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인도 다르질링] 타이거힐 일출, 토이트레인(실리구리행)

본문

반응형
2008. 11. 06
 
게스트하우스 주인아저씨  추천으로 타이거힐 일출과 굼, 토이트레인 등의 패키지투어에 참가하기로 했다.

최근 급격히 추워진데다 날씨가 좋지 않아 모객이 되질 않아 4명만 함께 가게 되었다.

캄캄한 새벽 으슥한 골목길을 한참 걸어 지프를 타고 타이거 힐로 향했다.

한겨울 날씨에 따뜻한 옷이 없어 담요를 뒤집어 쓴 채...

타이거 힐 전망대 근처에 다다르자 많은 인파로 인해 차가 막혀 앞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차에서 내려 추운 새벽 한참을 걸어 올라가야했다.

타이거 힐 일출이 유명하다고는 들었지만 이정도로 인기가 많은 줄은 몰랐다.

아직 해가 뜨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추운 바깥에서 명당을 죄다 차지한채 전혀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삼각대가 있거나 좀더 밝은 렌즈였음 좋으련만 추워서 손이 덜덜 떨리는데다

해가 뜨기 시작하자 사방에서 밀어대서 제대로 된 사진을 건질 수가 없었다.

하지만 떠오르는 햇빛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붉게 빛나는 히말라야 칸첸중가의 아름다움은 

평생 잊지 못할 정도로 강렬했다.

아름다운 일출 장면에 황홀해져 해가 다 뜰 때까지 함참을 넋을 잃고 서있다 감기에 걸려버렸다.

타이거 힐에서 가까운 사찰인 굼은 웅장한 규모와 거대한 미륵불로 유명한 곳인데

추위와 감기로 문까지만 갔다 돌아오고 말았다.

다르질링은 고도가 높은 곳이다보니기온이 다른 지역보다 많이 낮은 편인데 따뜻한 옷을 준비하지 않은 나는

다르질링에 머무는 동안 뼛속을 파고드는 추위 때문에 참을 수 없이 괴로워해야만 했다.

정말이지 다르질링은 봄, 여름에만 가야하는 곳인 듯..ㅡㅡ;

 

맑은 날씨에 그림같이 예쁘게 펼쳐진 다르질링 전경을 바라보며 아쉽지만 추위때문에 더이상은 버틸 수 없겠다 생각했다.

맛있는 먹거리도 많고 아기자기한 구경거리들도 많고 사람들도 친절한 다르질링.

넓은 창을 통해 매일 아침 안개 자욱한 그림같은 풍경을 바라보던 곳.

더 오래 머물고 싶었지만 이제 그만 따뜻한 남쪽으로 내려가야만 했다.

 

2008. 11. 07

정들었던 사람들에게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 토이트레인 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토이트레인은 다르질링에서부터 뉴잘패구리, 실리구리까지 히말라야 숲을 굽이굽이 돌아 내려가는 열차이다.

지프로 가면 3시간 걸리는 거리를 토이트레인은 7시간을 가야한다.

시간상으로 굉장히 비효율적이지만 1881년에 만들어진 역사 깊은 산악열차인 토이트레인은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되어 있는 다르질링의 명물이기 때문에 꼭 한번 타봐야한다는 생각이다.

가격도 저렴한데 일생에 한번뿐인 기회를 놓쳐버리는 건 바보 같지 않은가..

게다가 우리는 돈은 없어도 시간은 남아도는 여행자니까~

보기에도 정말 장난감 열차같은....ㅎㅎ

단 4칸만 운행하고 있었다.

주민들은 빨리 이동할 수 있는 지프를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승객의 대부분은 관광객들이다.

숲을 달리다가 마을로 들어서 차와함께 달리기도 했는데

마을에서는 결혼식이 있었던 듯 많은 사람들이 전통의상을 입고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덕분에 차들과 사람들로 인해 기찻길이 막혀 잠시 도로를 정리한 후 다시 출발했다.

 

무엇이든 이동수단에 오르기만 하면 잠드는 나.

평소 편한 잠자리에서는 불면증에 시달리면서도 버스나 기차는 타기만 하면 아주 달게 잠을 잔다.

이미 장거리 이동의 고단한 여행이 체질이 되버린 건지도...

계속 빙글빙글 곡선을 그리며 험한 산길을 내려가는 열차다보니 속도가 굉장히 느리다.

창밖 풍경이 쏜살같이 지나가버리는 일반 열차들과는 달리

아주 느긋하게 숲속 풍경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었던 신선한 경험.

중간에 한번씩 열차가 멈추면 베지모모(야채만두)를 찜통째 들고 올라타는 아낙들이 있었다.

그들이 파는 모모는(장소의 특이성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기가막힐 정도로 맛있어서 결국 전부를 사버렸다.

산을 다 내려오고서도 평지를 한참을 달려야 했는데 창밖으로는 온통 차밭뿐이었다.

다르질링은 산 전체가 차밭이라며 그 규모에 감탄했었는데 그건 빙산의 일각.

산 아래로도 차밭이 끝도없이 펼쳐져 있었다.

실리구리에 도착하여 다르질링의 여행사에서 미리 예야해둔 꼴까타행 버스를 찾았다.

꼴까타까지는 12시간 예상.

하지만 카트만두에서 다르질링으로 이동할 때 호되게 당한지라 이제 더이상 예상시간 따위는 믿지 않기로 했다.

육로 이동시 최대 6시간 정도면 왠만한 곳을 다 갈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와는 달리

6시간 이동이면 그냥 가까운 옆마을 가는 것 같은 인도에서의 시간개념은 차원이 다르다.

그냥 시간에 대한 마음을 비우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는 걸 깨달은 나.

출발시간이 한참 지체되고 있었지만 이제 그정도는 아무렇지 않았다.

하.지.만

끝도 없이 버스위로 올라가는 짐은 또다른 공포를 불러왔다.

결국 몇시간을 지체하면서도 끝까지 모든 짐을 올려 쌓고 나자 버스위에 버스를 한대 올려놓은 듯한 높이가 되었다.

버스는 밤새 커브를 돌때마다 그 방향으로 기우뚱하며 순간 한쪽 바퀴가 뜨는 느낌이 들었다.

카트만두로 이동할 때 다른 장애물 없이 스스로 옆으로 누운채 전복된 차들을 3대나 보았는데 이제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버스안에서 늘 그렇게 잘자던 나였지만 이번만큼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야했다.

 

길옆의 늪에, 2미터 정도 낭떠러지 아래에, 흙벽 옆에 쓰러져있던 차량들과

인도에 오기 전 읽었던 여행기 중에 차가 전복되는 사고로 머리 부상을 입었다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밤새 두려움에 떨어야만했다.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