번이 평생 마지막일 얼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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